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기의 과학풍경] 야생 동물과 기후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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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서울 어린이대공원을 탈출한 얼룩말 '세로'가 화제가 됐다.
동물원의 이국적인 동물은 말할 것도 없고 멧돼지나 고라니 같은 토착 야생 동물도 도심에 나타나면 뉴스가 된다.
이처럼 지역에 따라 야생 동물 개체 수는 극단적인 차이를 보인다.
그렇다면 지구에는 얼마나 많은 야생 동물이 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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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기의 과학풍경]
강석기 | 과학칼럼니스트
얼마 전 서울 어린이대공원을 탈출한 얼룩말 ‘세로’가 화제가 됐다. 골목길을 나서다 달려오는 얼룩말을 보고 짐짓 자연스럽게 뒤돌아서 집으로 들어가는(도망치는) 젊은 남성을 담은 영상이 인기를 끌기도 했다. 동물원의 이국적인 동물은 말할 것도 없고 멧돼지나 고라니 같은 토착 야생 동물도 도심에 나타나면 뉴스가 된다. 시골에서도 낮에는 이런 동물들을 보기 어렵다.
자연 다큐멘터리를 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화면 속 들판에는 초식동물 수백마리가 평화롭게 풀을 뜯고 있고 사자나 표범 등이 이들을 노리고 있다. 아프리카 세렝게티 초원에서 건기에 수십만마리에 이르는 누 떼가 이동하는 모습은 장관이다. 이처럼 지역에 따라 야생 동물 개체 수는 극단적인 차이를 보인다. 그렇다면 지구에는 얼마나 많은 야생 동물이 살까.
지난달 학술지 <미국국립과학원회보>에 야생 포유류의 생물량을 추정한 논문이 실렸다. 육상 포유류의 생물량은 2천만톤, 해양 포유류는 4천만톤으로 추정됐다. 육상 포유류가 종 수로는 훨씬 많지만 고래의 덩치가 워낙 크다 보니 생물량에서는 역전됐다.
논문에서는 사람과 가축의 생물량도 분석했는데 비교가 되지 않는다. 얼마 전 80억명을 돌파한 사람의 생물량은 3억9천만톤이고 가축의 생물량은 무려 6억3천만톤이다. 가축 가운데 소의 생물량이 사람과 비슷하고 개의 생물량은 2천만톤으로 야생 육상 포유류 4800여종을 다 합친 것과 같은 수준이다. 가축의 생물량이 야생 육상 포유류의 무려 30배나 된다.
학술지 <네이처 기후변화> 4월호에는 대기의 이산화탄소를 회수해 저장하려면 야생 동물 수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을 담은 논문이 실렸다. 야생 동물도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건 똑같지 않나? 예일대를 비롯한 미국과 유럽의 공동연구자들은 야생 동물, 특히 대형 초식동물의 활동이 식물과 토양의 탄소 저장을 돕는다고 주장했다. 활발한 먹이활동이 식물의 밀도를 조절해 산불 발생과 강도를 줄이고 배변으로 씨를 퍼뜨려 식물체의 분포 범위를 넓힌다는 것이다.
연구자들은 세렝게티의 누 떼를 사례로 들었다. 20세기 초 120만마리에 이르렀는데 가축 소에게서 병이 옮아 30만마리로 급감하면서 들불이 잦아져 저장 탄소의 80%가 배출됐다. 그 뒤 개체 수가 회복되면서 저장량이 440만톤 늘어났다. 남미 가이아나의 조사 결과에서도 100㎡에 동물 5종이 발견된 곳에 비해 35종이 발견된 지역의 토양 탄소저장량이 4~5배 많았다.
연구자들은 도입할 야생 동물을 나타낸 지도를 논문에 첨부했는데, 아프리카에서는 코끼리와 영양, 북미에서는 아메리카들소와 늑대, 시베리아에서는 사향소와 순록, 유럽에서는 비버 등이 보인다. 그런데 동아시아 한·중·일 세 나라는 비어 있다. 인구밀도가 너무 높아 야생 동물을 들일 곳이 없다는 뜻일까. 야생 동물과는 달리 사람과 가축은 생물량이 늘수록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늘어날 뿐이다. 일본, 한국에 이어 중국도 2022년부터 인구가 줄기 시작했는데, 누구는 재앙이라지만 전 지구적 관점에서는 그나마 나은 일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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