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메이커' 김희애-문소리, '길복순' 이어 여성 서사 특급 배턴 터치(종합)

정승민 기자 2023. 4. 11.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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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시리즈 '퀸메이커' 제작발표회
11일 오전 서울 용산구 CGV서 개최
김희애, 문소리, 류수영, 서이숙, 오진석 감독 참석
오는 14일 넷플릭스 공개
사진=ⓒ MHN스포츠 이현지 기자

(MHN스포츠 용산, 정승민 인턴기자) '길복순'으로 여성 킬러에 도전한 전도연에게 배턴을 이어받은 김희애와 문소리가 특급 여성 정치 서사 '퀸메이커'로 찾아온다.

11일 오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넷플릭스 시리즈 '퀸메이커'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이날은 김희애, 문소리, 류수영, 서이숙, 오진석 감독이 참석했으며 진행은 방송인 박경림이 맡았다.

사진=오진석 감독 ⓒ MHN스포츠 이현지 기자

'퀸메이커'는 '하자 있는 인간들' '용팔이' '첫사랑은 처음이라서' 시리즈 등을 연출한 오진석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제작 의도를 묻는 말에 극 중 대사를 언급한 그는 "돈과 명예가 생기는 게 아닌데도 왜 이렇게 오바하면서 약자를 위해 투쟁하느냐는 질문을 던지면, 엄청난 철학을 이야기하지 않고 단지 약자를 보호하는 좋은 세상을 만들겠다 대답한다"며 "이런 것들이 낯설게 느껴지는 시대가 됐다고 생각해서 직접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 전달하는 방식은 세지만 결국 소박한 메시지를 전달한다"고 말했다.

'퀸메이커'는 오경숙(문소리)과 백재민(류수영), 서민정(진경) 등 후보들이 서울시장을 두고 경쟁하는 이야기를 담는 정치극이다. 이런 만큼 여하 정치물과의 차별점에 대해서 오 감독은 "퀸메이커라는 단어를 영어권 국가에서 사용하지 않는다고 하더라. 결국 이런 점에서 정치와 권력 이런 건 남성들의 세계였다는 뜻"이라며 "퀸메이커는 전형적으로 남성형 권력이 팽배한 세계에서 여성들의 권력 투쟁을 그린다는 점으로 볼 때 차별점이 있다. 정치물에 관심 없어도 성격이 대비되는 두 여성이 투쟁, 연대하는 과정을 지켜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강한 캐릭터를 만들다 보니 정치와 권력이라는 소재로 이어진 것이지, 디테일하게 정치색이나 정당을 표현하고자 시작한 게 아니다"라며 "이런 이유로 부담이 적었고, 전형적인 정치물의 기획과는 차이가 있다"고 덧붙였다.

사진=김희애 ⓒ MHN스포츠 이현지 기자

극 중 은성그룹 미래전략기획실 실장이었지만 내부에서 모종의 사건을 겪게 된 후 오경숙 서울시장 후보 캠프 총괄본부장을 맡는 '황도희' 역은 김희애가 맡았다.

김희애는 '미세스 캅' '허스토리' 등 여성 서사로 주가 되는 작품을 다수 선택하며 입지를 다진 배우이기도 하다. 그는 '퀸메이커'를 선택한 계기를 묻는 말에 "주로 남성 배우들이 많이 나오는 정치극이 많아서 남장하고 출연해보고 싶을 정도로 부러웠다"며 "여성 서사를 담았지만 성별에 국한하지 않는 인간의 욕망과 본성을 들여다본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고 밝혔다.

그리고 "실질적으로 여성 배우들이 선택할 수 있는 폭이 넓지 않아 허스토리와 윤희에게는 아껴서 하고 싶을 정도로 소중한 작품이었다"며 "다만 두 작품은 여성 서사가 주가 된다기보다 어두운 곳에서 도움을 주는 약자 중 약자였다. 하지만 황도희는 이 두 작품의 배역과 대척점에 서 있는 역할이 아닐까 싶다"고 덧붙였다.

또한 김희애는 황도희를 연기 하며 힘들었던 점도 고백했다. 주로 운동화를 신고 언제 하이힐을 신었는 지 기억 안 날 정도였다는 김희애는 "황도희가 하이힐을 갑옷이라 생각하면서 절대 안 내려오더라"라며 "이제 나이가 있는지라 힘들었다. 촬영 끝나고 바로 갈아신었는데도 힘들었다"고 고충을 밝히기도 했다.

사진=문소리 ⓒ MHN스포츠 이현지 기자

문소리는 18대 서울시의원이자 '코뿔소'로 불리는 노동 인권 변호사였지만 황도희와 손을 잡고 무소속으로 서울시장 후보에 출마하는 '오경숙' 역을 맡았다.

그는 "이야기 구조가 여성들이 정치판에 뛰어드는 흔치 않은 서사라는 점에서 흥미로웠다"며 "오경숙이야말로 한국 드라마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는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안 되겠다, 내가 해결해야겠다 싶을 정도로 책임감이 들었다"고 작품을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그리고 오경숙을 연기하며 중점을 둔 부분으로는 "딱딱하고 화려하며, 정리된 언변을 가진 여성 정치인의 느낌보다 자유분방한 사람이 정치인이 되면 어떨까 가정하며 출발했다"며 "기존 정치인 중 롤모델을 찾기보다 시나리오 안에서 새로운 정치인을 만들어보자는 느낌으로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문소리는 '서울대작전' 당시 직접 펌을 한 뒤 방치했던 머리를 '퀸메이커'에 그대로 가져왔다며 이번 작품을 통해 짧은 머리로 변신한 소감을 밝혔다.

그는 "작품이 이어져서 머리를 그대로 방치했더니 빗자루처럼 됐는데 두 작품 촬영 일정이 왔다 갔다 해서 가발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며 "긴 머리를 자르는 신은 메이크오버의 정점인 신이었고,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이후 15년 만에 머리를 짧게 잘랐다. 각오가 남다른 장면이었다"고 말했다.

황도희(김희애)와 오경숙(문소리)를 두고 불과 얼음의 상반된 이미지를 떠올렸다는 오진석 감독은 "황도희는 어떤 경우에도 흐트러지지 않는 모습과 부서져도 끝까지 녹지 않는 얼음의 이미지를 담았고, 오경숙은 물불 안 가리는 열정, 하지만 뜨겁다고 해서 무조건 태운다기보다 주변을 따뜻하게 해주는 불의 이미지에 빗댔다"며 "모순적일 수 있는데도 상상 이상으로 두 배우가 표현을 잘해줬다"고 감사함을 전했다.

사진=류수영 ⓒ MHN스포츠 이현지 기자

포털사이트 검색창에 이름 석 자를 치면 연관검색어로 음식 메뉴가 뜨는 남자 류수영이 '청일점'으로 '퀸메이커'에 합류한다. 그는 극 중 은성그룹 사위이자 서울시장 후보로 오경숙과 대립 구도를 펼치는 백재민 역으로 분한다.

무엇보다 이야기가 재밌었다는 류수영은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 성별을 지우고 봤다. 성별을 가르지 말고 일반적인 정치물이라고 생각하면서 보면 좋을 것 같다"며 "청일점이었지만 성별이 없다고 생각하고 싸우듯 연기했다. 요즘 시대에 남녀를 구분하는 건 촌스러운 일"이라고 작품 합류 계기를 밝혔다.

그리고 오랜만에 악역으로 배우 본업에 복귀한 류수영은 "요리하는 것도 물론 행복하고 좋아하는 일이지만 확실히 카메라 앞에 서는 게 얼마나 가슴 뛰는 일인지 느끼게 해준 작품이었다"고 말했는데, 이에 문소리는 "촬영 당시 류수영이 불고기 준비하는 시즌이라 불고기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사진=서이숙 ⓒ MHN스포츠 이현지 기자

20여 년간의 연극 무대 경력으로 탄탄한 지반을 마련한 배우 서이숙은 은성그룹 절대 권력자 손영심 회장 역으로 분한다. 우리나라에 이렇게 멋진 배우들이 있다는 걸 자랑하고 싶었다는 그는 "모든 배우들의 연기를 훔쳐보는 맛이 쏠쏠했다. 정치나 기업 고위직 실장같이 여성들이 쉽게 할 수 없는 배역이 여성들이었다는 점에서 이 작품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김희애와 문소리는 서이숙을 보며 상상했던 바와 다른 이미지였음을 고백하기도 했다. 김희애는 "평소 발랄하게 입으며 아이 같은 모습을 보여주는 서이숙인데도 현장에서 손영심을 연기하는 모습을 볼 때면 배우가 봐도 진짜 배우 같았다"며 "단순히 대사를 외우는 것을 넘어 대한민국에 저런 캐릭터가 있나 싶을 정도로 잘했다"고 극찬했다.

그리고 문소리는 "사석에서 봤던 서이숙의 이미지와 배역 이미지가 달라서 너무 무서웠다"며 "그동안 너무 까불었나, 실수하지 않았나 되돌아보기도 했다"고 밝혀 재치 있는 입담을 뽐냈다.

끝으로 전작 '부부의 세계'가 너무 화제를 모아 부담스럽기도 했다는 김희애는 '퀸메이커'에 대해 기대하지 말아 달라고 말하기도 했다. "기대 안 하고 본 작품이 오히려 재밌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너무 기대하지 말고 재밌게만 봐주셨으면 좋겠다"면서 시청을 독려했다.

'퀸메이커'는 이미지 메이킹의 귀재이자 대기업 전략기획실을 쥐락펴락하던 황도희가 정의의 코뿔소라 불리며 잡초처럼 살아온 인권변호사 오경숙을 서울 시장으로 만들기 위해 선거판에 뛰어들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다.

한편, '퀸메이커'는 오는 14일 넷플릭스에서 만나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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