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영양제 최선 아닐 수도 있다" 필라멘토가 밝혀드립니다"
삼성생명에서 평범한 직장 생활을 하는 박준형(34)씨는 오는 17일 스타트업의 대표가 된다. 영양제 추천 플랫폼 '필라멘토'가 그의 회사다. 필라멘토는 삼성생명의 사내 1호 스타트업이다. 직장인 대다수가 사업에 대한 꿈을 품기 마련인데, 박 대표는 사내 스타트업 제도를 통해 꿈을 실현했다.
평소 건강에 관심이 많았던 박 대표는 여러 영양제를 챙겨먹고 있었는데 특별히 몸이 좋아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박 대표는 "제가 먹고 있는 영양제가 저에게 잘 맞는 건지 알고 싶어 관련 애플리케이션(앱) 등을 찾아봤는데 도움이 되는 곳을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해결책을 찾지 못한 그는 직접 영양제를 만들어 사업화해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품게 됐지만 회사원 입장에선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머릿속으로만 구상하던 사업은 지난해 삼성생명이 때마침 시작한 사내 스타트업 제도를 통해 현실로 한걸음 나아갔다. 영양제 추천 플랫폼이라는 아이디어로 사내 스타트업 공모에 지원해 합격했고, 사업화 과정을 밟을 수 있게 됐다. 의지가 있는 곳에 운이 따라온 셈이다. 머릿속으로 따끈따근한 아이디어를 구상하고 있던 상황에서 사내 스타트업 공모 공지가 올라왔기 때문이다.
삼성생명에서 AM(애플리케이션 매니저)인 그는 시스템 개발이나 유지·보수 업무를 맡고 있었는데, 주로 신계약이나 청약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일을 했다고 한다. 박 대표는 "새로운 시스템 개발을 주로 했던 만큼 기획하는 일에는 자신이 있었고, 이런 경험이 사내 스타트업 공모 과정에서도 도움이 됐던 것 같다"고 말했다.
사내 스타트업 1기로 선발되면서 지난해 7월부터 업무를 떠나 본격적으로 필라멘토를 만드는 작업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처음 3개월간은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데 몰두했으며, 이후 앱을 만들기 시작해 지난해 7월 초기 베타앱을 론칭했다.
필라멘토는 이미지를 텍스트로 전환하는 OCR(광학문자인식) 기술을 활용한 영양제 조합 평가 플랫폼이다. 한번의 촬영으로 복용 중인 영양제를 평가해주며, 영양제 인식률은 95%를 넘는다. 영양제 조합 분석을 통해 고객의 성별·연령별 영양소 과부족 현황, 제품간 상성(相性·서로 성질이 맞음), 주의사항 등 정보를 제공한다. 지난해 7월 베타앱을 론칭한 이후 다운로드 수 3만, 영양제 조합평가 3만건을 달성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용자들의 평가도 긍정적이다.
박 대표는 "저희 앱은 사진 한번만 찍으면 영양제를 제대로 먹고 있는지 평가받을 수 있다"며 "최대한 쉽고 편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데 중점을 뒀다"고 전했다.
삼성생명에서도 필라멘토의 가능성을 높게 평가, 마침내 사내 스타트업 1호 분사를 결정했다. 오는 17일 필라멘토 법인이 설립되면 박 대표는 본격적으로 벤처인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2년전까지만 해도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박 대표는 삼성생명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사업은 꿈도 꾸지 못했을 것이라고 돌아봤다. 박 대표는 "앱 개발 과정에서 회사측이 사내공모를 통해 인력을 충원해줬으며, 사내에 업무 공간도 마련해줬다"며 "무엇보다 금전적인 지원이 없었다면 독립은 힘들었을 것"이라고 귀끔했다.
홀로서기를 시작하게 된 박 대표는 직원도 2명 뽑았다. 박 대표와 개발자, 약사 등 3명으로 출발하는 작은 발걸음이지만 박 대표의 포부는 작지 않다.
우선 필라멘토라는 이름에 담긴 의미처럼 앞으로 건강한 세상을 만드는 것이 첫째 목표다. 필라멘토(Pill & Life Mentor)는 '영양제와 삶의 멘토'라는 의미를 함축하고 있으며, 필라멘트(Filament)처럼 건강을 밝히겠다는 뜻도 있다. 박 대표는 "고객이 영양제를 고민할 때 가장 먼저 찾는 플랫폼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또 앱을 고도화하면서 올해 안에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이를 바탕으로 내년부터는 목표로 삼은 매출을 올리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향후 건강식 밀키트 추천 및 판매, 프리미엄 구독서비스 등을 추가해 헬스케어 종합서비스 플랫폼으로 발돋움할 방침이다. 삼성생명도 필라멘토가 벤처 생태계에서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에 나설 예정이다.
삼성생명 사내 스타트업 1호 분사라는 상징성도 갖게 된 만큼 책임감도 크다. 박 대표는 "삼성생명 사내 스타트업 제도를 통해 귀중한 창업 기회를 얻게 됐다"며 "회사에서 믿고 투자한 돈을 허투루 쓰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이어 "제가 먼저 나가서 잘돼야 다른 팀들도 더 과감한 도전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삼성생명에서 두번째, 세번재 분사할 팀들이 더욱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좋은 결과를 내는 것이 저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강길홍기자 sliz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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