서울시, 이태원참사 분향소에 ‘2900만원’ 부과···유족 “최소한의 예의 잊었다”

유경선 기자 2023. 4. 11.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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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서울광장 이태원 합동 분향소 /한수빈 기자

이태원 참사 유가족 측은 서울시가 서울광장 분향소 설치가 ‘무단 점유’라며 2900만원 변상금을 부과한 데 대해 11일 유감을 표명했다. 서울시는 “공유재산을 무단으로 점유한 결과”라며 정당한 변상금 부과라고 맞섰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서울시가 지난 2월 4일부터 4월 6일까지 서울광장 72㎡ 면적에 분향소를 설치한 것에 대해 2899만2760원의 변상금 부과 통지서를 보냈다면서 “참사 피해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와 존중조차 잊은 듯한 서울시의 일방적 행정”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유가족과의 진정한 대화가 아닌 일방적 강요로, 부당한 고액 변상금 부과로, 강제철거 위협으로 몰아붙이는 오세훈 서울시장과 서울시의 행정을 강력하게 규탄한다”며 “시민들과 분향소를 지켜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서울광장이라는 공유재산을 점유한 데 따른 정당한 변상금 부과라는 입장이다. 서울시는 대법원 판례와 헌법재판소 결정을 인용하며 “공유재산을 무단으로 점유했다면 공유재산법상 변상금 부과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참사 희생자 유족에게 3000만원 가까운 고액의 변상금을 부과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공유재산 및 물품관리법, 서울광장의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에 따라 산출한 것”이라며 “분향소 부지 개별 공시지가와 점유 면적, 점유 기간을 고려해 산출했다”고 했다. 서울광장 개별공시지가가 ㎡당 3951만원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동률 서울시 대변인은 전날 정례 브리핑에서 유족 측과 16차례 대화했지만 협의점을 찾지 못했다며 “더 이상 서울시가 대화를 요청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분향소 강제 철거 가능성도 시사했다. 이 대변인은 “서울광장을 서울시민 모두에게 온전히 돌려줘야 될 때”라며 “무한정 기다리기는 어려울 것 같다. 이미 행정대집행 계고는 나가 있다”고 했다.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전날 서울시가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더 이상 유족 측에 대화를 요청하지 않겠다’고 한 데 대해 “분향소 운영 종료만을 지속적으로 강요한 서울시가 진정한 대화에 임했다고 할 수 있나”라고 이날 지적했다.

서울광장 이태원 참사 분향소는 10·29 이태원 참사 100일을 맞아 지난 2월4일 설치됐다. 서울시는 설치 당일 천막에 계고장을 보낸 데 이어 이틀 만인 6일 2차 계고장도 발부했다.

유경선 기자 lightsu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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