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마른 대기·강풍에 불 확산… 소방헬기 오전 내내 발 묶여 [강릉 덮친 산불]

강승훈 2023. 4. 11.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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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강원 강릉시에서 난 초대형 산불은 매우 강한 바람에 건조한 날씨가 더해져 피해 규모를 키운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태풍급 강풍'에 한때 초대형 진화 헬기조차 발이 묶이며 공중 진화를 무력화시켰고 전적으로 지상 작업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순간풍속이 초속 30m 수준까지 거의 태풍 수준으로 분 탓에 산불이 더 빠르게 확산하고, 진화가 쉽지 않았다.

산불 진화 헬기가 계류장에 발이 묶인 것은 이륙 시 풍속 제한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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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진화 어려웠나
영동 전역 ‘건조·강풍경보’ 내려
나무가 전신주 덮치며 발화 추정
1시간 11분 만에 ‘최고대응’ 발령
전국 소방차 200여대 강릉 집결
오후에 바람 잦아들자 헬기 띄워
강풍 예보 계속… 잔불 진화 변수

11일 강원 강릉시에서 난 초대형 산불은 매우 강한 바람에 건조한 날씨가 더해져 피해 규모를 키운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태풍급 강풍’에 한때 초대형 진화 헬기조차 발이 묶이며 공중 진화를 무력화시켰고 전적으로 지상 작업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소방청은 최고 대응 수위인 소방 대응 3단계와 전국 소방동원령 2호를 발령했다.

산림청과 소방청 등에 따르면 이번 산불은 이날 오전 소나무가 강풍에 쓰러지는 과정에서 전깃줄을 건드리면서 불씨가 번져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날 강릉을 비롯한 영동지방 전역에는 건조 경보와 강풍 경보가 함께 내려져 있었다. 순간풍속이 초속 30m 수준까지 거의 태풍 수준으로 분 탓에 산불이 더 빠르게 확산하고, 진화가 쉽지 않았다. 초속 30m 강풍은 시속으로는 136㎞ 수준으로, 고속도로를 달리는 자동차와 같은 속도다.
11일 강원 강릉시 난곡동의 한 야산에서 난 불이 주택 인근으로 번지자 주민들이 화재 현장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오전 8시22분 산불이 시작된 뒤 오전 9시18분 소방 대응 2단계, 오전 9시29분 전국 소방동원령 1호 발령, 오전 9시42분 전국 소방동원령 2호 발령, 오전 9시43분 최고 수위인 소방 대응 3단계 발령 등 급박한 상황이 이어졌다. 산불로 소방 대응 3단계가 발령된 건 올해 들어 처음이다. 산림당국도 오전 10시를 기해 산불 2단계를 발령했다. 평균 풍속이 초속 7 이상, 예상 피해 면적은 30∼100㏊ 미만, 진화 시간 24시간 미만으로 예상될 때 내려진다.

산불 발생 초기에는 민가 4∼5채가 불에 타고 있는 모습이 목격됐다.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민가들이 모인 동해안 쪽 순포리 일대와 순긋해수욕장 쪽으로 빠르게 향했다. 발생 지점으로부터 2㎞가량 떨어진 곳이다. 오후 들어서는 남서풍이 불면서 북쪽으로 확산했다.

강풍 탓에 헬기 투입 자체가 불가능해 진화에 어려움을 겪었다. 산불 진화 헬기가 계류장에 발이 묶인 것은 이륙 시 풍속 제한 때문이다. 산림 당국은 8000L급 초대형 헬기 2대를 비롯해 헬기 10대를 투입했지만 워낙 바람이 강해 이륙조차 하지 못했다. 초속 20m 이상의 강풍이 불 때는 안전을 고려해 헬기가 뜰 수 없다. 강풍으로 담수조차 어려운 실정이었다. 담수하기 위해 하강하는 순간 자칫 안전사고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11일 강원 강릉 난곡동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 영향으로 경포해변 인근 골프장에 불이 옮겨 붙어 관계자들이 진화에 나서고 있다. 뉴시스
진화 작업의 핵심 전력인 헬기가 투입되지 못하면서 당국이 애를 먹었다. 다행히 오후 2시30분쯤 강릉 일대에 평균풍속이 초속 12, 순간풍속 19로 바람이 잦아들자 초대형 헬기 1대, 대형헬기 2대를 서둘러 띄울 수 있었다. 동시에 장비 400여대와 진화대원 등 2400여명이 사투를 벌였다. 미량이긴 했지만 때맞춰 내린 단비도 당국의 진화 작업을 도왔다.
오후 4시30분 현재 주불 진화율이 100%를 기록했다고 김진태 강원도지사가 언론 인터뷰에서 밝혔다. 당국은 잔불 진화작업을 이어가고 있지만 날씨가 변수다. 기상당국은 강릉을 비롯한 영동지방에 밤사이 태풍급 강풍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11일 강원 강릉시 난곡동 야산에 발생한 산불 현장에서 산림청 헬기가 물을 뿌리며 진화작업을 하고 있다. 강릉=남정탁 기자
기상청이 이날 오후 1시30분 발표한 기상정보에 따르면 강원 영동과 경북 동해안·전남 서해안·제주에 12일 아침까지 순간풍속이 20m(시속 70㎞)를 넘는 강풍이 불 전망이다. 특히 강원 산지에는 순간풍속 30m(시속 110㎞) 이상 강풍이 12일 아침까지 계속될 것으로 예보됐다. 단비 소식은 없다. 12일 전국이 다시 고기압 영향권에 들면서 맑을 것으로 예상된다.

강승훈 기자, 강릉=조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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