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 같지 않네” 조합장 해임하는 재건축 단지들 ... 해임 총회 요건 강화 ‘양날의 검’
”사업 진행 더뎌져”vs”독단 운영 제재 수단”
최근 재개발·재건축 사업장 조합장의 ‘중도 하차’ 사례가 심심치 않게 발생하고 있다. 조합장의 비위 행위가 명확할 경우엔 조합원들 입장에선 해임 추진이 필요하지만, 이 경우 재건축 사업 진행 속도는 한층 더뎌질 수 밖에 없다.
1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지난 9일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호계2동 일원에서 A조합장이 임시총회를 거쳐 해임됐다. 해당 구역은 DL이앤씨가 시공하는 1011가구 규모의 ‘안양 아크로 베스티뉴’다. A조합장이 매달 월 800만원씩 급여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조합원들 사이에선 “타 조합 사례 등에 견줘 보면 과도한 급여와 상여금을 받고 있다”며 불만이 제기됐다.
‘2022년 주택정비사업 조합 상근임직원 표준급여(안)’에 따르면 조합원 수가 500명 미만인 사업장의 조합장 평균 월급은 408만원이다. 별도로 지급되는 상여금은 400%다. 하지만 안양 아크로 베스티뉴 조합(조합원 437명)에 따르면 A조합장은 월 급여로 800만원, 상여금으로 600%를 가져갔다. 조합원들은 A조합장이 예산안을 300억원 부풀려 작성하면서 조합원들에게 과도한 분담금을 지게 했다는 점도 해임의 근거로 제시했다.
앞서 명일동 삼익그린2차아파트 재건축 조합도 최근 조합장 보궐 등 임원 선거를 진행해 신임 조합장을 선출했다. 해당 조합은 임금 책정 및 정관 수정 문제로 조합 내 갈등이 불거지면서 작년 5월 전임 조합장이 사퇴한 후 계속 공석상태였다.
성동구 성수전략정비구역 제4지구 재개발조합도 지난 2월 임시총회를 개최하고 조합장과 이사 10인 감사 2인 등 전원을 해임했다. 해임 발의 조합원들은 집행부에 특정 설계업체와 시공사를 내정한데 대한 시정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소통과 설득에 나서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성수 4지구는 8만9828㎡를 재개발해 총 1579가구가 공급될 예정으로, 초고층 제한이 풀리면서 각광을 받았다. 인근 성수 1~3지구는 ‘아크로’ 브랜드로 설계된 상태다.
또 지난 1월에는 관리처분계획 의결까지 마친 인천 부평구 부개4구역에서 철거를 앞두고 조합장이 해임되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이처럼 조합장 교체가 잦아진 이유로 재개발·재건축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정비사업에 전문가 수준의 지식을 가진 조합원들이 많아졌다는 점을 꼽고 있다. 또 부동산 역시 개인 자산이라는 점에서 과거보다 더 적극적인 형태로 행동에 나서는 경향이 강해졌다는 점도 있다.
일각에선 ‘조합장 해임’은 재건축 사업 지연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일각에선 조합 임원 해임 총회 소집 요건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윤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21년 10월, 총회 소집 요건을 조합원 10분의 1에서 5분의 1 이상으로 강화하는 내용의 도시정비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법안심사소위에서 논의조차 안 된 상태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사업 속도를 내는데 걸림돌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조합장을 해임하면 비대위 측과 ‘헤게모니 싸움’이 일고 결국 책임 소재가 오리무중이 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어차피 재건축은 조합이 발주처인데 발주처장(長)의 신분이 불안정하면 결국 사업상 중요한 파트너가 추진 동력을 잃게 되는 셈이다. 그럼에도 시공사는 사실상 쳐다만 보고 있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하지만 조합장 비위나 비리가 발생할 경우, 조합원들이 제재할 만한 수단이 ‘해임’ 외엔 마땅치 않다는 점에서 소집 요건을 강화하는데 대한 반대 목소리도 상존한다. 최황수 건국대학교 부동산학과 교수는 “제각각 사유가 다르기는 하지만 어떤 경우엔 조합장이 방임이나 배임 혐의가 짙어 보이는 경우 해임이라는 적극적 수단을 쓸 수밖에 없다”면서도 “다만 도심 내 공급을 촉진한다는 의미에서 사업 진행 속도 면에서 어느 정도 긍정적 요소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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