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파고든 마약유통망… 처마밑·에어컨 실외기가 ‘거래 핫플’

안경준 2023. 4. 11.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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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마약을 비롯한 각종 마약류가 우리 일상 속을 파고들고 있다.

서울 시내 건물 출입구의 처마 밑, 에어컨 실외기 아래 등 우리 주변 곳곳이 마약사범들의 거래 장소로 이용되고 있다.

정희선 성균관대 과학수사학과 석좌교수는 이 같은 일상속 마약범죄에 대해 "마약범죄가 강남 마약 음료 사건 같이 우리가 상상할 수 없었던 범죄 형태로까지 나타나고 있다"면서 "결국 수사기관에서 SNS 탐색을 통해 다크웹 등에 자주 접속하는 사람을 추적하는 시스템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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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그램 채팅방에 구매 의사
입금 → 실제 수거까지 반나절
누구나 쉽게 접근 가능한 구조
일부 지방선 노래방서 구입해
물·콜라에 타먹은 외국인 적발
“강남 마약처럼 제 3 범죄 우려”

신종 마약을 비롯한 각종 마약류가 우리 일상 속을 파고들고 있다. 서울 시내 건물 출입구의 처마 밑, 에어컨 실외기 아래 등 우리 주변 곳곳이 마약사범들의 거래 장소로 이용되고 있다. 누구든 텔레그램 등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접속만으로도 쉽게 마약을 손에 넣을 수 있게 되면서 이를 악용한 ‘제3의 범죄’ 확산에 대한 우려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5월28일 오후 7시30분 서울 서초구 잠원동의 한 원룸 건물. 20대 A씨가 조심스럽게 1층 전기단자함 문을 열었다. 손을 뻗자 비닐 지퍼백이 만져졌다. 마약판매상이 ‘던지기’ 수법으로 두고 간 것으로, 대마 2g이 담겨있다. A씨는 이날 오전 한 텔레그램 채팅방에 접속해 마약판매상이 불러 준 계좌로 30만원을 입금했다. A씨가 텔레그램 채팅방 접속부터 대마를 실제 ‘수거’하기까지 채 반나절도 걸리지 않았다.
A씨는 일주일 뒤인 6월 초 또다시 텔레그램 채팅방에 접속했다. 이번에는 수원의 한 원룸 건물 1층 에어컨 실외기 밑. A씨는 좀 더 강도 높은 마약을 원했다. 그는 ‘합성 대마’가 담긴 소형 카트리지(7㎎) 2개를 30만원을 주고 손에 넣었다. ‘스파이스’라고도 불리는 합성 대마는 방향제로 사용되는 원료를 혼합해 제조한 흡연용 환각제다. 대마초보다 5배 이상 환각 효과가 강해 의식불명까지 일으킬 수 있는 신종 마약이다. A씨는 같은 해 8월과 9월 또다시 텔레그램을 통해 서울 영등포구 원룸 건물의 출입구 처마 밑 등에서 합성 대마를 수거했다. 결국 수사기관에 덜미가 잡힌 A씨는 올해 초 법원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고, 40시간의 약물치료강의 수강 명령을 받았다.
“파란색 함량 300, 돈킹콩(엑스터시 종류)도 있습니다, 단가 18(만원)입니다. 수량 빼시면 17 드릴게요. 수류탄(엑스터시 종류)도 함량 300 넘고 높게 나온 거라, 이번에 신상 퀄 좋게 나왔다고 해서 다른 곳 20에 구한다고 하네요.” 30대 B씨가 지난해 3월 인터넷 검색을 통해 알게 된 마약류 판매자와 텔레그램으로 나눈 대화 내용 중 한 대목이다. B씨는 서울 강남의 한 건물 화장실에서 판매자가 숨겨놓은 마약류를 수령하고, 수령 장소에 현금을 두는 방식으로 엑스터시 5정, 합성대마 액상 카트리지 2개를 구입했다. 법원은 지난 2월 B씨에 대해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보호관찰과 약물치료강의 40시간 수강 명령도 내렸다.
경기도 수원지방검찰청에서 관계자들이 압수한 마약 등을 공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마약은 지방에 거주하는 외국인의 일상에도 파고들고 있다. 노래방에서 마약을 구입해 콜라에 타 먹는 방식으로 손쉽게 투약이 이뤄지고 있다. 베트남 국적의 20대 선원 C씨는 지난해 2월 경북 경주시의 한 노래방에서 직원에게 40만원을 주고 엑스터시 3알과 케타민 1봉지를 구입했다. C씨는 이를 콜라, 물과 엑스터시를 함께 먹는 방법으로 투약했다. C씨는 앞서 같은 해 1월에는 울산 남구의 한 노래방에서 직원을 통해 엑스터시를 구입해 투약했다. C씨는 법원에서 징역 1년2개월에 집행유예 2년 판결을 받았다.

마약을 이같이 손쉽게 구할 수 있게 되면서 이를 스스로 투약하는 것을 넘어 제3의 범죄로까지 악용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정희선 성균관대 과학수사학과 석좌교수는 이 같은 일상속 마약범죄에 대해 “마약범죄가 강남 마약 음료 사건 같이 우리가 상상할 수 없었던 범죄 형태로까지 나타나고 있다”면서 “결국 수사기관에서 SNS 탐색을 통해 다크웹 등에 자주 접속하는 사람을 추적하는 시스템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경준·유경민 기자, 울산=이보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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