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는 ‘위헌’ 아닌 ‘헌법불합치’..4년 동안 ‘후속 조치’ 손 놓은 국회[여의도 정책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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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9년 4월 11일 헌법재판소는 낙태가 범죄가 아니라는 판결을 내렸다.
다만 낙태죄를 '위헌'으로 판단하지 않고, '헌법불합치'로 결정했다.
국회는 헌법불합치 판결의 취지에 따라 '전면 허용' 등을 포함해 합법적인 낙태 기준을 구체적으로 재정립할 의무가 있다.
한 정의당 의원은 "헌법불합치 판결 이후 4년이 흐른 지금에도 여전히 여성들에게 안전한 임신중지는 요원한 일"이라며 "법은 아직도 낙태죄가 존재하던 때에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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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시 효력 중지 위헌과 달리 법 개정 후속조치 필요
형법·모자보호법 조항 그대로, 법적 불확실성↑
[헤럴드경제=이승환 기자] 지난 2019년 4월 11일 헌법재판소는 낙태가 범죄가 아니라는 판결을 내렸다. 다만 낙태죄를 ‘위헌’으로 판단하지 않고, ‘헌법불합치’로 결정했다. 국회가 4년 동안 ‘할 일을 하지 않고 있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헌재는 임신한 여성의 자기낙태를 처벌하는 형법 269조 1항과 의사가 임신한 여성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한 경우를 처벌하는 형법 279조 1항이 모두 헌법에 합치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당시 헌법재판관 9명 중 4명이 헌법불합치, 3명이 단순위헌, 2명이 합헌 의견을 냈다.
헌재는 어떤 법률이 헌법에 위배되는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역할을 한다. 헌법은 한 국가의 기본법이다. 국회에서 제정하는 모든 법령은 이 기본법에 벗어나면 안 된다. 법적인 강제력에서 차이는 있지만, 금융권에서 한국은행이 정하는 기준금리가 다른 시장금리들에 영향을 주는 것과 비슷한 관계다.
헌재가 ‘위헌’ 결정을 내릴 경우 해당 법률은 대한민국의 가장 기본적인 법의 원리와 가치에 반하기 때문에 무효가 된다. 위헌 결정 즉시 해당 법률은 효력을 잃어버린다.
헌법불합치는 ‘해당 법을 개정하기 전까지는 유효’라는 의미를 갖는다. 당장 법률 효력을 없앨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혼란을 막기 위한 취지다. 국회에 법률을 개정할 시간을 주고 그때까지만 해당 법률의 효력을 인정하는 것이다.
헌재는 낙태죄에 헌법불합치 판결을 내리면서 2020년 12월 31일까지 법을 개정하라고 선고했다. 국회의 후속조치가 없을 경우 2020년 12월 31일까지는 기존과 같이 낙태는 범죄로 처벌 받는다는 의미다.
헌재가 결정한 법률 개정 시한이 지나 낙태를 처벌하는 근거였던 형법 조항은 효력을 잃은 상태다. 하지만 국회에서는 여전히 헌법불합치 판결을 받은 법률을 개정하는 후속 조치에 손을 놓고 있다.
법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낙태는 여전히 합법적으로 보호 받지 못하고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국회는 헌법불합치 판결의 취지에 따라 ‘전면 허용’ 등을 포함해 합법적인 낙태 기준을 구체적으로 재정립할 의무가 있다. 헌재 판결의 요지는 낙태 허용 기간, 사유 등에 대해 입법 재량이 있다는 것이다. 사문화됐지만 형법에는 여전히 낙태를 범죄로 처벌하는 규정이 명시돼 있다.
또한 임신중지 허용범위를 제한해 형법상 처벌 규정과 연계되는 모자보건법 역시 그대로다. 법적 근거가 없는 상황에서 정부는 여성의 건강권 보장을 위한 정책 추진에 소극적이다. “여성의 건강권을 위해 안전한 임신중지를 법으로 보장하라”는 주장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실제 국회에는 정부입법과 의원입법으로 발의된 형법과 모자보건법 개정안이 계류 중이다. 형법 개정안의 경우 낙태죄 처벌 규정을 폐지하는 내용과 일정 기간(임신 6주, 14주 등)까지만 낙태를 허용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된 상태다.
모자보건법 개정안은 인공임신중절 수술의 허용 한계 및 형법 적용 배제 규정을 삭제하거나 약물에 의한 임신중단을 허용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낙태의 처벌 규정과 관련된 법 개정안 뿐만 아니라 합법적인 낙태에 대한 제도적 지원 등을 담은 법 개정안은 국회에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대표적으로 인공임신중단의 경우 유산, 사산에 준하는 휴가를 보장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소관 상임위원회에 상정조차 되지 않고 있다.
한 정의당 의원은 “헌법불합치 판결 이후 4년이 흐른 지금에도 여전히 여성들에게 안전한 임신중지는 요원한 일”이라며 “법은 아직도 낙태죄가 존재하던 때에서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nic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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