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재안 낸 당정…간호법 새 국면 맞을까(종합)

경계영 2023. 4. 11.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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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처리 예고한 본회의 이틀 앞두고 민당정 간담회
간호사 처우 개선하되 간호업무는 의료법에 그대로
간호협회 "수용 불가"…野 "원안대로 의결해야"

[이데일리 경계영 이상원 기자] 오는 13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던 간호법 제정안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국민의힘과 정부가 11일 간호법 제정안 대신 ‘간호사 처우 등에 관한 법’이라는 중재안을 제시하면서다. 하지만 간호사 단체가 “일방적 통보”라고 강하게 반대하는 데다 더불어민주당도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의결한 원안을 본회의에 상정하겠다는 방침이어서 이들을 설득하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본회의 이틀 앞두고 중재안 제시한 與

당정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의료현안 민당정 간담회를 열어 간호법 제정안과 의료법 개정안에 대한 중재안을 제안했다. 간담회는 민주당이 이들 법안에 대한 처리를 예고한 본회의를 불과 이틀 앞두고 열렸다.

회의엔 국민의힘의 박대출 정책위의장·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강기윤 의원(보건복지위 간사)과 보건복지부의 박민수 차관과 이형훈 보건의료정책관이 참석했다. 대한의사협회·대한간호협회·임상병리사협회·대한간호조무사협회 등 직역단체장도 함께했다.

박대출 의장은 “응급·소아 등 필수 의료 위기가 커지고 비대면 진료 제도, 의료 인력 확대 등 쟁점 현안도 해결 못하는 상황에서 간호법안이 쟁점 돼 의료계 갈등이 증폭되고 국민의 불안이 가중된다”며 “서로 한 발씩 양보해 서로 어느 정도 원하는 바람직한 그런 방향으로 우리가 해법을 모색하자”고 당부했다.

박대출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료현안 민·당·정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중재안을 보면 간호법 제정안 명칭을 ‘간호사 처우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으로 바꾸고 간호사·간호조무사 업무 범위를 간호법이 아닌 종전대로 의료법에서 규정하도록 했다. 교육 전담 간호사와 간호·간병 통합서비스도 의료법에 남기도록 했다.

당정은 간호법 제1조(목적)에 ‘모든 국민이 의료기관과 지역사회에서 수준 높은 간호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간호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을 규정한다’는 내용에서 ‘지역사회’를 제외하도록 하는 안도 제안했다.

간호법 제정안에서 간호사 역할을 단순한 간호에서 방문건강관리, 지역사회 돌봄 등으로 확대한 데 대해 의사를 비롯한 다른 직역단체가 반발한 것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그 대신 당정은 간호사 처우를 개선하는 내용을 강화했다. 간호종합계획을 수립하고 간호정책심의위원회 규정을 신설하는 등 정부가 체계·종합적으로 지원하도록 했다. 중앙 10개 권역센터에서 운영하는 간호인력지원센터를 광역시도별로 설치할 수 있도록 근거도 마련했다.

이와 함께 의료법 개정안과 관련해 당정은 보건복지위 의결 법안에서 의사 면허를 취소하는 결격 사유를 ‘모든 범죄의 금고 이상 선고’에서 ‘의료 관련 범죄와 성범죄, 강력 범죄의 금고 이상 선고’로 수정할 계획이다. 행정기본법 결격 사유 규정에 자격과 실질적 관련성이 있어야 한다는 내용을 반영했다.

의사 면허 재교부 금지 요건과 관련해선 역시 금고 이상의 형을 받아 면허가 취소됐다가 재교부 받은 의료인이 같은 이유로 다시 면허가 취소될 경우 재교부될 수 없도록 한 기간을 당초 10년에서 5년으로 완화했다.

박 의장은 “중재안을 토대로 의견을 수렴해 여야 간 협의 더 해서 합의점 모색해보려 한다”고 설명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역시 “아직 법안 처리 여부에 대한 상황을 좀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며 협상 여지를 남겼다.

간담회 중 자리 박찬 간호협회…野도 “원안 그대로”

중재안을 두고 직역단체 간 입장은 갈렸다. 박대출 의장은 “오늘 중재안에 대해 의사협회는 긍정적으로 검토해보겠다고 했고, 간호조무사협회도 중재안을 받아들이겠다고 했고, 임상병리사협회는 의료기사와 보건의료정보관리사 등의 업무범위를 더 명확하게 하는 전제로 동의 의사를 밝혔다”며 “다만 간호협회는 수용하기가 다소 어렵다고 했다”고 전했다.

김영경 대한간호협회장은 반발하며 간담회 도중 회의장을 박차고 떠났다. 회의장 밖으로 고성이 들리기도 했다. 간호협회는 간담회 참석 직후 낸 보도자료에서 “논의의 자리가 아닌 일방적으로 결정된 사항을 통보하고 회원들을 설득해오라고 강요하는 자리였다”며 “간호법 제정을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강력하게 투쟁하겠다”고 선언했다.

민주당도 보건복지위가 의결한 원안을 본회의에 상정하겠다는 방침을 고수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상임위 법안 심사 과정에서 이미 논의된 것을 보건의료단체 불러다 얘기하는 것은 전형적 시간 끌기이자 여론 무마용, 대통령 거부권 행사를 위한 사전 정지용일 뿐”이라며 “원안 그대로 상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복지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도 성명서에서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은 자신들이 서있는 자리에서 한 발도 움직이지 않으면서 무슨 중재안이라는 말인가”라며 “이미 여야가 합의했고, 여야 대통령 후보가 간호법을 제정하겠다던 약속을 실천해야 할 때”라고 간호법 원안 상정·의결을 촉구했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 노진환 기자)

경계영 (kyung@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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