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위 이틀째…민주당은 '대선거구제' vs 국민의힘은 '도농복합형'?
[최용락 기자(ama@pressian.com),곽재훈 기자(nowhere@pressian.com)]
국회가 선거제 논의를 위한 전원위원회를 이틀째 이어갔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대선거구제 또는 소선거구제와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 조합을 통해 비례성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에서는 지방 소멸 대응을 위해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를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당 지도부의 '가이드라인'에 발맞춰 의원 정수 축소와 비례대표제 축소·폐지 주장을 되풀이했고, 이에 대해 민주당은 물론 여당 일각에서도 비판이 나오면서 본회의장 분위기는 후끈 달아올랐다.
민주당, 대선거구제 활용·비례대표제 확대 등 비례성 강화 중점
민주당 김상희 의원은 11일 국회 전원위원회에서 "양당 지도부에 간곡하게 부탁하고 싶다. 제발 진심을 갖고 선거법 개정에 임해달라"며 "먼저 우리 당의 이재명 대표님, 선거법 개정에 더 적극적인 의지를 보여달라. 정치개혁에 진심을 다했던 김대중, 노무현 두 분 대통령님 그리고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역사를 이끌어온 민주당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희 의원은 이어 "여당 김기현 대표님께 말씀드린다"며 "의원 정수를 줄여야 한다느니 소선거구제가 가장 바람직하다느니 하는 말씀 삼가주시기 바란다. 이는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깊이 고민하고 있는 의원들의 자유로운 의견 개진을 방해하는 것이다. 어렵사리 진행되고 있는 선거법 개정 논의를 무력화시켜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선거제 개혁의 방향에 대해 김상희 의원은 "지역구를 대선거구제로 바꿔서 정당명부식 비례대표를 도입하자"며 "1인 2표제로 유권자들이 먼저 선호 정당에 투표하고 개방형 명부로 비례 후보자에게 투표하면 표의 등가성과 비례성을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전국 비례대표제를 도입해 여성, 청년, 장애인 등의 대표성을 보장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상희 의원은 이어 "여성 대표성을 꼭 강조하고 싶다. 우리 국회 여성 의원 비율은 19.1%다. 경제 수준이 비슷한 호주나 캐나다, 이탈리아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현저하게 낮다"며 "개방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할 경우 여성 의원 비율 확보 대책을 가져야 한다. 정당의 지역구 공천에도 한 성의 비율이 70%가 넘지 않게 하는 장치를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민주당 김종민 의원도 "우선 서울과 6대 광역시만이라도 대선거구로 해보자. 중대선거구제로 부르든 비례식 대선거구제로 부르든 차이는 없다"며 "대도시야말로 대선거구가 필요한 지역이다. 서울과 광역시처럼 도시화되고 인구가 밀집된 지역에서 소선거구를 한다는 것은 솔직히 민망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울의 구청 단위를 갑, 을, 병으로 나누면 그 경계가 어디서 구별되는지 아는 주민이 얼마나 되겠나? 그 소선거구만의 차별화된 국회의원 임무가 얼마나 되겠나?"라고 지적했다.
김종민 의원은 "특별·광역시만 대선거구제를 해도 가성비가 좋다. 비례성, 국민 대표성, 다양성 다 높아진다"며 "정당의 유불리도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다. 민주당이 우세한 서울과 호남 선거구가 46개 정도다. 국민의힘이 우세한 서울과 영남 선거구가 46개 정도다. 절묘한 균형이다"라고 강조했다. 조응천 의원도 "한 선거구에서 5명 이상 뽑는 중대선거구제"를 주장했다.
다만 민주당 박상혁 의원은 "현행 소선거구제를 보완하고 실현 가능한 개혁으로 나아가는 것이 가장 합리적 방안"이라며 "중대선거구제 도입 고민을 충분히 이해하지만, 현실정치에서의 역효과도 돌아봐야 한다. 중대선거구제가 참신하고 유능한 인물의 당선에 기여하고 의회 다양성을 가져올지 의문"이라고 했다. 박 의원은 "인지도가 높은 후보를 중심으로 다수표를 획득해 정치 신인들에게는 오히려 큰 장벽이 될 가능성도 분명히 있다"며 "일정한 고정표를 얻으면 당선되기 때문에 오히려 조직선거가 중요해지고 그에 따라 돈 많은 사람, 힘 있는 사람이 더 당선될 환경이 조성될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문정복 의원도 중대선거구제 도입 반대를 주장하며 "승자 독식의 소선거구제가 사표를 던진 국민들의 민의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과 특정 지역을 독식하는 지역주의를 심화시킨다는 이유라면, 지난 대선에서 47.9의 의사가 사표가 된 대통령 선거제도를 바꾸자는 뜻이냐"며 "중대선거구제는 개혁적이고 소선거구제도는 반개혁적이라는 이분법적 사고는 국민들께 대단히 큰 혼란을 야기시키는 발상"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이용빈 의원은 이에 대해 "개방명부식 대선거구제 도입과 함께 권역별 연동형 비례대표제와 석패율제 도입을 제안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대선거구제가 유명인사나 명망가에게 유리한 구조라는 비판도 있지만 당내 경선 방식을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충분히 해볼 만하다"고 반론했다.
민주당은 전날에 이어 비례대표제 확대와 권역별 비례제 도입 주장도 이어갔다. 민주당 고용진 의원은 "정치학자들은 비례 의석 비중이 지역구의 절반 이상이 되어야 최소한의 비례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며 "즉 지역구와 비례 의석수의 비율은 최소 2:1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고 의원은 "비례 의석을 늘리지 않은 상황에서 권역별 병립형 비례대표제를 채택하면 소수 정당의 국회 진입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고 비례성 문제는 더욱 악화될 것"이라며 "비례 의석을 늘려 비례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지역구를 줄이거나 의원 정수를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정훈 의원도 "최소 의석이 보장된 권역별 비례대표제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민주당에서는 조응천 의원이 유일하게 비례대표제 폐지론을 주장했다. 조 의원은 "현행 비례대표제는 전문가, 정치적 소외계층의 목소리를 국회에 반영하겠다는 본래 취지와는 거리가 멀다"며 "오히려 양대진영의 전사를 양성하는 수단으로 전락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이유를 들었다. 조 의원은 "비례대표제를 없애고 한 선거구에서 5명 이상 선출하면, 각계 전문가, 소외 계층을 대표하는 후보자들이 대거 선출되고 소수 정파 역시 후보자가 득표한 만큼 의석을 확보할 길이 열려 비례대표의 본래 취지도 살릴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지방 소멸 대응 위한 도농봉합형 중대선거구제 주장 분출
국민의힘에서는 '도농복합형 중대선거구제' 도입 주장이 다수 의견을 형성했다. 국민의힘 이양수 의원은 "선거제 논의의 가장 큰 원인은 지역주의 해소, 사표 감소, 그리고 인구 소멸 위기에 대한 지방성 확보 문제"라며 "그런 면에서 지역구 국회의원 선출에 도농복합선거구제를 도입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회의원 지역 선거구제를 이원화해 도시 지역은 하나의 선거구에서 선출하는 국회의원 정수를 4인 이상 6인 이하로 하고 농촌 지역은 인구, 행정 구역, 지리적 여건, 교통생활, 문화권 등을 고려해 1인을 선출하는 선거구로 하는 방식"이라고 부연했다.
이양수 의원은 "도시 지역에서는 중대선거구제를 적용해 사표 최소화라는 장점을 살리고 한 행정 단위에서 분리됐던 국회의원 선거구를 통합해 유권자들의 지역 정체성에도 부합하게 될 것"이라며 "그러나 가파른 인구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산·어촌에는 지역 대표성 확보를 위해 1인 선거구 유지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양수 의원은 권역별 비례대표제에 대해서도 "권역을 단일화해 비례대표 선거를 실시하면 열세지역에서의 비례대표 당선인 배출을 통해 권역별로 다양한 정당 의원 선출이 가능해져 지역주의 완화에 기여한다"며 "비례대표 의원들이 지역 대표성을 갖고 선출돼 활동함으로써 지역의 의견을 입법 과정에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대표성을 강화할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언급했다.
국민의힘 황보승희 의원도 "지방 소멸 위기, 인구 위기,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불균형을 극복하기 위해 도농복합 선거구제가 좋은 대안이라고 생각한다"며 "정개특위도 도농복합 선거구제의 첫 번째 기대 효과로 지방 대응 소멸을 꼽고 있다. 도시 지역 선거구 구역을 확대해 3인 이상 국회의원을 선출하고 농촌 소선구제를 유지해 1인을 선출하는 안"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이달곤 의원은 '중대선거구제'로 뭉뚱그릴 게 아니라 '중선거구제' 도입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달곤 의원은 "대선거구제는 많은 후보자가 나오고 단시일 내 후보자 간 차이를 인지하기가 대단히 어렵다. 그리고 1등 당선자와 마지막 당선자 간 득표율이 굉장히 차이가 나기 때문에 마지막(순번 당선) 하는 사람들은 대표성을 발휘하기 어렵다"면서 "대선거구제는 어렵다고 보고, 2~4명 정도의 중선거구제를 수도권, 서울에 한 번 실시해 보면 어떠냐 하는 생각"이라고 했다.
이달곤 의원은 또 "수도권 선거구를 줄이는 것을 제안한다"며 "서울은 물리적 구조상으로 도시형태가 다 갖춰져 있다. 때문에 구청 단위로 두세 사람이 (주민을) 대변할 필요는 없고, 유사성이 있는 구끼리 묶어서 중선거구제를 해보면 지역구 의석 수도 여기서 조금 줄일 수 있다고 본다"고 제안했다.
반면 국힘의힘 내에서도 김선교 의원은 "주로 다선 의원님들이 인지도가 높기 때문에 중대선거구제를 많이 제안하는 것 같다"며 "인구 소멸의 위기를 맞은 농·산·어촌 지역은 소선거구제로 지역 대표성이 고려될 수 있어야 한다. 한편 전국 단위 중대선거구제 도입 문제는 신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선교 의원은 "전국 단위 중대선거구제를 일괄 도입한다면 오히려 양당제가 공고해질 뿐이라는 분석도 있다"며 "과거 유신 정치 제도로 불리던 중선거구제가 여야 동반 당선, 여야 나눠 먹기 식 제도라는 반성 끝에 민주화 이후 총선에서 소선거구제가 도입되었던 배경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용판 의원도 "소선거구제는 사표가 많이 나오고 다양성이 보장되지 않는 것이고, 3~5명을 뽑는 중대선거구제는 다양성이 보장되는 정의의 사도인 양 얘기하고 있다"며 "과연 그런가? 미국·영국·프랑스·일본 등 민주주의가 안착된 선진국가는 모두 소선거구제"라고 했다. 김용판 의원은 "소선거구제의 강점이 훨씬 크기 때문에 전국 모두 현행 소선거구제 유지가 필요하며 그 방향이 맞다고 믿는다"고 주장했다.
김기현 '가이드라인' 여파?…여야, 의원정수·비례대표 축소 두고 격돌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도 의원 정수, 비례대표제 축소 주장을 수 차례 반복했다.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을 맡고 있는 유상범 의원은 "국회의원 정수를 감축하고 비례대표 제도 역시 대폭 축소하는 것이 국민의 뜻이자 명령"이라며 "국회의원 숫자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의원 정수 확대 주장은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애써 외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의원은 "선거 제도 개편이 화두가 될 때마다 국민들은 일관되게 의석수를 늘리는 것에 반대하고 있다. 2015년 설문 조사 결과를 보면 57.6%가 부정적이었고 이번 달 조사에서는 59.9%가 의석수를 줄이라고 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조경태 의원도 "비례대표제 폐지, 국회의원 정수 축소를 주장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다"고 했다.
이양수 의원은 다만 "정개특위에서 선거제 논의 과정에서 의원 정수를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하지만 의원 정수 증가는 국민의 동의를 얻기가 대단히 어렵다"며 "의원 정수 확대는 국회가 국민의 신뢰를 확보한 이후에나 논의가 가능하다"고 했다. 결론은 같았지만, 다른 의원들과의 주장과는 다소 구분되는 면이 있었다.
야권에서는 국민의힘 주장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무소속 양정숙 의원은 "헌법 41조 3항에는 국회의원의 선거구와 비례대표제 기타 선거에 관한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고 명시돼 있다"며 "비례대표제는 개헌(을 하지 않는 상황)에서 폐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신정훈 의원은 "최근 국민의힘에서는 (비례대표를 줄여) 의석수 30석을 줄이자는 주장을 하고 있다"며 "이 방향은 지역주의 정치, 승자 독식을 강화하는 퇴행적 조치일 뿐"이라고 일갈했다.
고용진 의원도 여당발 의원 정수 감축 주장에 대해 "우리 정치의 고질적 문제인 지역주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비례 의석을 늘려 강화하자고 하는데 아예 비례 의석을 줄이자고 얘기한다"며 "손익 계산만 앞세운 반정치적 포퓰리즘이고 전원위원회의 폭넓은 의미를 가로막는 가이드라인이 아닐 수 없다. 국가의 미래보다는 총선 승리만 앞세우는 근시안적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여당 일각의 '비례대표제 폐지' 주장에 대해서는 여야 모두에서 비판이 나왔다. 민주당 박상혁 의원은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비례대표제 폐지를 주장하는 것은 정략적 포퓰리즘의 대표적 현상"이라며 "국민이 비례대표제에 대해 갖는 비판은 투명성과 공정성에 대한 의구심이지 제도 그 자체에 대한 것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은 "합리적인 선거제 개편은 안중에 없고 오히려 의원 정수 축소 같은 주장으로 떨어진 지지율을 만회해 보려는 얄팍한 꼼수"라고 부연했다.
탈북자 출신인 국민의힘 비례대표 지성호 의원도 이날 토론에서 '전국 병립형 비례대표제' 회귀를 주장하면서도 "비례대표제는 기성 정치인에 비해 영향력은 정지만 특정 계층, 직능, 연령, 젠더 전문성을 가진 인물들이 의회에서 각 분야 유권자를 대표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일부 단점과 부작용은 민주적 절차를 통해 해결해 나가야지 초가삼간을 태우는 방식으로는 안 된다"고 소신 있는 주장을 펴 눈길을 끌었다. (☞관련 기사 : 탈북자 출신 지성호 "비례대표, 실보다 득이 큰 제도")
민주당 최혜영 의원도 "비례대표 의석 확대가 필요하다"며 "민주화의 진전에도 비례대표 의석 비율은 늘지 않고 오히려 줄고 있다"고 했다. 최 의원은 "비례대표를 늘리기 위해서는 의원정수 확대도 해야 한다"며 "우리나라 국회의원 정수는 총인구가 2000만 명 수준이던 제4대 국회 당시 233명이었으나, 인구 5000만인 지금도 300명에 머물고 있다. OECD 38개국 중 (연방제인)미국·멕시코·일본 다음으로 의원 1인당 인구 수가 많다"고 지적했다.
최 의원은 또 "단순히 숫자의 문제만이 아니라 국정운영이 전문화되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사회 각분야의 전문적 지식과 능력을 갖춘 인물을 더 많이 유입시켜 국회 정책개발 능력과 행정부 견제 기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일부에서는 오히려 의원 정수를 줄여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국회의원 특권은 강화하고 대표성은 약화시키는 일이다. 의원 1인당 인구수를 줄이면 국민 의사를 더 잘 대표할 수 있고 적은 수라는 희소성에 의해 발생되는 특권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최용락 기자(ama@pressian.com),곽재훈 기자(nowhere@pressi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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