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미'에서 다시 '친중'으로? 브라질 룰라, 시진핑과 얼마나 밀착할까
전 정권 '친미' 기조로 중국과 냉랭...
'경제협력' 약속하며 '실리' 추구 전망
올해 1월 세 번째 대통령 임기를 시작한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11일 중국을 국빈방문했다. 그의 중국 방문은 2009년 이후 14년 만이다.
브라질과 중국의 관계는 우파인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이 친미 기조 속에 중국을 견제하며 다소 껄끄러워졌다. 그사이 중국은 중남미에 대한 영향력 확대를 포기하지 않았다. 룰라 대통령은 중국과 관계를 회복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실리'를 추구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브라질의 좌파 정권은 전통적으로 중국과 가까웠다. 브라질과 중국이 밀착할수록 미국의 패권은 흔들리게 된다.
270명 거대 대표단 이끌고 20개 계약 체결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룰라 대통령은 11일 나흘간의 중국 방문 일정을 시작했다. 상하이를 통해 입국한 룰라 대통령은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등 5개국의 경제협력체인 브릭스(BRICS) 신개발은행(NDB) 본부부터 방문했다. 시진핑 국가주석과의 회담은 마지막날인 14일 베이징에서 열린다.
룰라 대통령은 기업 대표 240여 명을 비롯해 경제 부처 수장과 상원의원 약 30명 등 300명에 육박하는 수행원을 대동했다. 양국은 농업, 금융, 보건 등의 분야에서 20개 이상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시 주석과 정상회담에선 '경제 협력 심화'가 최우선 의제가 될 것임을 예고한 셈이다. 올해 2월 미국에서 열린 룰라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은 아마존 삼림 보호 등 기후 대응 협력이 초점이었던 것과 대비된다.
지난해 브라질과 중국의 교역 규모는 전년 대비 8.1% 증가한 1,715억 달러(약 226조 원)로, 사상 최대치였다. 중국의 브라질 투자 규모는 지난해 60억 달러(약 8조 원)로, 2017년 이후 최대치를 찍었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는 상황에서 '광물 부국'인 중국과 '곡물 생산 대국'인 브라질은 여전히 주고받을 게 많은 관계로 평가된다.
양국은 달러 패권에 맞서 싸우는 동반자이기도 하다. 브라질은 달러 결제망인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스위프트) 대신 중국이 만든 '국경 간 위안화 지급 시스템'(CIPS)을 이용하기로 지난달 결정했다. 대규모 무역·금융 거래를 할 때 미국이 찍어내는 달러 대신 중국 위안화 또는 브라질 헤알화로 결제키로 한 것은 그 자체로 미국의 슈퍼파워에 균열을 냈다. 양국 정부는 이번 회담을 통해 후속 조치를 논의할 전망이다.
전쟁 대응 방안도 주요 의제로 꼽힌다. 중국과 마찬가지로 브라질은 미국이 주도하는 러시아 제재에 가담하지 않고 있다. 중국의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대한 브라질의 동참 문제 등도 다뤄질 것이라고 중국 매체들은 전했다.
찬바람 불었던 중국·브라질 관계 다시 훈풍
룰라 대통령의 행보는 미국 편을 자처했던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과 대비된다. 보우소나루는 2018년 "중국이 브라질을 사들이고 있다"며 중국과의 교역에 반감을 드러냈다. 2019년 주요20개국(G20)정상회담을 계기로 양자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었지만, 시 주석의 회담 지각을 이유로 회담을 취소하기도 했다.
룰라 대통령은 2003년부터 2010년까지 재선 대통령을 지내는 동안 중국과의 협력을 강조했다. 2004년과 2009년 중국을 방문한 것을 감안하면 임기 3번 내내 중국을 빠짐없이 찾게 된다. 2010년 집권한 시 주석과 룰라 대통령이 정상 대 정상으로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룰라 대통령은 중국으로 출국하기 직전인 10일 브라질 국영 EBC뉴스 인터뷰에서 "중국 투자에 관심 있는 기업들의 프로젝트를 중국에 소개하고 싶다"며 "조만간 시 주석을 브라질로 초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룰라 대통령은 지난달 중국을 방문하려 했지만, 폐렴 진단을 받아 일정을 연기했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룰라 대통령의 방문 일정이 이렇게 빨리 재조정된 것은 놀랍다"며 "이는 중국과 브라질 모두 포괄적 전략 파트너십의 촉진과 국제사회 불확실성 증가 극복을 위한 노력을 중시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조영빈 특파원 peoplepeopl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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