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47점 너무 한 것 같은데?"
닌텐도와 일루미네이션 엔터테인먼트가 공동 제작한 영화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는 평론가 평점 47점, 로튼토마토 토마토미터 56%로 썩은 토마토를 기록했습니다.
평점 47점이면 최악 중의 최악이라는 뜻이라 솔직히 관람 전에 걱정이 됐습니다. 평론가들은 "게임 속 모습을 매력적으로 구현했지만 내러티브가 부족하고 영화만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를 남겼죠. "이 영화가 그렇게 별로라고?" 직접 확인해 봤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시사회에서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를 모두 관람하니까 "이걸 왜 47점 밖에 안 주지?"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물론 내러티브는 굉장히 단순해요. 누구에게나 익숙한 악역 쿠파 대마왕을 물리치는 직관적인 스토리죠. 버섯 왕국으로 진입하거나 피치 공주를 만나는 과정 모두 단순한 서사로 구성했습니다.
하지만 직관적이고 단순한 서사가 '재미없다'로 이어지진 않았습니다. 반대로 생각하면 슈퍼 마리오를 전혀 몰라도 쉽게 이해할 수 있다는 의미죠. 적절하게 균형을 잘 이뤘다고 생각해요.
참고로 오리지널 도트 슈퍼 마리오, 마리오 카트, 슈퍼 마리오 오디세이, 슈퍼 마리오 3D 월드 등 수많은 마리오 게임 오마주가 곳곳에 잘 배치되어 있습니다. 마리오 게임 중 하나라도 경험한 관객이라면 쉽게 몰입할 수 있을 거예요.
영화가 시작되면 "뚜두 뚜뚜두 뚜 뚜" 익숙한 멜로디와 도트 그래픽 오리지널 마리오 게임 화면이 나타나 "이건 슈퍼 마리오 영화야"라고 각인시킵니다. 이후 3D 그래픽으로 전환되죠. 그래픽은 언리얼 엔진 버전으로 제작한 덕분인지 훌륭했습니다. 캐릭터 뿐만 아니라 배경, 소품, 이펙트 등 여러 요소를 볼 때마다 제작진이 정말 그래픽 효과에 공을 들였다는 것이 느껴졌죠. 전반적인 영화 분위기는 '슈퍼 마리오 오디세이'와 비슷합니다.
영화를 관람하면서 "어? 이거 게임에선 이랬는데", "이걸 이렇게 표현했네", "영화로 연출하니까 더 세련됐다" 등 머릿속에서 과거의 추억과 영화의 재미가 수시로 교차했어요. 중반부에 잘못된 통관으로 들어가 길을 헤메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이때 기자가 게임에서 길을 찾지 못해 수십 분 동안 고통을 받았던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개인적으로 벽돌에서 버섯이 나오고 그것을 먹어 파워를 끌어올리는 과정을 어떻게 표현할지 궁금했습니다. 영화에서는 주먹으로 자연스럽게 '?' 벽돌을 때려 버섯을 꺼내는 방식으로 표현했죠. 게임처럼 아래에서 위로 올려치는 방식을 강제하지 않으니까 영화 흐름에 매우 자연스럽게 녹아들었어요.
버섯을 먹으면 마리오가 커지고, 꽃을 흡수하면 흰색으로 변하고, 파란색 버섯을 먹으면 작아지고, 고양이나 너구리 등 각종 동물 능력도 사용하는 장면은 마리오 시리즈 아이덴티티를 제대로 느낄 수 있었죠. 마리오 게임 팬들이라면 분명 감탄할 만해요.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을 꼽자면 동키콩과 마리오가 1대1로 대결하는 장면과 카트를 만들고 무지개 트랙에서 경주하는 장면이이에요. 동키콩은 주연급 조연이라 해도 손색없을 정도로 스토리에서 큰 비중을 차지했죠. 행동과 성격 모두 정말 매력적인 캐릭터였어요.
카트 레이싱 장면은 말 그대로 마리오 카트를 연상케 합니다. 바나나를 먹고 껍질을 바닥에 버려 트랩으로 사용한다던가, 숨겨진 미사일을 날리는 장면 모두 게임에서 볼 수 있었던 연출이죠. 마리오, 피치 공주, 키노피오의 카트도 게임 내 전용 카트와 동일해 반가웠습니다.
또 하나 꼽자면 성우들의 연기였어요. 평론가 리뷰에선 성우들의 연기로 꽤 지적을 받았는데 악평을 줄 정도로 어색하거나 이질감이 느껴지는 연기는 전혀 없었거든요. 원작 성우에 깊은 관심이 없어서 그런 것일 수도 있어 함께 관람한 동료 기자에게 물어봤더니 나쁘지 않았다고 평가했습니다.
특히 쿠파의 노래는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의 시선 강탈 포인트였습니다. 처음에는 쿠파 대마왕 이미지 때문에 음치인 줄 알았어요. 편견을 가지고 들어서 별로라고 느껴졌죠. 하지만 집중해서 들으니까 반전이었습니다. 쿠파 대마왕은 굉장히 뛰어난 노래 실력을 가졌죠. 목소리에서 소울이 느껴지고 쿠파가 멋있어 보일 정도였어요. "피치스 피치스 피치스 피치스 피치스" 가사는 영화가 끝난 뒤에도 계속 입에서 맴돌고 멜로디가 뇌리에 확실하게 새겨질 정도입니다.
- Bowser 'Peaches'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OST 中]
다만 슈퍼 마리오를 아예 모르거나 관심이 없다면 시작하자마자 지루할 순 있을 겁니다. 앞서 말했듯이 매우 단순하고 복선이란 것이 하나도 없거든요. 심오한 스토리를 좋아하거나 복선을 깔아두고 후반부로 갈수록 복선이 해결되는 구성을 좋아하는 관람객에겐 어울리지 않은 영화입니다. 분위기를 급박하게 만드는 마리오의 위기도 특별히 없어요. 오히려 쿠파 대마왕이 불쌍할 정도입니다.
총평하면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는 개인적으로 만족스러웠고 실사가 아닌 애니메이션 그래픽으로 제작해 더 마음에 든 영화였어요. 최근 게임이나 애니메이션 실사 영화가 수두룩 쏟아지는데 매번 실망감만 느꼈거든요. 과거 슈퍼 마리오 실사 영화는 그야말로 최악이었죠. 닌텐도와 일루미네이션 엔터테인먼트에게 칭찬하고 싶네요.
아울러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는 아이들과 함께 관람하기 좋은 영화입니다. 기승전결, 권선징악을 확실하게 표현하면서 자극적인 장면 없고 '중요한 건 꺾이지 않은 마음', '동생을 아끼는 형의 마음', '가족은 힘들 때 서로 응원해야 한다' 등 교훈까지 느낄 수 있는 내용이거든요. 부모님들도 걱정 없이 관람할 수 있는 영화입니다.
본인이 슈퍼 마리오 게임 팬이거나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함께 볼 만한 영화를 찾는다면 평론가 평점에 고민하지 말고 관람하시는 것을 적극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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