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하의 '그런데'] 벌금쯤이야
20세기를 살다 간 인간승리의 주인공이죠. 생후 19개월 때 앓은 큰 병으로 볼 수도 들을 수도 말할 수도 없게 된 켈러는 7살에 앤 설리번 선생을 만납니다.
설리번은 켈러의 엄지를 자신의 성대에 갖다 대 목소리를 진동으로 느끼게 하고 손에 물을 부어주며 물을 가르칩니다. 이런 노력 끝에 켈러는 대학을 졸업하고 이후 위대한 사회운동가로 남게 되지요.
켈러는 일제 식민지 시절인 1937년 7월 서울에 와 지금의 시의회 자리인 부민관에서 강연을 한 적도 있습니다. 그는 "조선의 맹아들을 도와 그들로 하여금 사회에서 제자리를 차지하게 해달라"고 당부했죠.
그런데 그로부터 86년이 흐른 지금 대한민국에서는 헬렌 켈러가 통탄할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정부와 지자체·공공기관은 3.6%, 민간기업은 3.1%의 근로자를 장애인으로 채워야 하는데 한국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한국조폐공사 등 내로라하는 다섯 공공기관이 최근 5년간 이를 지키지 못해 납부한 고용부담금만 16억 9천917만 원이거든요.
국회 국정감사의 단골 메뉴가 됐지만 늘 그러다 말아서인지 고칠 생각을 안 합니다. 공공이 이러니 민간엔 더 기대할 게 없겠죠. 지난해 419개 기업은 의무 고용률 3.1%의 절반도 장애인을 채우지 못했고 아예 전혀 고용하지 않아 0%대인 기업도 316곳이나 됩니다.
내후년엔 공공기관 장애인 의무 고용률이 0.2%포인트 더 오르는데 지금 이 분위기라면 벌금 좀 더 내지 뭐하며 끝날 것 같죠.
그런데 공공기관이나 공기업들이 내는 벌금은 자기들 돈이 아닙니다. 어차피 내 돈 아닌 국민 세금으로 때우면 되니 상관없다는 걸까요.
국민 세금을 이렇게 허투루 쓰는 이들에게 국민은 더 큰 돈, 더 큰 일을 맡기고 있는 겁니다.
'눈이 보이지 않는 것은 슬픈 일이다. 하지만 눈이 보이면서도 보려고 하지 않는 건 더 슬픈 일이다.' 지금 밖에는 그 자리에 가기면 하면 열심히 일하겠다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자격이 안 되면 내려오셔야죠.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벌금쯤이야'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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