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기도 못 뜬 상황에 쏟아진 '단비'…강릉 산불 가까스로 진화
오늘(11일) 전국에 시속 70km 강풍이 불었습니다. 건조하고 강한 이 바람을 타고 강릉에서는 큰 산불이 났습니다. 삽시간에 불길이 번졌고 피해가 잇따랐는데 강풍으로 헬기도 띄울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오후 들어 갑자기 비가 쏟아지면서 가까스로 불은 꺼졌습니다. 먼저 현장 취재기자 연결합니다.
조승현 기자, 지금 나가 있는 곳이 강릉 어딘가요?
[기자]
이곳은 불길이 지나간 강릉시 저동입니다.
고열에 휘고 찌그러진 지붕 잔해가 이쪽에 쌓여있습니다.
그 옆으로는 마치 폭격을 맞은 것처럼 건물이 무너졌습니다.
아무 것도 남지 않았습니다.
저 뒤엔 검게 그을린 구조물이 서있습니다.
펜션이었습니다.
3층짜리 건물이 완전히 타버렸습니다.
이곳에선 오후부터 몇시간째 소방차가 물을 뿌리고 있습니다.
중장비는 건물 잔해를 들추고 있습니다.
남은 불씨를 잡으려는 겁니다.
바닥에선 지금도 계속 흰 연기가 피어오릅니다.
[앵커]
오전만 하더라도 비도 거의 오지 않고 산불 위력이 워낙 커서 오늘 안에 불길 잡기 어렵겠다고 봤잖아요?
[기자]
처음 산불이 난 건 오늘 오전 8시 20분쯤입니다.
강릉 난곡동 야산에서 불이 시작됐는데, 이 시각 최대 시속 70km 강한 바람이 불고 있었습니다.
불길은 남서풍을 타고 바닷가 쪽으로 빠르게 번졌습니다.
불 난 지 1시간 20분 만에 소방 최고 대응 단계를 발령했습니다.
하지만 산불을 끄는 주 전력은 헬기인데 바람 때문에 띄울 수가 없었습니다.
사실상 불을 끄는 게 아니라 방어선을 치고 최대한 피해를 막는 데 집중했습니다.
오늘 안에 불끄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 대목입니다.
그런데 오후 들어 비가 내렸습니다.
예보는 5mm 안 되는 적은 양이었는데, 순간적으로 천둥 번개와 함께 집중적으로 쏟아졌습니다.
덕분에 불이 난 지 약 8시간 만인 오후 4시 30분 큰 불을 껐습니다.
[앵커]
비 덕분에 불을 끈 건 다행인데, 피해가 이미 상당하죠?
[기자]
일단 이번 산불로 379ha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축구장 530개가 넘는 면적입니다.
인명피해도 났습니다.
88살 전모씨가 불 붙은 집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연기를 마시거나 다친 주민도 12명 나왔습니다.
주민 557명이 집을 떠나 대피했습니다.
비 덕에 일단 큰 불은 껐지만, 곳곳에 남은 불씨가 걱정입니다.
내일까지 강풍이 예고돼 있어 아직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습니다.
(영상그래픽 : 장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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