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사법 현장서 소외되는 피해자
최근 '조국 사태' 당시 조민 씨의 오피스텔 초인종을 누른 기자와 관련해 "조민 씨가 정식재판을 청구했었다"는 오보(誤報)가 줄지어 나왔다. 서울남부지검이 해당 기자에 대해 약식명령을 청구했는데 서울남부지법에서 정식재판에 회부했던 사건이다. 형사소송법상 피해자(고소인)는 가해자에 대한 정식재판을 청구할 권리가 없다. 검사와 가해자(피고인)만이 그런 권리를 갖는다.
이번 사태의 1차 원인은 기자들의 무지(無知)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형사소송에서 일반인(비법조인)이 생각하는 피해자의 지위와 실제 제도와의 간극이 자리한다. 일반인 입장에선 "피해자에게 가해자가 가벼운 형량만 선고되는 약식명령이 아닌 징역형 선고도 가능한 정식재판을 받도록 청구할 권한이 있을 것"으로 오해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 형사사법 절차에서 피해자는 참고인에 불과하다. 가해자가 기소돼도 피해자가 재판 기록 전체를 받기는 어렵다. 검찰 정책에 제언해 온 양홍석 법무법인 이공 변호사는 "피해자의 재판 기록 열람등사 청구에 대해 법원은 공소장, 증거 목록 등으로 대상을 제한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피해자의 법정 발언 기회도 제한적이다.
'검수완박'을 통한 고발인 이의신청권 폐지는 수사 단계에서 피해자를 소외시켰다. 고소인의 이의 신청은 지금도 가능하나 성폭력 피해자나 노인 등 직접 고소하기 어려워 시민단체 등이 고발한 사건들은 현실적으로 이의 신청이 제약된다.
권경애 변호사의 '재판 불출석 패소'는 민사소송에서 피해자가 소외된 사례다. 법원이 소송대리인(변호사)뿐 아니라 소송 당사자에게 재판 정보·절차를 안내했다면 이 같은 불행은 없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형사 사법체계는 검찰과 피고인을 중심으로 발전하며 피해자를 소외시킨 면이 있다. 이에 대한 반성과 보완책이 요즘 법조계에서 논의되고 있다. 피해자가 피고인 신문에 직접 참여하거나 제3자 증인 신문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는 방안이 적극 검토될 필요가 있다. 영업비밀 누설 등의 범죄는 피해자의 적극적인 재판 참여가 실체 파악에 더 도움이 될 수 있다.
[이윤식 사회부 leeyunsik@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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