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낭만은 사라지고 폭격 맞은 듯 뼈대만"…산불이 휩쓴 경포 펜션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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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후 초대형 산불이 휩쓸고 간 강원 강릉시 안현동 펜션마을.
지난 주말까지 경포대 인근에 활짝 핀 벚꽃을 즐기려는 관광객이 북적였던 펜션들은 오전부터 시작된 산불로 반나절도 지나지 않아 앙상한 기둥만 남은 채 뿌연 연기만 내뱉고 있었다.
경포해변 인근 펜션 9채가 완전히 불에 타고, 25채가 일부 피해를 입었다.
성인 남성이 서 있기조차 힘든 초속 30m 이상 강풍에 실린 불기둥은 경포호수를 지나 안고개 마을과 펜션단지, 사찰을 순식간에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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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식간에 경포 펜션마을 덮쳐
펜션 28채 폭격 맞은 듯 피해
불기둥 해안가·문화재도 위협
"산불 30분 만에 경포 펜션단지 쑥대밭"
11일 오후 초대형 산불이 휩쓸고 간 강원 강릉시 안현동 펜션마을. 지난 주말까지 경포대 인근에 활짝 핀 벚꽃을 즐기려는 관광객이 북적였던 펜션들은 오전부터 시작된 산불로 반나절도 지나지 않아 앙상한 기둥만 남은 채 뿌연 연기만 내뱉고 있었다. 아기자기하면서 바다까지 보이는 '오션뷰'가 일품인 한 펜션도 화마에 폭삭 주저앉았다.
이날 오전 8시 24분쯤 강릉시 난곡동에서 시작된 불은 30여 분 만에 3.6㎞ 떨어진 펜션단지를 덮쳤다. 펜션마을 곳곳에 널브러진 간판은 강한 바람이 몰고 온 불기둥의 위력을 실감케 했다. 전국에서 달려온 소방관들이 진화작업에 나섰지만 강한 바람에 불기둥이 되살아나기를 반복했다는 게 펜션 마을 주민들의 전언이다. 펜션 주인 이모(85)씨는 "불덩이가 앞마당에 떨어져 큰일 났다 싶어 간신히 몸만 피했다"며 "전 재산인 펜션이 사라졌으니 앞으로가 걱정"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낭만이 가득했던 강릉 대표 관광지의 모습은 매캐한 연기와 함께 사라졌다. 이날 오후 강릉 일대에 비가 내리면서 화재 발생 8시간 만에 주불이 진화됐지만, 화마는 모든 것을 앗아갔다.
경포해변 인근 펜션 9채가 완전히 불에 타고, 25채가 일부 피해를 입었다. 인근 호텔 3동도 피해를 입어 복구 작업이 진행 중이다. 피해를 입은 숙박업소 대부분이 여름 성수기를 앞두고 있는 상황이어서 진화 작업이 끝나면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전망이다.
"강풍 타고 리조트· 바닷가까지 위협"
이날 오전 산불이 발생한 강릉시 난곡동과 경포동 일대 역시 포탄을 맞은 것처럼 쑥대밭으로 변했다. 늦은 오후까지 일대 야산 곳곳에선 송진을 잔뜩 머금은 소나무숲이 '빠지직' 소리와 함께 그을음 섞인 불기둥을 내뿜었다. 성인 남성이 서 있기조차 힘든 초속 30m 이상 강풍에 실린 불기둥은 경포호수를 지나 안고개 마을과 펜션단지, 사찰을 순식간에 삼켰다.
해안도로로 기세를 확장한 불은 강한 불기둥과 짙은 연기를 뿜어내며 순식간에 세상을 암흑으로 만들었다. 경포 현대아파트와 참소리박물관 옆 펜션 뒤쪽까지 불길이 근접해 주민들은 가슴을 졸여야 했다. 현대아파트 주민 김미숙(50)씨는 "뿌연 연기가 확산되며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며 "5㎞ 정도 떨어진 골프장을 넘은 눈 깜짝할 사이에 불이 아파트 단지 앞 화단까지 내려와 대피했다"고 말했다.
강풍으로 헬기가 뜨지 못한 오후 2시까지 불은 경포대 인근 골프장까지 옮겨붙었고, 진화대원과 직원들이 필사의 진화작업을 벌였다. 이날 오후 5시까지 산불이 시작된 경포동과 산대월리, 산포리 일대 주택 42채도 사라지고 17채가 피해를 입었다. 1명의 사망자와 10여 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해당 마을 주민 대부분이 70~80대 고령이라 앞으로가 막막한 상황이다.
"파죽지세 불기둥 경포대 등 문화재도 위협"
강풍을 타고 비화(飛火)한 불은 경포대와 오죽헌 등 문화재까지 위협했다. 한때 천년고찰인 양양 낙산사 동종(보물 제479호)이 녹아내렸던 2005년 산불 악몽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왔다. 문화재청도 다급히 국가지정문화재 보물인 강릉 경포대 현판 7개를 떼어내 인근 오죽헌박물관으로 옮겼다.
강릉 대표 관광지인 경포대는 관동팔경(關東八景)의 제1경으로 꼽힌다. 그러나 산불의 기세가 가장 강하던 이날 오전 강원도 유형문화재인 방해정(放海亭) 일부가 불에 탔고, 경포호 주변에 있는 작은 정자인 상영정(觴詠亭)은 전소됐다. 경포동 주민 김상진(51)씨는 "양간지풍이 부는 봄이 되면 언제까지 마음을 졸여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야속한 하늘을 탓했다.
강릉= 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강릉= 김재현 기자 k-jeahy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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