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 대박’ 노리던 尹정부, 여론엔 경고등?

박성의 기자 2023. 4. 11.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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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도청+日 독도 논란 ‘겹악재’…尹‧與 지지율 변화 촉각

(시사저널=박성의 기자)

'한‧미‧일' 삼각공조 체제 강화를 노리는 윤석열 정부가 난관에 봉착했다. 미국의 국가안보실 도·감청 의혹이 불거지면서다. 대통령실이 '터무니없는 거짓'이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야권을 중심으로 논란이 확산하는 모양새다.

이런 가운데 '독도는 일본 땅'이란 억지 주장이 실린 일본의 '2023년판 외교청서'가 발간되면서 한‧일 관계에도 먹구름이 낀 모양새다. 정치권 일각에선 이른바 '외교 정상화'를 강조했던 윤석열 정부가 외교에서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국정 지지율이 추가 하락할 수 있단 우려도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이 11일 경기도 화성시 기아 오토랜드 화성에서 열린 전기차 전용공장 기공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美 도청 의혹에 대통령실 "명백한 거짓"

윤 대통령은 조셉 바이든 미 대통령 초청으로 이달 말 미국을 국빈 방문한다. 이번 미국 국빈방문의 테마는 '미래를 향해 전진하는 행동하는 한‧미동맹'이다. 양국 정부는 오는 26일(현지시간) 한‧미 정상회담을 비롯한 다양한 일정을 통해 한‧미동맹 70주년을 축하하고 미래 발전 방향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그런데 윤 대통령의 국빈 방문을 앞두고 악재가 발생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한국 외교안보 최고위 당국자들의 대화를 도청해 미 국방부에 보고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과 이문희 전 외교 비서관 간의 대화 내용이 적시된 미국 기밀 문서가 온라인 상에 공유됐다. NYT는 해당 대화의 주제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포탄 지원 문제며, 시긴트(SIGINT·신호 정보)로 수집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쉽게 말해 미 정보당국이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들을 도‧감청해온 정황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대통령실은 즉각 사실을 부인했다. 대통령실은 11일 언론 공지를 통해 "(미국 정보기관의) 용산 대통령실 도·감청 의혹은 터무니없는 거짓 의혹임을 명백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 정부의 도·감청 의혹'에 대해 양국 국방장관은 '해당 문건의 상당수가 위조됐다'는 사실에 견해가 일치했다"며 "앞으로 굳건한 '한‧미 정보 동맹'을 통해 양국의 신뢰와 협력체계를 보다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야권을 중심으로 논란이 확산하는 모양새다. 도‧감청의 '피해자'가 '가해자' 측의 입장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외교 굴욕'이란 비판에서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대통령실을 겨냥해 "미국 정보기관 도청에 통째로 뚫린 대통령실 일성은 항의가 아니었다"며 "국정을 책임진 세력으로서 사과 입장을 밝히는 게 우선인데 '동맹을 흔드는 세력은 국민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며 정치적 공세로 겁박했다"고 말했다. 이어 "동맹을 흔드는 세력이 누구냐"며 "외신이냐, 국내 언론이냐. 국가적 위기를 막고자 신속한 점검과 대책 마련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야당 의원이냐"고 반문했다.

11일 오후 주한미국대사관 앞에서 안전사회시민연대 등이 우리 정부를 도청한 미국을 규탄하고 사과를 요구하는 '레드카드'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일 관계 개선도 '물음표'…여론 악재될까

이런 가운데 윤석열 정부의 핵심 외교 축인 '대일 외교'에서도 이상 징후가 발생했다. 일본 외무성이 이날 각의에 보고한 올해 외교청서에 '일본 고유 영토인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를 한국이 불법 점거를 하고 있다'는 내용을 기재하면서다. 또 하야시 요시마사 일본 외무상이 지난달 6일 우리 정부의 강제동원 피해배상 해법 발표 당시 "일본 정부는 1998년 10월 발표한 양국 공동선언(김대중-오부치 선언)을 포함해 역사 인식에 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계승할 것을 확인한다"고 밝혔던 것과 달리, 이번 청서에선 관련 내용이 명기되지 않았다.

한‧일 정삼회담 이후 일본 측의 '성의있는 호응'을 기대했던 정부로서는 실망스러운 조처다. 정부는 이날 임수석 외교부 대변인 명의 논평을 통해 "일본 정부가 오늘 발표한 외교청서를 통해 역사·지리·국제법적으로 명백한 우리 고유의 영토인 독도에 대한 부당한 영유권 주장을 되풀이한 데 대해 강력히 항의한다"며 구마가이 나오키 주한일본대사관 총괄공사를 초치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대일, 대미 외교에서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윤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이 크게 '휘청'일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10일 발표된 리얼미터 정례조사에 따르면,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지난 주보다 0.3%포인트 하락한 36.4%로 나타났다. 조사가 시행된 후 미국의 도·감청 의혹이 새롭게 터져 나왔고 일본의 외교청서 논란이 불거졌다. 이를 고려하면 해당 의혹에 대처하는 정부 태도가 향후 여론을 흔들 새 기폭제가 될 수도 있다.

배철호 리얼미터 수석전문위원은 "3·1절부터 이어진 '대일 이슈'는 소강 국면에 들어선 것으로 분석된다"며 "용산 입장에서는 강한 반등은 기대하기 힘든 한 주였지만, 국민의힘 내 설화(舌禍)가 연속해서 발생해 대통령-당 지지율을 무겁게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또 "김일성 주석 생일(태양절·4월15일)을 앞둔 북의 도발이나 방미 등 굵직한 외교·안보 이슈가 예상되는 가운데 북 도발 수위와 당정대의 대응에 따라서 지지율 변화 방향이 결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사에서 인용한 여론조사는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이달 3일부터 7일까지 닷새간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p다. 조사는 무선 97%·유선 3%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3.1%였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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