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우크라군 ‘봄 대반격’ 작전에 회의적”
5월 말 우크라 방공망 붕괴 우려도
미국 정부가 우크라이나군의 ‘봄 대반격’ 계획 성공 가능성을 부정적으로 평가한 사실이 미국 기밀문서 유출로 드러났다. 또한, 우크라이나에 신속히 충분한 무기가 공급되지 않으면 이 나라의 방공망 전체가 붕괴할 수 있다고 미국이 우려한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미국 일간지 <워싱턴 포스트>는 10일 유출된 미국 정부 문서 중에는 우크라이나군의 봄 대반격 작전을 분석한 ‘1급 기밀’이 포함돼 있었다. 미국의 모든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대통령 직속 국가정보국장실(ODNI)이 지난 2월 초 작성한 것으로 보이는 이 문서는 우크라이나군이 대반격에 필요한 병력과 탄약, 장비를 모으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2014년 러시아가 강제병합한 크림반도와 러시아 본토를 잇는 육상 통로 차단 같은 우크라이나군의 목표를 달성하기에는 우크라이나군 인원과 물자가 부족한 까닭에 작전을 벌이더라도 “그다지 대단하지 않은 수준의 영토 회복” 이상의 결과를 얻어내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한 것이다. 러시아군도 지쳐 있고 보급 부족 등 문제점이 있지만 대규모 참호를 건설하는 등 방어선을 굳히고 있어 쉽지 않은 상대라고 짚었다.
수십억달러를 지원해도 교착된 전선을 밀어내기가 쉽지 않다는 미국 정부의 분석은 미국과 유럽 각국에서 우크라이나 원조에 회의적인 분위기를 형성하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평화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요구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고 이 신문은 전망했다.
이에 앞서 9일 미국 일간지 <뉴욕 타임스>는 자신들이 입수한 기밀문서를 바탕으로 미국은 우크라이나가 사용하고 있는 S-300과 부크 방공 시스템용 미사일의 재고가 각각 5월 초와 4월 중순이면 완전히 바닥날 것으로 예상했다. 이 두 미사일은 우크라이나 방공망의 89%를 차지하고 있다.
미국의 우려대로 우크라이나의 방공망이 가동을 멈추면 우크라이나군과 민간 기반시설을 겨냥한 러시아의 공습 등에 대응할 수 없다. <뉴욕 타임스>는 미 정부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우크라이나의 방공망이 가동되지 않으면, 러시아가 치명적인 전투기·폭격기를 동원해 직접 위협을 가하면서도 자신들이 (반격받지 않고) 안전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지상 부대와 핵심 시설들을 더 자유롭고 과감히 공격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문서엔 그에 따라 우크라이나의 방공망이 5월23일께 “완전히 축소”될 것이라는 예측도 들어 있다. 신문은 해당 문서가 미사일 소비량에 대한 평가에 기반해 지난 2월28일 작성된 것으로 이 예측이 지금도 적용되는지, 그동안 변경됐는지는 분명치 않다고 덧붙였다.
현재 우크라이나 방공망은 러시아군이 드론과 미사일을 통해 거듭 공습을 퍼부으며 크게 소진된 상태다. 이 공격을 요격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미사일을 사용했기 때문이다. 이에 견줘 러시아의 공군은 아직 양호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뉴욕 타임스>는 또 다른 유출 기밀문서를 통해 현재 우크라이나에 배치된 러시아 전투기가 총 485기로 우크라이나(85대)보다 많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의 방공망이 약화되면, 지상 전력, 특히 포병이 즉각 위협을 받게 될 전망이다. 우크라이나 포병은 지난해 가을 이후 반전 공세를 이끌어온 핵심 전력이다. 이 전력이 무방비 상태에서 러시아의 공습에 무너지면, 현재 팽팽한 균형이 이어지고 있는 전황이 급변할 수 있다.
미국과 유럽이 우크라이나의 방공망을 지원하기 위해 고심 중이지만, 우크라이나에 적기에 충분한 원조가 이뤄질지는 알 수 없다. 미 국방부의 무기 조달 관련 당국자들이 동맹국들의 무기고를 샅샅이 뒤지면서 지원을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한국에도 155㎜ 포탄에 이어 방공망도 지원하라는 미국의 압박이 이어질 수 있다.
베를린/노지원 특파원
z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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