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문 안 해도 되니 오세요” 산불 피해 주민에 손내민 강릉 상인들
강원 강릉시에서 11일 오전 대형 산불이 발생하자 피해 주민들과 산불 진압에 나선 공무원에게 무상으로 커피와 대피 장소를 제공하겠다는 지역 상인들의 손길이 이어졌다.
강릉시 강문동의 카페 ‘허씨커피’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강릉시 화재 관련 소방, 경찰, 군인, 기타 공무원분들께 커피 무상제공합니다. (긴급대피 하시는 분들도 오세요)’라는 내용의 안내문을 찍은 사진을 게시했다. 이 카페는 그러면서 “당분간 커피 무상 제공한다”고 밝혔다.
카페 사장 허영준씨(42)는 통화에서 “의용소방대 생활을 오래했다. 강원도권에서 산불이 많이 나다보니 활동을 하러 가면 도와주시는 분들이 쉴 곳이 늘 모자랐다”며 “고맙게도 와이프가 이런 날은 어차피 장사도 잘 안 되니 커피와 장소를 무상으로 제공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산불 진화 작업에 동참한 뒤 카페로 복귀했다는 허씨는 “저는 불을 끄러 나갔고, 그 사이 와이프가 SNS에 글을 올렸다. 오늘 하루 500잔의 커피가 나갔다고 한다. 소방관, 경찰분들이 테이크아웃을 많이 해가셨다고 하더라. 많은 분들이 찾아주셔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유천동의 한 반려견 동반 카페도 이날 “급하게 강아지, 고양이와 함께 대피하셔야 하는 분들 카페로 편히 오시라”는 내용의 글을 SNS에 게시했다. 운영자 A씨는 “사료랑 물도 못 챙기신 분들 계실텐데 제가 도울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돕겠다”며 “아무것도 주문하지 않으셔도 된다. 아이들과 함께 계실 곳 제공해드리고자 하니 편하게 방문해달라”고 했다. 교동의 반려동물 미용업소도 “예정된 오픈 일정을 잠정 연기하고 반려동물의 대피장소를 제공하겠다”며 연락처를 공유했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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