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신 만난 이재명, 美 도청 의혹에 "사실이면 한미동맹 훼손…美 사과해야"
사법리스크 질문엔 "수치스럽다…측근 사망, 유감"
(서울=뉴스1) 정재민 강수련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1일 외신 기자회견에서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우리나라 대통령실을 도청했다는 의혹과 관련해 사실이란 전제 하에 미국의 사과와 윤석열 정부의 강력한 항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외신기자클럽 초청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보도가 사실이라면 신뢰에 기반한 한미동맹을 훼손하는 매우 실망스러운 사태"라며 "한국 정부가 발표한 것처럼 사실이 아니라 문서 위조의 결과이길 바라지만 객관적 상황을 보면 실제 도청이 이뤄졌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민주당 입장에서도 도청의 실체 여부, 실상에 대해서 사실 조사를 국회 차원에서 최대한 하고, 사실이라면 재발 방지와 미국 정부의 사과 그리고 우리 정부의 도청 방지를 위한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도청 의혹을 두고 대통령실이 '동맹관계를 흔들려는 세력이 있다면 국민에게 저항받게 될 것'이라고 해명한 것을 두고 "최초 보도한 미국 언론을 그렇게 한 건 아닌지 생각이 얼핏 든다"며 웃으며 답했다.
이 대표는 대통령실 의혹을 시작으로 대북정책, 윤석열 정부의 대일외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사태 등 갖가지 국제 현안에 대해서도 소견을 밝혔다.
그는 북한의 핵탄두 미사일 위협과 관련해선 "남한의 세계 6위를 자랑하는 전력에 더해 굳건한 한미동맹이 있다"며 "추가 한미일 군사동맹, 특히 한일 군사동맹까지 필요한 상태는 아니다"고 했다.
그는 일각에서 제기되는 '전략적 핵무기 배치'에 대해선 "현실성이 없고 실효성이 없다. 동아시아 핵무장 도미노를 불러일으키고 미국의 동의를 결코 받을 수 없을 것"이라며 "우리 측 핵 개발이 이뤄지면 더는 북측에 비핵화를 요구할 수 없다. 안보 포퓰리즘에 가깝다"고 반박했다.
이 대표는 윤석열 정부의 제3자 변제안을 골자로 한 강제동원 피해배상안에 대해선 "우리 정부의 일방적 제안이었고 쌍방 간의 합의사항이 아니기에 무효화할 사안도 아닌 것 같다"고 일축했다.
아울러 최근 논란이 이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과 그에 따른 수산물 수입 문제에 대해선 "이번 한일 정상회담에서 논의됐다는 보도가 잇따르기 때문에 국민이 우려하는 건 당연하고 야당으로서 그 문제를 지적하는 것 역시 야당 본연의 책무"라며 "일본이 이웃 국가에 더 많은 배려를 해주길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이 대표는 윤석열 정부의 지난 1년 외교 성과를 평가해 달라는 요청엔 "국민 대다수의 판단은 부족하다,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것 같다"며 "한일 정상회담 결과는 국민의 눈높이에선 매우 실망스러웠기 때문에 이번 한미 정상회담에선 국민께 좋은 평가를 받길 기대한다. 최소한 반도체, 배터리 문제 등에 있어서 국익을 확보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자신을 둘러싼 이른바 '사법 리스크' 질의가 이어지자 마치 '청문회' 같다며 "참으로 수치스럽다"고 진땀을 빼기도 했다.
이 대표는 한 미국 언론의 '측근이 5명이 사망했다. 이재명이란 인물을 위험인물로 봐야 하는가'란 질문에 "저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유명을 달리한 점은 참으로 안타깝게 생각한다. 유감스럽다"고 답했다.
그는 "그들의 사망에 대해 어떤 영향도 미칠 수 없는 상태"라면서 "더 이상 이런 일들이 벌어지지 않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 일본 언론은 이 대표를 향한 검찰 수사에 대해 어떤 입장을 물었다. 이에 이 대표는 "검찰의 수사·기소에 대해선 대한민국 법원을 믿고 법적 대응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면서도 "외신 기자회견에서 이런 질문과 답을 해야 한다는 사실이 참으로 수치스럽다"고 답했다.
또 "보통 사람은 평생 한 번 당할까 말까 하는 압수수색을 339번 당했지만 결과는 아무런 물적 증거가 없다는 것"이라면서도 "집안의 문제는 가급적이면 집안에서 해결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이 대표를 향한 갖가지 질문에 그는 "청문회 하는 기분"이라며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ddakbo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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