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몰고 오는 ‘양간지풍’… 진화 헬기 10대, ‘태풍급 강풍’에 속수무책 [강릉 덮친 산불]

이규희 2023. 4. 1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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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초속 30m로 불어닥친 '양간지풍' 탓에 강릉 산불이 급속도로 확산, 막대한 피해를 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산불이 발생한 강릉시 연곡면의 최대 순간풍속은 초속 26.7m에 달했다.

봄철 동해안 대형산불을 일으키는 가장 큰 원인인 '양간지풍'으로 몸을 가누기 힘든 강풍이 불었다.

이날 초반에 산불 현장 투입된 진화 헬기 10대는 양간지풍에 힘을 쓰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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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풍, 태백산맥 넘으며 고온건조
작은 불도 순식간에 대형 화재로
기후변화 인한 ‘봄 가뭄’도 한몫
석달간 산불 377건… 10년來 최고

11일 초속 30m로 불어닥친 ‘양간지풍’ 탓에 강릉 산불이 급속도로 확산, 막대한 피해를 냈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산불이 발생한 강릉시 연곡면의 최대 순간풍속은 초속 26.7m에 달했다. 봄철 동해안 대형산불을 일으키는 가장 큰 원인인 ‘양간지풍’으로 몸을 가누기 힘든 강풍이 불었다.

11일 강원 강릉시 난곡동의 한 야산에서 난 불이 주택으로 번진 가운데 주민들이 긴급하게 대피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불을 몰고 온다는 의미에서 ‘화풍’이라고도 불리는 양간지풍은 강원 양양과 고성 간성 사이에서 국지적으로 부는 강한 바람이다. 3∼4월 남쪽에 고기압, 북쪽에 저기압이 놓이는 가운데 차가운 공기가 태백산맥을 넘으면서 불어드는 바람이 양간지풍이다. 강한 서풍이 태백산맥을 넘어가면서 풍속이 급증하고 고온건조해지기 때문에 산불의 주범으로 꼽힌다.
강풍으로 인해 화재 진화도 곤란을 겪었다. 이날 초반에 산불 현장 투입된 진화 헬기 10대는 양간지풍에 힘을 쓰지 못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이맘때 양간지풍이 부는 환경에선 불이 한번 붙기만 하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하는데, 헬기조차 띄우기 어려우니 비가 내려야 해결이 될 만큼 진화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악조건을 고루 갖춘 봄철 산불이 점차 빈번해지고 규모도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의 ‘2022년 이상기후 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과 지난해 산불 발생일수는 각각 80일, 98일로 최근 10년 평균(77일)을 크게 웃돌았다.

올해 산불 기세도 심상치 않다. 산림청에 따르면 올해 1∼3월 산불 발생 건수는 377건으로 최근 10년 사이 최고치를 기록했고, 피해 면적은 962.41ha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가 산불 발생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경고한다. 조성 원광대 소방행정학과 교수는 “올해처럼 산불이 동시다발적으로 많이 일어나는 건 전례가 없는 양상”이라면서 “봄 가뭄과 양간지풍만으로 최근 산불의 원인을 설명하기보단, 기후변화의 영향이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주장했다.

이규희 기자 lk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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