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명에 집단 괴롭힘 당했는데… 학교는 "화해하라" [학교폭력, 씻을 수 없는 상처 (中)]

노유정 2023. 4. 11.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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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 조사 요청해도 "학폭 아냐" 김양은 전북 익산시 소재 중학교에 다니던 당시 같은 학교 학생 A양과 A양의 친구 등 14여명에게서 학교폭력을 당했다.

끝내 김양이 전남에 있는 학교로 전학을 가고 나서야 전학 간 학교에서 학교폭력 사안으로 인정해 학교폭력심의위원회가 열렸고, 가해자들은 소년감호 1~3호 수준의 처분을 받았다.

정보공개를 청구해 학교에서 받은 김양의 상담일지 사본에 부정확한 내용이 적혀 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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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태도에 두번 우는 피해자
사실조사 요청해도 미루더니
"학교폭력 아니다" 사건 축소
상담일지에 잘못된 기록 많아
원본 청구하자 "공개 안된다"

#. 김모양(15)은 요즘 편도 4시간 30분 가량 걸리는 학교에 다니고 있다. 지난해 학교폭력으로 정신적 피해를 입고 다른 지역의 학교로 전학을 갔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2차 가해는 계속되고 있다. 김양의 아버지 김모씨(46)는 지인을 통해 김양이 이전에 다니던 학교 학생들 사이에서 '김양이 학폭 가해자여서 전학을 갔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김씨는 "학교에서는 사건이 진행될 때부터 사건을 축소하려고 했었고 이제는 2차가해까지 벌어지고 있다"며 "개인이나 한 가정이 이 싸움을 지속적으로 끌고 가느라 굉장히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학교에 조사 요청해도 "학폭 아냐"
김양은 전북 익산시 소재 중학교에 다니던 당시 같은 학교 학생 A양과 A양의 친구 등 14여명에게서 학교폭력을 당했다. 지난해 5월부터 8월께까지 이들은 김양의 어깨 부위를 치고 지나다니고 비웃는 등 괴롭힘을 지속했고, 다른 학생들에게도 김양을 멀리하라고 했다. 학생들이 자신을 피하는 느낌에 김양은 급식실에서 식사를 하는 게 눈치보여 두달 가량 점심식사를 거르기도 했다. 교내에서 도난사고가 발생하자 가해자들의 증언으로 인해 범인으로 몰린 적도 있었다. 이렇게 시달린 김양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와 위장염 및 결장염까지 겪게 됐다.

그러나 김양 측 요청으로 열린 학교폭력심의위원회 결과는 만족스럽지 않았다. 김양 측이 사실조사를 요청했음에도 이래저래 미룬 학교는 이 사건이 학교폭력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오히려 가해 학생들과 화해할 것을 권했다. 김씨는 "단순하게 생각하면 14명이 집단 괴롭힘을 했는데 단순 장난이라고 판단하는 것도 말이 안되지 않느냐"며 "학교장 재량으로 판단하는 것이 부정확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끝내 김양이 전남에 있는 학교로 전학을 가고 나서야 전학 간 학교에서 학교폭력 사안으로 인정해 학교폭력심의위원회가 열렸고, 가해자들은 소년감호 1~3호 수준의 처분을 받았다.

■내 딸이 쓴 기록인데…"공개 안돼"
그 과정에서도 김씨로서는 납득할 수 없는 일들이 있었다. 정보공개를 청구해 학교에서 받은 김양의 상담일지 사본에 부정확한 내용이 적혀 있던 것이다. 김양의 상담일지 사본에는 김양이 태권도 학원을 다닌 적이 없는데도 태권도를 배운 적 있다는 등의 잘못된 기록이 포함돼 있었다. 관련 질문지 사본에서는 '친구가 없어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라는 문항에 김양이 '미확인'으로 체크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원본과의 대조 필요성을 느껴 원본 공개를 청구했으나 학교 측은 기각했다. 학교 측에서는 '이미 사본을 제출했고 원본 파일은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제1항제6호 규정에 의거해 개인 정보에 관한 사항으로서 공개될 경우 개인의 사생활을 침해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나현경 학교폭력 전문 변호사는 "청구자 자신이 직접 작성한 자료는 그 가운데 타인의 주민등록번호 정도는 가리는 방식으로 공개돼도 개인정보보호에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

그러나 전북 익산교육지원청 소속의 한 장학사는 "그 상담 기록에 대한 권한은 전부 다 학교가 갖고 있어 정보 공개 권한은 학교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후 재차 정보공개를 청구하자 학교에서는 △피해자가 직접 작성한 문서는 학교에서 제출할 필요성이 없어보이는 점 △계속된 정보공개 청구는 기각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기각했다.

김양 사건을 담당했던 해당 학교 교사는 파이낸셜뉴스의 취재에 응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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