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5無 학교에서 행복한 아이들
학교 교육의 기본은 학생들이 안전하고 건강한 학교 환경에서 행복하게 공부할 수 있도록 힘쓰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사교육비, 학교폭력, 왕따, 흡연, 교육비의 부담이 없어야 한다. 필자가 법인 이사장으로 있는 남해해성고등학교는 이러한 5무(無) 원칙을 충실히 이행하고 학생과 교직원이 멘티-멘토로 결연된 멘토링제를 운영해오고 있다. 그 결과 2023학년도 대학 입시에서 졸업생의 10% 이상이 서울대에 진학하는 성과를 이루었다. 특히 멘토링제는 필자가 이사장으로 취임한 이후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해온 제도다. 학생들은 남해해성고등학교에서 또 다른 가족을 구성해 행복한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 벌써 17년이 넘어가니 대를 잇는 가족 사랑이 마음으로 느껴진다. 이러한 학교에서는 학교폭력, 왕따, 흡연이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남의 나라 이야기다.
남해해성고는 하루 오가는 버스가 몇 대 되지 않는, 면 소재지에서도 2㎞나 떨어져 있는 시골 학교다. 그러나 학습에 해(害)가 되는 요소가 없어 학생들은 온전히 학교생활에 집중할 수 있고, 주변의 아름다운 자연 풍경 속에서 마음의 휴식을 누린다. 또 학교 인근에 거주하는 대다수 선생님들이 학교에 오래 머무르면서 학생들의 생활과 학업을 살피는지라 학생들은 고민이나 의문을 언제든지 해결할 수 있다. 선생님들은 늘 곁에 두는 인생사전, 백과사전이 돼 오직 공교육의 힘만으로 학생들이 개별 잠재 역량을 충분히 계발해 나갈 수 있도록 돕는다. 그 흔한 학교폭력, 왕따, 흡연은 발붙일 곳이 없다. 이런 학교가 늘어날수록 우리나라의 국가 경쟁력은 높아질 것이 명약관화하다.
지난해 초·중·고교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가 41만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고 한다. 수시로 번복되는 입시 정책으로 증폭된 학생과 학부모의 불안감이 이들을 사교육 시장으로 내몰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정부의 대입 정시 확대 정책은 공교육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사교육비를 증가시키는 요인 중의 하나다.
근래 들어 학교 교사의 자리는 선생님이기보다 노동자, 근로자의 의미가 더 강한 것 같다.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을 중시하는 세태 흐름에 따라 교육에 대한 교사의 책임감이 상당히 줄어든 느낌이다. 일선 학교들에서 학생들은 학교 수업은 안 들어도 학원 수업은 들으며 학교 수업시간에 학원 과제를 풀고 있다고 한다.
공교육이 바로 서기 위해서는 교사들이 단순한 교육 근로자가 아닌, 학생들을 올바르게 인도하는 스승으로서 책임 있는 자세를 갖춰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학생과 학부모, 교직원 모두가 행복한 교육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 실적 위주의 교수 학습보다 학생들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는 인성교육, 창의력을 바탕으로 하는 교수 학습으로 이웃의 행복까지 생각하고 배려하는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5무(無)가 있는(有) 행복 학교, 공교육 중심의 학교는 교사들의 책임감과 신념이 전제될 때 가능하다.
[이중명 남해해성고등학교 이사장·아난티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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