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2월보다 침체에 무게 … 금리 인하 언급은 부적절” [기준금리 2연속 동결]
‘경기’ 26차례 말해 불확실성 작용 암시
SVB 사태 등 신규 글로벌 악재도 영향
3월 물가 상승률 하락에 ‘숨고르기’
‘금리 더 올려 부담 줄 필요 없다’ 판단
금리 인상기 사실상 마무리 평가 불구
“기대 과하다” 추가 인상 가능성 열어둬
이 총재는 11일 통화정책 방향 결정회의 뒤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경기’를 26번 언급하면서 이번 기준금리 동결의 배경에 경기침체 요인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작용했음을 암시했다.
이 총재는 그간 관련 질문을 받을 때마다 “물가가 기준금리 결정에 가장 우선하는 요인”이라는 입장을 수차례 밝혀 왔으나, 이번 결정에는 최근 악화한 경기와 글로벌 금융 불안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고려 사항으로 깊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우리 경기가 악화하는 지표가 연이어 발표되면서 침체 우려는 깊어지고 있다. 반도체 수요 감소로 인한 수출 부진으로 2월 경상수지는 11년 만에 2개월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2012년 1분기 이후 11년 만에 분기 적자가 가시화하는 상황이다.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4분기 역성장을 기록했으며, 올해 1분기 상승 전환도 미지수다.
이 총재도 이날 “물가가 연말 목표 수준인 3% 초반 이하로 떨어져 중장기 목표(2%대)로 수렴한다는 확신이 들 때까지는 (금리 인하를) 언급하는 건 부적절하다”며 “금통위원 중에서도 (금리를 조만간 인하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가 과하다고 생각하는 분이 많다”고 잘라 말했다.
한편 이날 결정으로 한·미 금리 차는 추가로 벌어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다음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현행 4.75∼5.00%인 정책금리를 추가로 0.25% 인상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경우 현행 1.50%포인트(상단 기준)인 한·미 금리 차는 1.75%포인트로 벌어지게 된다. 1.75%포인트 차이는 유례가 없는 기록이다. 한국과 미국 간 금리 차가 확대되면 일반적으로 환율 상승, 외국인 자금 유출 기조가 강해져 금융·외환 시장의 안정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병훈·유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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