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재근의 족집게로 문화집기] 임영웅 놀라운 새 역사 썼다
임영웅이 K리그 새 역사를 썼다. 유료 관중 새 기록을 세운 것이다. 사실 직접 선수로 나선 것도 아니어서, 그가 관중 기록을 세웠다고 하면 말이 되지 않는다. 하지만 말이 안 되는 일이 실제로 벌어졌다. 그가 단지 시축한다고 했을 뿐인데 K리그 역대 유료 관중 기록이 깨졌다.
지난 8일에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FC 서울과 대구 FC의 경기에서 벌어진 일이다. 임영웅 시축이 예고된 후 표 판매가 시작되자마자 불과 하루 정도 만에 3만5000표가 팔려나갔다. 2018년 관련 집계가 시작된 이래 K리그 유료 관중 역대 1위는 2019년 서울과 수원 경기의 3만2057명이었다. 서울과 수원의 격돌은 축구팬들이 흔히 '슈퍼매치'라고 부르는 화제의 경기다. 반면에 이번 서울과 대구의 경기는 그렇게 화제성이 높지 않았다. 그렇게 평범한 경기인데도 임영웅 시축이 예고되자 하루 만에 K리그 역대 유료 관중 기록을 세운 것이다. 이러니 '임영웅이 기록을 세웠다'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다.
이번 서울 대구 경기의 최종 관객수는 총 4만7000여 명으로 집계됐다. 이중에서 유료 관객은 4만5007명이다. 임영웅이 잠깐 나온다는 이유만으로 국가대표 경기에 비견될 만한 대관중이 집결한 것이다. 만약 개막식이나 슈퍼매치 등이었으면 5만 명도 넘어섰을 것이다. 경기 당일 매우 추울 것이란 일기예보가 나와 관람을 포기한 사람들도 많았다고 한다. 최근의 꽃샘추위가 아니었다면 역시 더욱 많은 관중이 모였을 것이다.
어쨌든, 4만7000명 정도의 관객도 K리그 현실에선 충분히 역사적인 대사건이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개막전이나 슈퍼매치가 아닌 평범한 시즌 경기였는데도 상상하기 어려운 수치가 나왔다.
더욱 놀라운 역사적 대사건인 것은 연예인 시축과 축하공연이 이런 사태를 만들었다는 점이다. 임영웅 시축이 알려진 후 예매에서 이미 유료 관중 신기록을 세웠는데 그후 노래까지 한다는 발표가 추가됐다. 결국 임영웅은 경기 전 시축을 하고, 쉬는 시간에 노래 한 곡을 불렀다. 잠깐 아이돌 노래에 맞춰 춤도 췄다. 등장 시간이 다 합쳐도 10분에 훨씬 못 미친다. 연예인이 잠깐 등장한다는 이유만으로 평범한 K리그 시즌 경기에 수만 명이 집결하는 사태를 과연 상상이나 할 수 있었을까? 상상을 완전히 초월한 일이다. 과거에도 없었거니와 앞으로도 이런 일이 가능할지 매우 의심스럽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임영웅 시축 사태가 역사적 대사건인 것이다.
K리그 시즌 일반 경기 때는 운동장 전체를 도는 파도타기 응원이 불가능하다. 빈 자리가 많기 때문이다. 이번엔 국가대표급 경기 수준으로 관중이 모였기 때문에 이례적으로 파도타기를 할 수 있었다.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우리나라 모든 종목 프로경기 최다 관중 기록도 세웠다. 임영웅의 시축이 운동계에 활력을 불어넣은 느낌이다.
이번 일로 임영웅이 일반적인 스타하고는 차원이 다른, 그야말로 역사적 대스타란 점이 다시금 확인됐다. 우린 다시 나타나기 힘든 수준의 스타를 동시대에 함께 하고 있는 것이다. 그가 이 정도로 인기를 모은 데엔 실력, 외모, 잔망미 등과 함께 인성도 영향을 미쳤는데 이번 시축 사태에도 그 인성의 일단이 나타났다.
원래 국가대표 경기 시축 제안도 받았다고 한다. 대부분의 연예인이 마다하지 않을 제안이다. 특히 축구팬인 임영웅에겐 감격적인 제안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고사했다. 콘서트 일정상의 문제와 함께, 축구팬에 대한 배려도 이유였다고 한다.
임영웅이 시축에 나서면 많은 팬들이 몰려 국가대표 경기를 보려는 축구팬들이 피해를 볼까봐 국가대표 경기를 고사하고, 대신에 K리그 일반 경기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자신이 큰 경기 무대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보다 남들을 더 우선했다.
이번 경기에서 원정팀의 색깔이 하늘색으로 임영웅 팬클럽 색깔과 겹쳤다. 임영웅은 자신의 팬들에게 하늘색 옷을 포기하자고 했고 또 골대 뒤편의 축구팬 응원석도 예매하지 말자고 했다. 이런 것들도 모두 축구계를 배려한 것이다. 중간 공연 땐 잔디를 보호하기 위해 본인과 댄스팀 모두 축구화 또는 풋살화를 신었다. 춤을 추기엔 무리가 있었지만 공연 후 바로 이어질 경기를 더 우선시한 것이다.
바로 이런 에피소드들에서 느껴지는 진정성, 그런 인성이 임영웅을 오늘날 역사적 대스타로 만든 이유 중 하나다. '임영웅 시대'는 올해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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