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NSC 대화 유출 불가능”… 문건 유출·도청 분리 대응

이현미 2023. 4. 11.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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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참모 집무실 철통 보안”
美 도청 여부엔 “조사 후 조치”
美 “문건 유출, 변명 여지 없다
韓과는 여전히 깊은 파트너십”
野 “상임위 열어 진상 규명해야”
대통령실은 11일 미 정보 당국의 도청 의혹과 관련해 “청사 철통 보안 유지”, “(지하에서 이뤄지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내용 유출 불가” 등을 내세우며 알려진 내용의 상당수가 위조됐다고 평가했다. 미 당국이 작성한 것으로 추측되는 문서가 유출된 사실 자체는 인정하는 기류지만, 그 안에 담긴 도청 내용은 위조됐다는 게 대통령실의 입장이다.
김태효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1차장(오른쪽)이 11일 인천공항에서 미국 워싱턴 방문을 위해 출국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김 차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이달 말 국빈 방미에 앞서 미국 행정부 인사들을 면담하는 등 사전 협의를 위해 이날 방미길에 올랐다. 인천공항=뉴스1
하지만 위조로 판단한 구체적 근거와 ‘상당수가 위조됐다면 일부는 맞는 내용인지’에 대해선 “미 당국의 조사가 나와야 한다”고 말을 아끼며 당국 판단에 의문을 남겼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이날 브리핑에서 “예전 청와대는 대통령이 일하는 본관이 있고 참모들이 일하는 비서동으로 나뉘어 있어서, 아무래도 본관 도감청 보안 시설을 우선적으로 하고 비서동의 보안은 그보다 못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용산에선 대통령과 참모들이 한 건물에서 근무하기 때문에 용산 집무실 전체가 대통령 집무실 수준의 보안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한국 대통령실 관계자를 도청한 정황으로 지목된 기밀 문서 일부. 우크라이나 사태와 관련한 미국의 탄약 지원 요청에 응할 경우, 미국이 탄약의 최종 사용자(End User)가 되지 않을 수도 있는 점을 한국 측이 우려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SBS 자료화면
이어 “(유출 문건에 언급된) 감청 논란이 있는 이스라엘, 영국, 프랑스에선 대통령실이나 총리실, 국가 기관 이전이 없었다”며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이전해서 보안 문제가 생겼다는 (야당의) 주장은 정치적 공세에 지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공지를 통해 “양국 국방장관은 ‘해당 문건의 상당수가 위조됐다’는 사실에 견해가 일치했다”고 밝혔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도 방미 출국길에 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그 근거로 “내부적으로 평가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유출 문서에 언급된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관련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과 이문희 전 외교비서관 간 대화의 사실 여부에 대해 “(사실과 합치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미국에 한국 정부 입장을 전달할지’에 대해선 “할 게 없다. 왜냐하면 누군가 위조한 것이니까”라고 답했다.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전경. 뉴스1
대통령실은 ‘미 당국의 문건 유출’과 ‘동맹국에 대한 도청 여부’에 대해 입장을 분리해서 대응하고 있다. 한·미 당국은 내부 문건 유출에 대해선 인정하는 분위기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10일(현지시간) 온라인에 유포된 기밀 문건이 고위급 인사에게 보고하는 문서와 유사하다고 인정했다. 존 커비 백악관 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백악관 브리핑에서 “이 문건들은 공공 영역에 있어서는 안 되는 것”이라면서 “이런 종류의 문서가 (유출돼) 공공 영역에 있는 것에 대해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밝혔다.

미 국방장관 보좌관인 크리스 마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유출된) 문서는 우크라이나나 러시아 관련 작전, 다른 정보 사항 등에 대한 업데이트를 고위급 인사들에게 제공할 때 사용되는 포맷(형식)과 유사한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고 AFP 통신 등이 보도했다. 마 보좌관은 “온라인상의 문서 유포는 국가 안보에 심각한 위협을 초래하며 허위 정보를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베단트 파텔 국무부 수석부대변인. 뉴시스
베단트 파텔 미국 국무부 수석부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기밀 문건 논란과 관련해 한국에서 부정적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는 질문에 “한국에 대한 우리의 약속은 철통 같다. 우리는 대한민국과 매우 깊은 관계와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미 관계자의 ‘변명의 여지가 없다’는 발언과 관련해 “(도청에 대한 게 아니라) 문서 유출 사고가 났다는 부분을 얘기하는 것 같다”며 “도·감청은 대단히 중요한 문제로 사실관계를 파악하면서 필요한 조치를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관계자는 양국이 위조로 결론 내린 구체적 근거에 대해 “보안 정보와 관련된 중요 기밀 사안일 수 있어서 직접 언급하지 못한다”며 “미국 법무부가 조사하고 있고 결과가 나오면 진지하게 얘기할 수 있다”고 말을 아꼈다. 미 당국의 조사가 진행 중인 가운데 결과가 나오기 전에 ‘위조’라고 결론을 내면서 당국 발표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야당은 이날 국회 운영위원회·외교통일위원회 등 상임위를 열어 진상 규명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원내대책회의에서 도청 논란과 관련해 “설명을 제대로 하고 (미국에) 항의하는 게 우선”이라며 “국회 운영위, 외통위, 정보위, 국방위 등 관련 상임위를 조속히 열어 진상을 밝히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반면 국방위 여당 간사인 신원식 의원은 국민의힘 외통·국방·정보위원 합동 기자회견문을 통해 “미국 정부가 조사를 시작한 만큼 그 결과가 나오면 그때 가서 항의든 협의든 합당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맞는다”고 맞섰다.

이현미·조병욱·김승환 기자, 워싱턴=박영준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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