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측 서랍·9+1·금마들’…유동규 “정진상은 이재명의 최후의 보루”

김희진 기자 2023. 4. 11.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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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규 성남도시개발공사 전 기획본부장이 11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정진상 전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2023.4.11. 연합뉴스

“사무실에 직원이 없으면 정진상 자리에 우측 서랍장이 있습니다. 여닫이로. 거기에다 넣어줬습니다.” (2013년 성남시청 사무실 1000만원 관련)

“옆 방에 가서 9000만원을 주니까 정진상이 ‘봐라, 거 돈도 없는 XX들 아니냐. 1억 준다고 하더니. 금마들하고 일해도 되겠나’라고 해서 바로 (남욱에게) 하나(1000만원) 더 달라고 했습니다.” (2013년 유흥주점 9000만원 관련)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11일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에게 돈을 건넨 상황을 구체적으로 진술했다. 자신이 건넨 돈이 남욱 변호사 등 민간업자로부터 나온 사실을 정 전 실장도 알고 있었으며, 정 전 실장은 평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사실상 한 몸’이었다고 주장했다.

2010년 계획한 ‘10억 정치자금’, 2013년 남욱에 ‘테스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재판장 조병구) 심리로 이날 열린 정 전 실장 공판에서 유 전 본부장은 2013년 2월 성남도개공 조례안 통과 무렵 남 변호사 등 민간업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대장동 개발사업을 진행해주는 대가로 3억원을 요구했다고 진술했다.

유 전 본부장은 “본인(남 변호사)이 처음에 3억원을 제공하겠다고 얘기했다”며 “(정 전 실장한테) 믿을 만한 것 같다고 얘기했더니 ‘쟤들 그지 아니냐. 그지같은 애들한테 해서 되겠냐’고 했다. 이후 (남 변호사 등) 재정 상태를 좀 보려고 3억원쯤 빨리 만들 수 있냐고 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유 전 본부장은 자신과 정 전 실장,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성남시장이 되기 전인 2010년부터 정치자금을 10억원 정도 마련하기로 모의했다고 했다. 남 변호사에게 3억원을 요구한 것도 그래서였다고 했다. 남 변호사 등 민간업자를 파트너로 삼을 수 있을지 따져보는 일종의 ‘테스트’였다고도 했다.

명절마다 1000만원씩…유동규 진술 굳히기 나서는 검찰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의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2023.4.7 연합뉴스

검찰은 정 전 실장에게 돈을 건넨 상황을 구체적으로 ‘묘사’해 달라고 유 전 본부장에게 요청했다. 2013년 설·추석에 1000만원씩 건넸다는 시청 사무실 구조와 CCTV 위치, 유 전 본부장의 행적을 입증하기 위한 관용 차량 운행일지 등도 제시했다. 유 전 본부장의 진술 신빙성을 집중 공략하는 정 전 실장 측에 대응하기 위해 진술을 뒷받침할만한 증거를 제시한 것이다.

정 전 실장 측은 이른바 ‘변심’ 이전 유 전 본부장의 진술조서를 요구한 상태다. 정 전 실장 측은 이날도 증인신문에 앞서 “유동규 진술 내용이 번복된 전후 과정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자료를 확보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유 전 본부장이 수감됐던 서울구치소 측에 관련 자료를 요청하게 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정 전 실장과 유 전 본부장이 돈을 받던 시점에 이 대표가 남 변호사 등 민간업자의 존재를 알고 있었는지도 집중적으로 캐물었다. 민간업자와의 유착이 정 전 실장과 김 전 부원장을 너머 이 대표까지 이어져 있으며, 이는 이 대표의 주요 공약 달성 등 정치적 이득과 연관돼 있다는 게 검찰 시각이다.

“정진상과 이야기한 건 다 이뤄져…이재명과 한 몸”

검찰이 “결국 증인(유동규)은 남욱이란 사람이 적극적으로 공사 설립에 도움을 줬다고 이재명 시장한테 보고도 했고, 그런 찰나에 1공단 공원화 비용이 드는데, 남욱을 통해 대장동 사업에서 견적이 나오는지 알아보겠다고 보고하고 실제 지시가 있던 게 맞나”라고 묻자 유 전 본부장은 “그렇다”고 답했다.

유 전 본부장은 이날 “정진상은 이재명과 자신을 동일시했다” “정진상을 이재명의 최후의 보루라고 생각했다”고 말하는 등 ‘정진상과 이재명은 한 몸’이라는 취지로 여러 차례 진술했다. 그는 “(정 전 실장의) 평소 말투, 충성도 등을 보면 (이 대표와) 보통 사이가 아니란 것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며 “실제 정진상과 이야기한 모든 것이 다 이뤄졌다”고 했다.

정 전 실장은 대장동 사업 특혜를 제공한 대가로 천화동인 1호 지분의 절반인 24.5%를 나눠 가지기로 약속한 혐의를 받는다. 액수로 치면 700억원(각종 비용 공제시 428억원)에 달한다. 정 전 실장이 2013년 2월부터 2020년 10월까지 유 전 본부장으로부터 7회에 걸쳐 2억4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도 있다.

김희진 기자 h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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