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이민근 안산시장, 세월호 기억식 불참-독일 출장…왜?

박종대 기자 2023. 4. 11.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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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산=뉴시스] 정병혁 기자 = 경기 안산시 화랑유원지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8주기 기억식에서 세월호 유가족이 눈물을 닦고 있다. 2022.04.16. jhope@newsis.com


[안산=뉴시스] 박종대 기자 = 이민근 경기 안산시장이 7박9일 일정으로 15일 독일 출장길에 오른다. 세월호 참사 9주기 기억식 추모행사를 하루 앞두고 출발한다.

세월호 참사에서 가장 많은 희생자가 나온 곳이 안산이다. 해당 자치단체장으로서 추모행사 불참에 따른 비난을 예상하면서도 해외 출장을 강행하는 것이다.

시는 안산사이언스밸리 일대를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하기 위해 필요한 해외기업 투자 유치에 초점을 둔 출장이라고 설명한다.

독일 경제단체에 프레젠테이션…"해외투자 유치" 의지 밝힐 듯

이 시장은 15일부터 23일까지 해외 투자유치 방문단을 꾸려 독일을 방문한다. 안산시의회 의원, 안산상공회의소 회장, 경기테크노파크 원장, 관내 3개 기업 관계자들이 포함됐다.

현지 도착 첫 날인 16일 오전 이 시장은 안산의 녹지자원을 활용하기 위한 벤치마킹을 하고, 오후에는 하노버 산업박람회장을 사전 답사한다.

이튿날인 17일 오전에는 독일 연방경제부 산하기관인 LNI 4.0(Labs Network Industrie 4.0) 임원과 간담회를 한다. 이 기관은 독일 제조기업 디지털화 지원 실무기구다. 오는 5월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안산시는 그 시기에 맞춰 이 기구를 초청하려고 한다.

이 시장은 17일 오후 '2023 독일 하노버 산업박람회'를 찾는다. '4차 산업혁명의 발원지'로 통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산업박람회로 알려져 있다.

이 시장은 이날 박람회장 공동부스에서 독일연방상공회의소, 독일무역투자진흥청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안산시 투자유치 및 경제자유구역에 해외기업 투자유치를 위한 프레젠테이션(PT)에 참여한다.

강소 중소기업을 뜻하는 '히든챔피언' 개념을 창시한 독일의 경영석학 헤르만 지몬 교수와도 만난다. 이 시장은 지몬 교수에게 제조업 중심의 안산지역 산업지형도를 4차 산업혁명 중심지로 탈바꿈할 수 있는 글로벌 전략을 문의할 계획이다.

[안산=뉴시스] 안산사이언스밸리 일대 경제자유구역 추진 *재판매 및 DB 금지


게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와도 9개월 만에 재회한다. 이 시장은 지난해 7월 안산상공회의소 초청으로 열린 간담회에서 슈뢰더 전 총리와 인연을 맺은 바 있다.

당시 간담회에는 슈뢰더 전 총리 배우자인 김소연 독일 노르트라인 베스트팔렌(NRW) 연방주 경제개발공사 한국대표도 동석했다.

슈뢰더 전 총리와는 만찬도 한다. 슈뢰더 전 총리가 독일 경제 제2부흥기를 이끈 국정 운영 경험을 토대로 시 발전을 위한 지혜를 나눌 것으로 보인다.

세일즈 행정, 경제자유구역 지정 성과로 이어질까

이 시장이 경제자유구역 지정을 추진하는 곳은 상록구 사동 안산사이언스밸리 일대 3.73㎢다.

전국 유일의 집적 연구단지인 안산사이언스밸리에는 한양대 에리카캠퍼스 혁신파크와 경기테크노파크를 중심으로 200여 중소·벤처기업들과 연구원 460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이 때문에 산·학·연 혁신 생태계 구축이 가능해 경제자유구역 정책 방향에도 부합하는 이곳이 최적의 지정 조건을 갖췄다고 시는 강조한다.

문제는 경제자유구역에 선정되려면 외국기업을 유치해야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는데, 이를 이끌어내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번 해외 출장도 이런 맥락에서 이 시장이 직접 발로 뛰어 해외 민간자본을 끌고 들어오려는 목적이 크다. 도시의 생존과도 직결돼 있다. 안산시는 1970~80년대 반월과 시화 국가산업단지 조성을 거쳐 2011년 인구 71만여명에 달할 정도로 급성장했다.

하지만 이후 기존 산업단지 시설 노후화와 산업구조 재편 등으로 쇠락의 길을 걸으면서 차츰 인구가 감소해 올해 3월 말 기준 63만여명까지 떨어졌다.

이로 인해 재정자립도 역시 2011년 48.83%에서 2022년 36.8%까지 추락한 상태다. 도내에서는 11번째로 재정자립도가 낮다. 반도체 및 IT·첨단업종이 소재한 시·군이 상대적으로 높다.

[안산=뉴시스] 이민근 안산시장이 세월호 유가족과 만나 해외 출장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안산시 제공) 2023.04.0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이번 독일 출장은 다른 이유에서도 관심이 집중됐다. 이 시장이 세월호 참사 9주기 기억식 추모행사를 하루 앞두고 해외 출장을 떠나기 때문이다. 해당 자치단체장으로서 세월호 참사에 대한 국민적 정서를 고려했을 때 참석하지 않으면 비판여론이 예견되는 데도 이를 감수하고 출장을 택한 셈이다.

다만, 가시적인 외국기업 유치 및 투자약정 협약은 이번에 체결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출장을 놓고 416안산시민연대가 성명을 내고 시민의 대표로 기억식에 참석할 것을 촉구하자, 이 시장은 세월호 유가족 단체인 416가족협의회와 0416단원고 가족협의회 관계자를 만나 참사 9주기 기억식에 불참하는 것에 양해를 구했다.

이 시장은 후속 보도자료를 통해서도 해외 출장 취지와 방문 계획 등을 알렸다. 보도자료에서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떠나는 출장인 만큼 일정을 꼼꼼하게 준비했다"며 "경제자유구역이 지정되면 2차 산업 위주인 안산경제 체질을 바꾸고, 안산이 미래 산업의 중심지가 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를 위해 시 모든 역량을 집중시키겠다"며 "세일즈 행정을 기반으로 해외기업을 적극 유치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조성해 인구 유입 효과도 극대화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pjd@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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