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간다]선 넘는 동호회 ‘해루질’에 불침번 서는 해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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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 칠팔십대 해녀들은 요즘 한밤중에 불침번을 섭니다.
얕은 바다에서 손으로 수산물을 잡는 해루질, 이를 놓고 지속된 동호인과 해녀의 해묵은 갈등이 곪아버린 탓이죠.
다시간다, 조민기 기자입니다.
[기자]
잠수복을 입은 남성이 바다 밖으로 나오자 지켜보던 여성이 고함을 지릅니다.
[현장음]
"그렇게 모두 잡아가니까 어부들이 잡을 게 없지. 왜 잡아가."
2년 전, 해루질 갈등이 극에 달했던 제주도에 다시 찾아가봤습니다.
이렇게 얕은 바다에서 맨손으로 어패류를 잡는 활동을 '해루질'이라고 하는데요.
해루질을 두고 어민들과 동호인 간의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캄캄한 밤, 잠수복을 입은 남성 두 명이 어촌 마을로 들어섭니다.
허리엔 족대를 매달고 손엔 작살처럼 보이는 긴 막대를 들었습니다.
잠시 후, 마을어장에 밝은 빛 두 개가 나타나더니 물속을 휘젓고 다닙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해경이 남성들의 차량 트렁크를 열자, 문어와 해삼이 한가득 나옵니다.
[현장음]
"(해삼은 잡아도 되잖아요.) 안 돼요! 우리 1년 내내 해도 잡을까 말까 한걸."
해루질, 해가 떠 있는 동안은 어느 바다에서나 할 수 있지만, 어촌계가 종패를 뿌려놓은 해삼, 전복 등 일부 수산물은 잡을 수 없고 일몰 30분 뒤부터 어촌계가 운영하는 마을어장에서는 아예 채취가 금지됩니다.
하지만 마을어장에서 잡고도 바로 옆 바다에서 해루질을 했다고 주장하면 손 쓸 방법이 없습니다.
[어촌계장]
"그 사람들(동호회원)이 거의 20~30대이다 보니, 우리 할머니들은 70~80대이지. 이러니까 힘으로 감당이 안 돼."
결국 해녀들은 불침번 교대 근무에 나섰습니다.
여기는 마을어장 입구입니다.
4월이지만 쌀쌀한 바닷바람 탓에 밤이 되면 패딩을 입어도 춥고 힘든데요.
대부분 고령층인 해녀들은 외부인이 마을어장을 들어가지 못하도록 이렇게 불침번을 서고 있습니다."
[어촌계 해녀]
"피곤해도 우리가 돈벌이하고 살려면 지켜야 할 거니까. 이 할머니들이 늙고 밤마다 지키고 작업하려면 잘도 피곤해. 속상해 죽겠어 진짜."
서귀포의 다른 마을도, 불법 채취로 수산물 자원이 줄어 고민입니다.
[홍인숙 / 어촌계 해녀]
"산소기를 하고 오리발을 신고 눈에 보이면 다 잡는 거죠. 그 사람들은. 다 먹을 수도 없으니까 팔지 않겠어요."
최근 5년간 해루질 신고는 1160건인 반면, 단속된 건수는 352건에 불과합니다.
물속에서 벌어지는 일이다 보니 해경도, 지자체도 속수무책입니다.
[제주도청 관계자]
"비어업인분들이 어항구역에서만 하는지 마을 어장에서 하는지 실질적으로 단속하기가 어려운 부분들도 있고요."
그러다보니 해녀들과 동호인 사이의 갈등의 골은 깊어지고 있습니다.
[동호인]
"'경찰에도 신고하고 왔습니다' 해도 '무조건 너희들은 들어갈 수 없다. 왜 너네가 들어가느냐' 그런 상황이죠."
[어촌계장]
"취미 생활하는데, 100% 다 막을 수는 없지. '몇 마리 잡아먹겠습니다' 이렇게 보고하고 들어가란 말이야."
넓은 바다에 주인이 따로 있느냐, 동호회가 싹쓸어가면 '우린 뭘 먹고 사느냐', 작은 어촌 마을은 잠을 잊었습니다.
다시간다 조민기입니다.
PD : 홍주형
AD : 강한길
작가 : 김예솔
조민기 기자 minki@ichannel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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