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집어삼킨 산불…산림 379㏊ 태우고 8시간 만에 진화
11일 강원 강릉지역 산림과 주택, 펜션 등을 집어삼키고 사망자 1명을 발생시킨 강릉 산불이 8시간의 사투 끝에 진화됐다.
소방청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22분께 강원 강릉시 난곡동의 한 야산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강풍을 타고 인근 민가 등으로 불길이 확산되면서 소방청은 오전 9시18분께 발령된 소방대응 2단계를 오전 9시34분께 대응 3단계로 격상했다. 산불로 소방 대응 3단계가 발령된 것은 올해 들어서는 처음이다.
소방 대응 1단계는 1개 시·군·구 자원으로, 2단계는 2∼4개 시군구 자원으로 대응한다. 3단계는 5개 이상 시군구 자원이 동원된다.
이와 함께 소방청은 소방동원령 2호를 발령했다. 소방동원령은 대형 화재나 사고, 재난 등 긴급상황 발생 시 부족한 소방력을 타지역에서 지원하는 것이다. 산림청과 소방청은 헬기 4대를 비롯해 장비 396대와 진화대원 등 2천764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오후 5시를 기준으로 동원령은 해제됐다.
이날 경기도소방재난본부는 인력 127명과 펌프차 등 장비 49대를 지원했으며 상황대책반을 운영, 현장지원단과 동원소방력 지원 관리에 나서기도 했다.
이번 산불로 축구장 면적(0.714㏊) 530배에 이르는 산림 379㏊가 잿더미로 변했다. 또한 주택과 펜션, 호텔 등 72채가 전소 또는 부분 소실되는 피해를 봤다. 강릉시는 경포동과 산대월리, 산포리 일대에 주민 대피령을 내렸고 주민 557명과 투숙객 708명이 대피했지만 전소된 주택에서 70대 노인 A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또한 주민 1명은 대피 중 2도 화상을 입었으며 진화 중이던 소방대원 2명이 가슴 부근에 2도 화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산불은 발생지점에서 2㎞가량 떨어진 해안가로 번진 데 이어 북쪽으로 확산돼 강원도 유형문화재 50호인 강릉 방해정(放海亭) 일부가 소실됐고 경포호 주변에 있는 작은 정자인 상영정과 인월사가 전소됐다. 문화재청은 문화재 인근에 물을 뿌리고 경포대(鏡浦臺) 현판을 떼어내 오죽헌박물관으로 옮기는 등 대응 작업에 나섰다.
산불은 화재가 발생한 지 8시간8분 만인 이날 오후 4시30분께 진화됐다. 산림당국은 이번 산불의 원인을 강풍으로 인한 전선 단락으로 추정하고 있다. 강풍으로 나무가 부러지면서 전선을 단락시켰고 그 결과 전기불꽃이 발생해 산불을 일으킨 것으로 보고 있다. 조사 결과에 따라 산불 원인 제공자에게 산림보호법에 따른 형사책임을 물을 방침이다.
남성현 산림청장은 “관계 기관이 유기적으로 협력해 조기에 산불을 끄지 않았나 싶다”며 “마지막까지 뒷불 감시를 철저히 해달라”고 당부했다.
김은진 기자 kimej@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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