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불 잡았습니다” 무전에… 현장서 ‘안도의 한숨’ 터져 나와
“강한 산불의 기세에 모두가 마음을 졸였는데 주불이 진화돼서 다행입니다.”
강릉산불통합지휘본부가 차려진 11일 강릉녹색도시체험센터에서 만난 이광섭 강원도산불방지센터 소장이 한 말이다. 이날 오후 4시30분쯤 이곳에서는 안도의 한숨이 터져 나왔다. “산불 주불이 진화됐습니다.” 무전기 너머로 반가운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이 소장은 “가만히 서 있기도 힘들 정도의 강한 바람이 분 탓에 산불이 빠르게 번졌다”면서 “모두가 긴장하고 있었는데 현장 관계자들이 십시일반 노력해 더 큰 피해를 막을 수 있었다”며 연신 가슴을 쓸어내렸다.
산불본부를 정리하던 한 소방대원도 “최근 출동한 산불 중 가장 규모가 컸다”며 “한동안 집에 못 들어갈 각오를 하고 왔는데 주불이 잡혀 가족과 함께 늦은 저녁을 먹을 수 있을 것 같다”며 웃어 보였다.
강원 강릉시에서 발생한 산불이 8시간 만에 꺼졌다. 진화 악조건에 내몰려 지난해 울진 산불의 악몽을 재현할 뻔했지만 잦아든 바람과 산림·소방당국의 신속한 대처에 비까지 내려 더 이상의 피해 확산을 막았다.
이번 산불은 오전 8시22분쯤 강릉시 난곡동 인근에서 발생했다. 강풍을 타고 민가로 불길이 빠르게 확산하자 소방청은 오전 9시30분 ‘산불 1단계’를 발령했다가 오전 10시 ‘산불 2단계’로 격상했다.
산불본부는 오전 10시4분쯤 강릉녹색도시체험센터에 차려졌다. 산림청과 강원도, 강릉시, 강원소방본부, 육군 제8군단, 공군18전투비행단 등 관계기관이 빠르게 모였다.
강원도의 산림면적은 145만㏊다. 녹음이 우거져 한 번 불이 나면 걷잡을 수 없이 커져 ‘산불 노이로제’가 극심한 지역인 만큼 현장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강한 화세에 산불본부는 숨소리도 크게 내기 힘들 정도로 적막했다. 당시 강릉을 비롯한 영동 전역에는 건조 경보와 강풍 경보가 함께 내려진 상태였다. 산불 진화에 가장 큰 역할을 하는 헬기 6대를 투입했으나 강풍 앞에선 그야말로 속수무책이었다.
산불본부에 활기가 돌기 시작한 건 이날 오후 2시30분쯤부터다. 바람이 잦아들자 초대형 헬기 1대, 대형헬기 2대를 투입했다. 한때 8.8㎞에 달했던 화선은 2.9㎞까지 줄었다.
이후 산불본부는 헬기 4대와 장비 396대, 인력 2764명을 투입해 산불 진화에 총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주불은 이날 오후 4시30분쯤 잡혔다. 불이 발생한 지 정확히 ‘8시간 8분’ 만이다. 주불이 잡히면서 산불본부도 차례로 해산을 시작했다.
이번 산불은 지난해 3월 발생한 울진산불과 많이 닮았다. 산불의 마지막은 하늘이 도왔다. 9일째 이어지던 울진 산불은 진화율을 97%까지 끌어 올렸다가 마지막은 비가 해결했다. 이번 산불 역시 강풍이 잦아들며 진화율이 95%까지 올랐다가 오후 4시 무렵 비가 내리며 주불 잡혔다.
남성현 산림청장은 “관계 기관이 유기적으로 협력해서 조기에 산불을 껐다”며 “모두가 한마음으로 노력한 결과다”고 말했다.
비로 대지가 젖어 산불 재발 위험은 줄었지만 아직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는 만큼 산림·소방당국은 잔불 진화에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치지 않겠다고 했다. 실제로 현장에선 잔불이 살아나고 꺼지는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현장 인력들은 소방차에서 연결한 호스를 들고 비탈길을 올라 연기가 나는 땅에 물을 뿌리고 잔불을 찾아 제거하는 작업을 반복하고 있다.
산림 당국에 따르면 이번 산불의 원인은 강풍으로 말미암은 ‘전선 단락’으로 추정된다. 산림청은 강풍으로 나무가 부러지면서 전선을 단락시켰고 그 결과 전기불꽃이 발생해 산불을 일으킨 것으로 보고, 조사 결과에 따라 산불 원인 제공자에게 산림보호법에 따른 형사책임을 묻는다.
강릉=배소영 기자 sos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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