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코인 상장 비리 임직원 구속···거래소에 ‘상장 기준’ 없었다
검찰이 가상통화를 상장해주는 대가로 수십억원의 뇌물을 받은 코인원 임직원들을 구속했다. 이들에게 금품을 제공한 브로커 두 명도 구속됐다. 검찰은 코인 거래소가 별다른 상장 기준 없이 코인을 상장해온 사실을 확인했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 제1부(부장검사 이승형) 가상자산 비리 수사팀은 코인원 상장 리베이트 비리를 수사해 코인원 상장 총괄 이사였던 전모씨, 상장팀장 김모씨를 배임수증재 등 혐의로 구속했다고 11일 밝혔다. 브로커 고모씨와 황모씨도 함께 구속됐다.
검찰에 따르면 전씨는 2020년부터 2년8개월간 고씨와 황씨로부터 20억원 가량을 받았다. 김씨는 10억4000만원 상당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이 돈을 받은 대가로 상장한 코인은 처음부터 시세조종이 예정돼 있었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이들은 이른바 ‘펌핑 작업’으로 불리는 마켓 메이킹(Market Making·MM) 작업을 통해 코인 가격을 뻥튀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자전거래를 통해 거래량을 증가시키고, 이를 미끼로 투자자들을 끌어들여 코인 가격을 올리는 방식이다.
검찰은 MM 업체의 시세조종 정황을 확인했으나 코인의 시세조종을 처벌할 수 있는 현행법이 없어 업무방해 혐의를 적용했다. 주식의 경우 자전거래를 통해 가격을 올리면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처벌받는다. 그러나 코인은 아직 증권성이 인정되지 않아 자본시장법을 적용하기 어렵다. 검찰 관계자는 “시세조종에 사기 혐의를 더해 처벌한 사례는 있지만 코인 시세조종만을 놓고 처벌한 사례가 없다”며 “시세조종이 거래소의 업무를 방해했다는 혐의로 기소했다”고 설명했다.
거래소가 명확한 기준 없이 코인을 상장해온 사실도 드러났다. 검찰은 전씨와 김씨처럼 상장 업무를 전담으로 하는 임직원 몇 명이 자의적으로 판단해 코인을 상장해왔다고 했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는 상장 여부를 결정하는 상장심의위원회를 만들어 심사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특정인이 하던 업무를 위원회가 나눠서 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다만 상장심의위원회도 정량적인 상장 기준을 갖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은 이번 강남 납치·살인 사건의 발단이 된 퓨리에버 코인에 대해서도 “발행재단이 영세하고 부채비율이 매우 높은 등 재정상황이 불량했음에도 거래소에 단독 상장됐다”며 “상장 직후 MM을 통한 시세조종-고가매도 행위로 다수 투자자의 피해가 발생해 결국 비극적 사건에 이르게 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팀은 앞으로도 상장브로커 및 MM업체와 결탁하여 시세조작으로 부정한 이익을 취득한 코인 시장조작세력들에 대해 엄정하게 수사하고, 그들이 취득한 범죄수익을 추적해 환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홍근 기자 redroo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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