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억넘게 주면서 직원 내보내더니, 이번엔 채용확대, 왜?[머니뭐니]

2023. 4. 11.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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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금융권 공동채용 박람회를 찾은 구직자와 방문객들이 현장 면접을 위해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연합]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지난해 1인당 평균 5억원이 넘는 돈을 주면서까지 인력 감축에 나섰던 은행들이 최근에는 되레 신규 직원 채용을 확대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규모 희망퇴직과 채용확대라는 상반된 현상이 동시에 나타난 셈이다. 여기에는 ‘공공재로서의 은행의 역할’을 강조하고 있는 금융당국의 주문이 한 몫했다는 분석이다. 실상 ‘울며 겨자먹기’로 신규 인력 채용 확대가 시작된 셈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이자장사’로 손가락질 받은 은행이 ‘청년 일자리 확대’로 이를 만회하려는 뜻도 숨어있다.

평균 5억 넘게 주고 직원 내보내면서 채용 늘린 이유는?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 올해 상반기에만 약 1500명의 신규 직원을 채용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1년 전 채용 규모(950명)과 비교해 약 500명 이상 늘어난 규모다. 은행연합회는 국내 20개 은행이 지난해 동기 대비 48%가량 많은 2300여명을 신규 채용할 것이라는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이러한 은행들의 채용 확대에는 금융당국의 압박이 주된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가 많다. 은행권이 지난해 고금리를 틈탄 이자장사로 역대급 실적을 거둔 사실이 알려지며, 이익을 소비자 및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이에 금융당국은 은행권의 과도한 이익 추구에 제동을 걸었다. 채용 확대도 그 일환이다. 지난 2월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금융권도 경제에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만큼 청년 일자리 활성화에 적극 동참하길 바란다”고 말한 바 있다.

서울 한 거리에 주요 시중은행의 현금자동입출금기(ATM)가 놓여 있다.[연합]

이같은 대규모 채용 확대는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영업을 강화하면서 점포를 축소하고, 희망퇴직을 통해 인력 감축에 나섰던 최근의 흐름과는 정반대 현상이다.

실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5대 은행의 정규직원 수는 지난해 말 기준 6만5900여명으로 최근 5년 새 5300명 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점포수(출장소 포함)는 약 4700개에서 4000개로 18%가량 줄어들었다.

지난해 주요 시중은행에서 짐을 싼 은행원만 2200여명에 달한다. 지난해 5대 시중은행에서 희망퇴직한 은행원들이 받은 돈도 평균 5억원이 넘는다. 기본퇴직금 1억8000만원에 희망퇴직금 3억6000만원까지 해서 평균 5억4000만원을 수령했다. 4대 시중은행이 지난해 명예퇴직금으로 지불한 금액만 총 7377억원에 달한다.

은행들이 이처럼 1인당 5억원이 넘는 돈을 쓰면서까지 인력을 감축하고 있는 것은 항아리형 인력 구조를 해소하고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분석이다. 점포 축소와 대규모 희망퇴직은 효과도 분명했다. 직원 축소와 함께 이자이익 기반의 순이익이 증가하면서 5대 은행의 생산성은 상승 곡선을 그렸다. 지난해 기준 5대 은행의 직원 1인당 생산성은 평균 2억9600만원으로 전년 대비 27%가량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0년(2억400만원)과 비교했을 때 1인당 약 9000만원의 수익을 더 거둔 셈이다.

“인뱅에 비하면 생산성 낮아” vs “사회적 책임 다 해야”

하지만 시중은행들의 생산성은 여전히 인터넷은행들에 비하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의 1인당 생산성은 각각 4억3900만원, 5억원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금리 인하와 경기 둔화에 뒤따르는 실적 감소 전망은 생산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크다. 최근에는 과도한 희망퇴직금 또한 금융당국의 지적 대상에 오르며, 인력구조 해소에 난항이 예상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의 ‘공공성’을 요구하는 금융당국이나 여론의 입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하나의 기업체로서 실적이나 생산성을 향상하려는 노력도 존중돼야 하는 부분”이라며 “인력 적체가 당장의 수익에 영향을 끼치지 못할지는 몰라도, 이러한 인력 구조가 지속된다면 순이익 창출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은행권에선 IT 인력을 중심으로 한 채용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이왕 인력을 채용할 거라면, 비대면 전환과 생산성 향상에 박차를 가할 수 있도록 디지털 인력을 끌어모으겠다는 전략이다. 여기에는 점포 축소로 인한 창구직(텔러) 수요가 감소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실제 신한은행은 올 상반기에만 디지털 및 ICT 인력을 세 자릿수 규모로 채용할 계획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필요한 인력을 확충한다는 차원이 있지만, 은행에 바라는 요구가 반영된 부분도 배제할 수는 없다”면서 “일종의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의미로 읽어주면 좋겠다”고 전했다.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금융국장은 이에 대해 “은행이 가진 ‘공공성’은 채용을 포함한 사회적 책임으로 귀결되는 부분”이라며 “은행들의 생산성이 지속적으로 좋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실적이 다소 감소하더라도 이 정도 균일한 규모의 채용은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금융당국에서도 채용 규모 확대에 따른 인센티브를 주는 등 당근책을 활용하는 노력을 병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w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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