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기업들, 창작자 처우 개선 앞장서야"

"웹툰 등 디지털 콘텐츠 등장
창작자 친화 생태계 조성 시급"
업계 전반 자성 목소리 커져

만화 '검정고무신' 작가 고(故) 이우영 씨가 저작권 법적 공방 도중 세상을 떠난 소식이 알려진 후, 창작자 처우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문화콘텐츠 산업 내 불공정 관행을 규제하기 위한 법안이 국회 상임위 문턱을 넘은 가운데 정보기술(IT) 업계도 자체적으로 창작자의 수익 창출을 돕는 구조를 마련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지난달 29일 전체회의에서 '문화산업의 공정한 유통환경 조성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의결했다. 법안은 문화산업의 공정한 유통 환경을 만들기 위해 금지행위 유형을 구체적으로 직시했다. 지식재산권(IP)의 양도를 강제하거나 무상으로 양수하는 행위, 제작 방향의 변경이나 제작인력 교체 등 제작 활동 방해 행위 등이 포함됐다.

업계 자체적으로도 창작자의 수익 창출을 돕는 다양한 시스템을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제2의 검정고무신'과 같은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창작자 친화 생태계를 조성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동안 많은 창작자들은 작품에 대한 권리를 포기하는 계약을 진행해왔다. 만화를 그린 후 출판 계약을 체결하면, 선불금과 인세를 받는다. 하지만 이후 출판물을 바탕으로 대형 콘텐츠사에서 연락이 와 영상화 사업을 진행하게 돼도 창작자는 권리가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추가 수익을 한 푼도 얻을 수 없다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웹툰 등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콘텐츠가 나오면서 이 같은 수익 분배 구조나 창작자 권리는 조금씩 강화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네이버웹툰의 경우, 작품의 저작권은 모두 창작자가 보유하고 있다. 계약, 수익 배분 모델 등이 모두 창작자 친화적으로 설계돼 있다는 설명이다. 또 온라인 연재, 출판, 영상화, 게임 등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창작자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최경진 가천대 법학과 교수는 "창작자가 콘텐츠 유통사와 계약을 할 때 어느 일방이 이익을 독점적으로 가져가는 구조는 적절치 못하다"며 "과거에는 하나의 창작물로 어디까지 수익을 낼 수 있을지 가늠하기 어려웠지만, 이제 상황이 달라진 만큼 창작자도 유통사도 이를 인지해 계약서에 반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