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이창용 "IT 빼면 성장률 1.9%…부동산 연착륙 가능성↑"

세종=유선일 기자 2023. 4. 11.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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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3.04.11.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1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 직후 가진 간담회에서 최근 외환시장 변동성 확대와 관련해 "너무 불안해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과거와 달리 한국은 '채무국'이 아닌 '채권국'이고 변동성에 대응할 다양한 방안도 있다는 설명이다.

최근 부동산 경기는 하락 속도가 둔화해 연착륙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평가했다.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대출과 관련한 새마을금고 등 금융권의 리스크와 관련해선 "감내할 수준"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이 총재와 일문일답.

-금통위원의 향후 3개월 내 최종금리 수준 전망이 궁금하다. 또한 외환시장 불안이 심해지면 결국 한은이 금리 격차를 좁히기 위해서 금리 인상 카드를 다시 꺼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최종금리에 관해서는 지난 2월과 같이 이번 회의에서도 5명의 금통위원은 당분간 최종금리를 3.75%로 가져갈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다른 한 명은 3.5%로 동결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씀하셨다.

5명이 3.75%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자고 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로 물가가 우리가 예상한 대로 둔화 흐름이 이어질 것이지만 앞으로 산유국의 추가 감산이 국제 유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공공요금 인상 시기와 폭 등을 고려할 때 특히 하반기 이후의 물가 경로에 대해 불확실성이 크다. 두 번째는 최근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후에 주요국, 특히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가 통화정책을 어떻게 가져갈지에 대해 아직 더 지켜봐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이런 불확실성이 계속되는 한 3.75%로 인상할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것이 5명의 의견이었다.

외환시장 불안을 만일 특정한 환율 수준을 염두에 둔다면 금리를 통해 반응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변동성이 클 경우에는 그 수준과 관계없이 금리뿐 아니라 여러 가지 다른 정책을 통해서도 거기에 반응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외환시장 위기와 관련해 말하자면 예전과 달리 우리는 채권국이다. 외화보유액도 4205억달러 넘게 남아있다. 그래서 어느 정도 무역수지 적자가 나든 또 어느 정도 변화가 있든 스스로가 예전처럼 너무 불안해할 필요는 없는 상황이다. 충분히 대처 가능한 여러 방안이 있다. 그래서 큰 폭의 변동성에는 언제든 대처할 수 있다.

-2월 금통위 때 (물가 경로 등의 불확실성을) 안개에 비유했다. 안개가 계속된다고 보는가. 또 시장에선 금리 인상 사이클이 끝났다고 평가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는가.

[서울=뉴시스] 사진공동취재단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04.11.

▶지난번에는 일곱 차례 금리 인상을 한 후에 처음 인상을 중단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안개를 통해 비유를 말씀드렸다. 지금 상황에서는 지난번 금통위 이후 물가 경로 등 기존 불확실성은 몇 가지 명확해진 반면에 그 후에 있었던 SVB, 크레디스위스 사태 등 새로운 불확실성이 많이 제기됐다. 그래서 아직 불확실성이 많이 사라졌다고 얘기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이번에 성장률 전망을 좀 낮출 가능성이 있다고 말씀드렸다. 이것은 우리나라만의 상황이 아니다. 1월에 미국과 유럽에서 경제 성장률이 예상보다 좋지 않겠냐는 기대가 있었는데 SVB 사태로 찬물이 끼얹어진 상황이다. 세계적으로 성장 둔화를 예측하고 있다.

우선 금융시장 반응에 대해 먼저 말하면 많은 금통위원들이 시장의 기대가 너무 과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금리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잠깐 인상을 중단하고 영향을 바라보자, 그리고 해외 상황이나 기타 상황의 변화 가운데 물가 경로가 우리가 예상하는 수준이 아니면 다시 인상할 수 있는 가능성도 열어두자"는 금통위원이 5명이다. 그런데 시장에서는 마치 올해 내에는 금리를 인하할 것 같은 기대가 많이 형성되고 있다. 특히 미국에 그런 기대가 형성되는 것에 따라 국내 금융시장도 영향을 받는 것으로 보고 금통위원들은 그런 견해가 조금 과도한 것 아닌가 생각하고 있다.

-최근 새마을금고 PF 대출 관련 시장 우려가 커지고 있다.
▶새마을금고뿐 아니라 부동산 PF에 대한 우려가 굉장히 많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부동산 경기가 지금도 하락은 지속되고 있지만 하락 속도가 많이 둔화했다. 기본적으로 부동산 시장이 연착륙할 가능성이 작년보다 커졌다. 기본적으로 부동산 PF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에 대해서는 부동산 가격이 가장 중요한 변수다. 금리를 동결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부동산 시장이 어느 정도 안정되고 부동산 PF에 대한 우려가 줄었으면 하는 것이 저희 생각이다.

부동산 PF 연체율 등을 과거와 비교해 보면 굉장히 낮은 수준이다. 국제적으로 비교해 봐도 부동산 관련 부실률이나 연체율이 금리 올라가는 것에 비해서는 다른 나라와 비교해 절대로 높은 수준이 아니다. 금융기관 자본금, 대손충당금을 봤을 때 새마을금고를 포함해 감내할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부동산 가격이 금리를 올렸기 때문에 조정되는 과정에서 일부 금융기관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한두 개 금융기관에 어려움이 생겼을 때 전체로 번지는 것을 막는 여러 가지 대응 대책과 툴을 마련하고 있다.

-2월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는 물가와 관련 '목표를 상회하는 높은 오름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가 이번에 '높은' 표현이 빠졌다. 근원물가가 예상치보다 조금 더 높을 것으로 보는 것과 '높은'이 빠진 것이 상충하는 것 같다. 또한 여전히 반도체 경기가 하반기에 반등 가능하다고 보는가.
▶'높은' 이란 단어를 바꾼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크게 보면 물가 경로를 예측할 때 '상반기는 조금 확실하지만 하반기는 굉장히 많은 불확실성이 있다'는 것을 반영한 결과라고 이해해달라.

반도체 가격은 물론 예측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하반기에 반도체 가격이 상승하지 않을 것이란 증거도 찾기 어렵다. 반도체나 IT(정보기술) 부문을 제외하고 올해 성장률을 보면 현 수준에서 1.9% 정도 된다. 그래서 연말까지 갔을 때에도 기조적으로 IT를 제외한 다른 부분의 성장률이 견고하다면 우리 성장률이 세계 다른 나라에 비해 절대로 나쁜 수치가 아니다. 세계가 다 성장률이 낮은데 우리만 혼자만 빠르게 성장할 수는 없다.

IT 경기가 회복될 것으로 생각하지만 회복되지 않더라도, 조금 늦게 회복되더라도 다른 부분의 성장률이 어느 정도 유지가 된다면 그것이 과연 금리로 대응할 상황인가에 대한 판단을 시장도 잘 해야 할 것 같다.


세종=유선일 기자 jjsy8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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