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화마에 탈출하다 반려동물 놓쳐” 이재민 대피소에 600여명 가득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다리가 불편해 뛰지도 못해. 베트남 친구들 없었으면 꼼짝없이 죽었을 거야."
15년 전 버거시병으로 두 다리를 잃은 김씨가 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었다.
김씨는 "긴급한 상황인 데도 몸 불편한 나를 챙겨준 친구들에게 고맙지. 그 친구들 아니었으면 그대로 산불에 휘말려 죽었을 거야"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대형 산불로 안식처·생계·반려동물 잃은 이재민들
(강릉=뉴스1) 양희문 기자 = “다리가 불편해 뛰지도 못해. 베트남 친구들 없었으면 꼼짝없이 죽었을 거야.”
11일 오후 강원 강릉시 아이스아레나에서 만난 김홍기씨(59)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고 있었다. 불과 몇 시간 전만 해도 무섭게 밀려들어오는 화마(火魔) 앞에서 생사의 기로에 놓였기 때문이다.
15년 전 버거시병으로 두 다리를 잃은 김씨가 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었다. 뛸 수도, 도망칠 수도 없는 그는 거센 불길과 뜨거운 열기를 고스란히 감당해야 했다.
죽음의 문턱에 가까워질 때쯤 옆집에 살던 베트남 국적의 남성 2명이 나타났다. 생명의 은인이었다. 이들은 김씨를 부축하고 차에 태운 뒤 안전한 곳으로 데려갔다.
김씨는 “긴급한 상황인 데도 몸 불편한 나를 챙겨준 친구들에게 고맙지. 그 친구들 아니었으면 그대로 산불에 휘말려 죽었을 거야”라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이날 강릉 아이스아레나에는 화마를 피해 대피한 600여명의 이재민과 피난민이 몰렸다. 이곳은 산불로 안식처를 잃은 사람, 반려동물을 떠나보내야 했던 사람, 생계를 잃은 사람 등 저마다의 슬픈 사연으로 가득했다.
A씨(46)는 이번 산불로 모든 것을 잃었다. 집은 물론 자신이 운영하던 펜션 2동이 전소돼 30억원 이상의 피해를 입었다. 아끼던 고양이도 불길에 휩싸여 하늘나라로 보내야 했다.
A씨는 “사람 만나는 게 좋아 19년간 펜션을 가꿔왔는데, 이번 불로 그간의 시간과 노력이 물거품이 됐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남편이 고양이를 구하기 위해 집 앞까지 갔지만 연기가 자욱하고 불길도 너무 뜨거워 구하지 못했다. 너무 미안하다”며 눈물을 쏟아냈다.
함께 울먹이던 B씨(40대)는 “그래도 아무도 안 죽고 다 같이 살지 않았느냐. 그러면 된 거다”라며 A씨를 위로했다.
11일 오전 8시20분께 발생한 강릉 산불은 화재 발생 8시간 만인 오후 4시30분께 불길이 잡혔다.
오전 한때 순간풍속 초속 30m의 강풍이 불어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으나 1시간가량 비가 내리면서 빠른 속도로 진화됐다.
이번 산불로 주택, 펜션 등 72곳이 소실되거나 부분 소실됐다. 또 불이 난 지점 인근 마을 주민 600여명이 강릉 아이스아레나, 사천중학교 등으로 대피했다.
yhm95@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 "전처, 김병만 명의로 사망보험 20개 가입…수익자도 그녀와 양녀 딸" 충격
- 괌 원정출산 산모, 20시간 방치 홀로 사망…알선업체 "개인 질병, 우린 책임 없다"
- 격투기 선수 폰에 '미성년자 성착취 영상' 수십개…경찰, 알고도 수사 안했다
- 토니안 "상상초월 돈 번 뒤 우울증…베란다 밑 보며 멋있게 죽는 방법 생각"
- 절도·폭행에 세탁실 소변 테러…곳곳 누비며 공포감 '고시원 무법자'
- 김태희, ♥비·두 딸과 성당서 포착…"꿈꾸던 화목한 가정 이뤄"
- 14만 유튜버 "군인들 밥값 대신 결제" 말하자…사장님이 내린 결정 '흐뭇'
- 박나래 "만취해 상의탈의…이시언이 이단옆차기 날려 막아"
- 최현욱, SNS '전라 노출' 사진 게시 사고…'빛삭'에도 구설
- 12억 핑크 롤스로이스에 트럭 '쾅'…범퍼 나갔는데 "그냥 가세요" 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