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의 '전략적 자율성'…진의는?
기사내용 요약
미국 유럽서는 비판 잇달아…중국은 두둔
마크롱, 방중 기간 수조 원대 경제성과 거둬
[서울=뉴시스]구동완 기자 =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지난 5~7일(현지시간) 중국을 국빈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으로부터 극진한 환대를 받았지만, 미국과 유럽의 반응은 싸늘하다. 귀국행 기내 인터뷰에서 이른바 '전략적 자율성'을 거듭 강조하며 대만 문제에 대해 중립적인 태도를 보이자 안보 동맹국으로부터 십자포화가 쏟아진 것이다.
앞서 마크롱 대통령은 중국 방문 기간 프랑스 경제지 레제코, 미국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와 가진 인터뷰에서 "유럽은 대만을 둘러싼 위기를 확대하는 데 관심이 없으며 미·중 쌍방으로부터 독립한 전략을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방문을 마치고 돌아오는 귀국길 기내 인터뷰에서도 유럽이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면서 "(미국과 중국 같은) 초강대국 사이에서 긴장이 과열되면 우리의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할 시간이나 자원을 갖지 못하게 되고, 결국 속국(vassals)이 될 것"이라고 자신의 지론을 강조했다.
하지만 마크롱 대통령의 이같이 거침없는 발언에 미국은 물론 유럽 내에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대만과 우크라이나에 대한 마크롱의 실수'라는 제목의 사설을 내고 "마크롱이 중국의 공격성에 대한 억지력과 미국의 대(對)유럽 지지를 약화시켰다"고 비판했다.
미 상원 정보위원회 부위원장인 마르코 루비오 의원(플로리다·공화)은 10일(현지시간) 트위터 영상에서 "(유럽이 대만에 대해 그런 태도를 보인다면) 우리는 중국의 위협과 대만 문제에 집중하고 우크라이나와 유럽은 당신들이 알아서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르베르트 뢰트겐 전 독일 연방 하원 외교위원장은 마크롱 대통령의 발언을 '외교적 참사'로 규정하며 마크롱 스스로가 자신을 유럽에서 고립시키고 있다고 일갈했다. 라인하르트 부티코퍼 유럽의회 중국 정책 대표단 의장도 유럽의 전략적 자율성에 대한 마크롱의 지론은 몽상이라고 꼬집었다.
북대서양조약기구 (NATO·나토) 회원국도 규탄 대열에 합류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나토 회원국인 리투아니아의 도빌레 사칼리엔 의원은 "마크롱이 지정학적으로 무지하다"며 "EU와 나토의 전략적 이익에 맞지 않는 행동을 했다"고 비판했다.
마크롱 대통령에 대한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자 중국은 관영지를 통해 그의 행보를 샤를 드골(1959~1969) 전 대통령에 비유하며 엄호에 나섰다.
글로벌타임스(환구시보)는 11일 자 사설에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냉전이 빠르게 전개되는 상황에서 드골은 전략적 자율성을 강력히 내세우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를 탈퇴하고 중국과 외교 관계를 수립했다"고 보도했다.
사설은 또 "이는 또한 미국을 매우 불쾌하게 만들었고 유럽에서 큰 논란을 일으켰다"며 "하지만 드골의 명석함과 지혜를 역사가 입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드골은 프랑스의 자주적인 정치적 전통을 확립했고 이는 프랑스에 강대국의 지위를 부여했다"고 기술하며 마크롱 대통령을 두둔했다.
미국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마크롱 대통령이 "유럽은 대만을 둘러싼 분쟁을 부추기지 않고 시간을 들여 미·중 간 제3극(강대국)으로서 위상을 구축하는 데 힘써야 한다"고 강조한 것을 들면서 유럽이 제3의 강대국으로 부상해야 한다는 주장을 전개하는 데 '전략적 자율성' 이론이 활용됐다고 설명했다.
전략적 자율성이란 유사시에도 역외국이나 특정국에 의지하지 않고 주체적으로 행동할 수 있는 역량을 의미한다. 즉 대만 문제를 두고 미·중 간 군사적 긴장이 심화하자 유럽이 독자노선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은 프랑스가 자국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다른 서방 국가들과 궤를 달리하는 독자 행보에 나서기 위해 전략적 자율성 이론을 끌어왔다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마크롱 대통령은 이번 방중에 핵발전회사 EDF와 에어버스사 대표를 포함 50여 명의 경제 인사를 대동했다.
방중 기간 마크롱 대통령은 자국의 항공사 에어버스의 신규 조립 공장을 중국 톈진에 짓기로 했고 에어버스 항공기 160대와 헬리콥터 50대를 판매하는 계약을 중국과 성사시켰다. 이 밖에도 4조 원대 규모 컨테이너선 16척을 중국에 판매하는 성과를 올렸다.
앞서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해 2월 발발한 우크라이나 전쟁의 외교적 해법을 찾기 위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굴욕감을 줘선 안 된다고 말했다가 우크라이나로부터 유감을 산 바 있다.
그는 푸틴 대통령이 자신과 국민, 역사에서 근본적 실수를 하고 있다면서도 "전투가 멈추는 날 외교적 수단을 통한 탈출구를 마련할 수 있도록 러시아가 굴욕감을 느끼게 해서는 안 된다"며 "프랑스가 중재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dongwa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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