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동정담] 끝나지 않는 양육비 전쟁
'배드파더스'는 이혼 후 양육비를 안 주고 버티는 나쁜 부모들의 사진과 신상 정보를 게시해 큰 화제를 불러일으킨 사이트다. 무책임한 부모에 대한 사적 제재를 통해 양육비 지급을 강제하는 일종의 사이버 자경단의 등장이었다. 효과는 확실했다. 2018년부터 3년간 '신상 공개'와 '사전 통보'로 1000여 건의 양육비 미지급 문제를 해결했다. 이 사이트는 2021년 7월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양육비이행법)' 개정안이 시행되자 그해 10월 스스로 활동을 종료했다. 양육비를 떼먹은 부모에 대한 출국 금지, 운전면허 정지, 명단 공개, 형사처벌 등의 제재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사적 정의 구현이 필요 없어졌다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배드파더스는 지난해 2월 다시 돌아왔고, 이후 '양육비 해결하는 사람들(양해들)'로 간판을 바꿔 달았다.
이 사이트 운영자인 구본창 씨가 28차례 고소와 협박을 받으면서도 복귀한 이유는 법적 근거가 마련됐지만 실효성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가장 큰 문제는 '감치 소송'의 벽이었다. 정부가 양육비 미지급자에게 제재를 가하려면 양육 부모가 양육비 채무자를 상대로 법원에 감치 소송을 한 뒤 감치명령을 받아내야 한다. 하지만 채무자가 위장전입, 잠적 등으로 우편 송달을 거부하면 속수무책이다. 통상 감치명령까지 2~3년이 걸리면서 양육자들의 기대는 희망고문으로 변했다. 정부의 신상 공개 건수는 미미했고, 얼굴 사진을 빼고 공개한 것도 효과를 반감시켰다. 이 사이트가 문을 닫은 이후 기다렸다는 듯 지급하던 양육비를 끊은 사례까지 발생했다.
반발이 커지자 여성가족부가 10일 양육비를 주지 않는 비양육 부모를 법원의 감치명령이 없어도 형사처벌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한부모 가정의 80%가 양육비를 받지 못하고 있다. 늦은 만큼 서둘러 걸림돌을 제거해야 한다. '양해들' 운영자 구씨는 2018년부터 "이 사이트 문을 닫을 날만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정부가 법의 실효성을 높여 그가 아름다운 퇴장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심윤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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