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말’ 이성경, 자기만의 채찍법 “나쁜 영향 끼치지 말자”[인터뷰]
“사랑이라는 게 참 무채색을 컬러풀하게 만들어주기도 하고 생명력이 없어 보이는 것들에게 생기를 불어넣어 주더라고요. 사랑이 있고 없는 차이가 사람이 살아가는 데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 알게 한 작품이에요.”
이성경은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스포츠경향을 만나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드라마 ‘사랑이라고 말해요’ 우주를 연기하며 느낀 소감, 상대역 김영광과의 호흡 등에 대해 들려줬다.
이성경은 기자를 맞이하면서 “우주로 있었던 시간과 ‘사랑이라고 말해요’에 대해 얘기 나누고 싶었다”고 아이처럼 미소 띠었다. 도화지처럼 하얀 피부와 밝은 갈색 눈을 가진 배우 이성경은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로 데뷔했을 때와 같은 순수한 눈빛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이성경은 ‘사랑이라고 말해요’에서 하루아침에 가족과 추억이 깃든 집을 빼앗긴 뒤 복수를 결심하는 심우주를 연기했다. 우주는 아빠의 불륜 상대와 그 아들인 동진(김영광)에게 복수하기 위해 동진이 운영하는 회사 최선전람에 입사한다. 그런데 동진을 불행으로 밀어 넣으려 애쓸수록 동진을 향한 우주의 마음은 어느새 사랑으로 가득 차오른다.
그는 우주와의 싱크로율에 대해 “우주처럼 사람들한테 날이 선 말은 하지 못하고 오히려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지 않을까 걱정하는 편이다”며 “저도 집에서는 장녀이기 때문에 우주가 느끼는 책임감 그런 부분에서는 많이 공감했다”고 말했다.
“처음엔 장례식장 신에서 날 선 대사들 때문에 우주가 굉장히 다크하고 센 캐릭터인 줄 알았어요. 근데 내뱉은 말은 셌지만, 사이다처럼 멋지게 말하지는 못했고 오히려 더 상처받고 말았잖아요. 복수하겠다고 찾아간 회사에 취직해서 며칠 동안 한 것도 없이 일단 째려보기만 하면서도 뭘 하겠다고 발악하진 않죠. 그래서 더 매력적으로 느껴졌어요.”
우주가 지극히 현실적이어서 좋았다는 이성경은 드라마를 통해서 배운 점을 들려줬다.
“동진은 사랑을 잃어서 생기 없이 살아갔고 우주는 가족에 대한 사랑 하나만으로 버티고 살아가는 인물이에요. 두 주인공이 굉장히 푸석하고 무채색 같은 삶을 살았지만, 사람처럼 사는 삶으로 바뀌어 가고 있잖아요. 저는 그 점에서 느낀 점이 많았어요. 사랑이 사람에게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 알게해 준 작품이에요.”
과거 모델 활동 시절부터 김영광과 친했던 이성경은 이번 작품에서 열애설이 날 정도로 찰떡 케미를 과시했다.
그는 김영광에 대해 “많이 고민하고 작은 것까지 고려하더라”며 “분명 잘하고 있고 너무 쉽게 해낼 것 같은 것도 결코 허투루 넘기지 않는다”고 추켜세웠다.
“어느 날 감독님이 찾아와서 ‘성경 씨, 진짜 힘드니까 오히려 밝아지네요’라고 하시는 거예요. 제 성격이 힘들 때 처지면 더 쳐지니까 일부러 밝아지는 게 있거든요. 제가 오해받지 않게끔 영광 오빠가 감독님한테 미리 말해준 거예요. 서로를 너무 잘 알다 보니까 더 배려해주고 잘 챙겨주더라고요. ‘되게 섬세하고 좋은 파트너구나’라고 느꼈죠.”
또 파트너 이상으로 배울 점도 많았다고 했다.
“제가 우주에게만 집중하고 있을 때 영광 오빠는 감독님들과 함께 작은 신 하나를 놓치지 않으면서 더 좋은 것들을 찾아서 만드는 작업들을 했어요. 뒤에서 카메라 감독님하고 ‘이 신에서는 어떤 부분을 살려서 연출할까요?’ ‘여기서 동진이가 넘어오게끔 연출할 거예요’라고 나눈 대화들이 방송을 보니 생각나는 거예요. ‘나는 진짜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아이였구나’라고 느꼈어요. 촬영이 끝난 지금까지도 배우는 중이에요.”
어느덧 10년 차 배우가 된 이성경은 ‘역도요정 김복주’ ‘치즈인더트랩’ 등에서 인상적인 연기로 하나하나 필모그래피를 쌓고 있다. 또 ‘낭만닥터 김사부2’를 통해서는 연기력도 인정받는 등 배우로서의 입지를 더욱 다졌다.
“믿을 수 없어요. 사실 제가 연기를 시작한 지 얼마나 됐는지를 생각한 적이 없어요. 그래서 아까 엄청나게 깜짝 놀랐거든요. 그런데 문득 ‘이렇게까지 부족하면 안 되는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스스로에 대한 평가가 박한 편이라는 이성경은 자신의 작품을 잘 돌려보지 못한다고 털어놨다. 그는 “쉴 때 가끔 몰아보고 최근에는 ‘낭만닥터’ 시리즈 때문에 시즌2 정주행을 했다”며 “다시 보기를 볼 때마다 부족한 것밖에 안 보이더라”고 고백했다.
당근을 주기보다는 끊임없이 자신을 채찍질하며 달려온 그다.
“저는 제가 단 한 번도 유명하다고 생각한 적이 없어요. 한 명이든 여러 명이든 누군가에게 작아도 나쁜 영향을 끼치지 말자고 다짐했기 때문에 열심히 살 수 있었죠. 그래서 제가 흔들릴 때마다 저한테 더욱더 엄격한 기준을 들이밀었던 것 같네요.”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물었다.
“사랑하는 사람이 힘들 때 손잡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게 제 꿈이에요. 그러려면 우선 저부터 건강해야 하잖아요. 이 순간도 ‘후회 없이 진심이었냐’고 생각하면서 목표와 기준을 잘 잡고 가려고 노력하는 중이에요.”
김하영 온라인기자 hayoung071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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