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 아들 구하느라 '팔 부러진 줄'도 몰라‥필사의 탈출
[뉴스데스크]
◀ 앵커 ▶
갑작스러운 산불에 인근 주민들도 대피에 나섰습니다.
급하게 몸만 빠져나온 주민들은 대피소에서 겨우 숨을 돌렸고, 연기를 들이마신 환자들은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습니다.
병원을 찾은 한 어머니는 아들을 데리고 필사적으로 탈출을 하느라 손목이 부러진 줄도 몰랐습니다.
제은효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대피소가 차려진 사천중학교.
강당에 파란 매트리스가 깔려 있고 사람들이 지친 표정으로 누워 있습니다.
생수와 라면, 담요같은 생필품도 놓여있습니다.
불이 난 곳 인근에 살던 주민 약 서른 명은 이곳 중학교로 급히 대피했습니다.
오늘 아침 난곡동에서 시작된 불이 북쪽으로 번지면서, 인근 마을인 산대월리와 순포리에도 대피 지시가 떨어졌습니다.
[권명숙/강릉시 순포리] "불길이 우리 집 (앞) 산에, 한 2개 정도 넘어서 시커먼 연기하고 보이더니 동네 민가도 타고 이랬다고 그러는 거예요. 대피 명령이 왔더라고요‥"
언제 집에 돌아올 수 있을지 막막해, 약봉지부터 들고 나온 주민도 있습니다.
[조옥의/강릉시 순포리] "혈압약하고, 통장하고 도장하고 챙겼지. 이거는 이제 혈압에 먹는 약이고‥낮에 먹는 약이야. 이건 진통제."
근처 종합병원도 긴박하게 돌아갔습니다.
연기를 들이마신 환자들이 열 명 이상 몰려온 겁니다.
[강릉 아산병원 관계자] "10명이 연기를 흡입해서 오신 거고, (전체는) 12명이네요, 12명."
시꺼멓게 변한 환자의 손발.
얼굴에 그대로 달라 붙은 검은 재가 필사의 탈출 과정을 짐작케 합니다.
[현신화/강릉시 안현동] "맨발로 신발 신을 겨를도 없고‥옆집에서 불이 막 붙어서 타는데 바로 눈앞인 거예요. 그 시커먼 연기가 우리한테로 막 날아오는데‥"
장애로 몸이 불편한 자녀를 데리고 급히 대피하느라, 어머니는 팔이 부러진 것도 몰랐습니다.
[현신화/강릉시 안현동] "우리 아들은 바로 마당 안에 쓰러져서 누워 있고‥정신이 나가버리더라고. 휠체어를 태워서 얘만 (연기를) 안 마시게 하려고. 애 안고 타 죽을 판이었어요"
진화를 돕다 유리에 찔려 온 군인.
[강릉 아산병원 관계자] "군인인데 지원 나왔다가 유리에 좀 찔렸던가 베었던가 그래서 입원을 하게 됐고요"
일상을 덮친 화마의 기습.
저마다 목숨 건 탈출 끝에 가슴을 쓸어내렸습니다.
MBC뉴스 제은효입니다.
영상취재: 강종수/영상편집: 임주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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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취재: 강종수/영상편집: 임주향
제은효 기자(jenyo@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replay/2023/nwdesk/article/6473074_3619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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