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무표정한 도시인들 화폭에
22일까지 장디자인아트
"사실적 형상을 잡으려 할수록 내 느낌과는 멀어진다. 묘사가 강해질수록 이미지는 정지되고 실체와 달라진다." 젊은 구상화가들이 지향한다는 '못 그린 그림'의 선배 격인 서양화가 서용선(72)의 변이다. 도시인의 일상을 표현한 작품 위주로 17점을 모은 그의 개인전 'I SEE YOU'가 서울 청담동 갤러리 장디자인아트에서 22일까지 열린다. 2010년부터 지금까지 뉴욕과 베를린, 멜버른 등 대도시에 체류하며 포집한 동시대인들이 등장한다.
작가는 도시와 인간에 대한 관심을 꾸준히 회화, 조각, 설치 등으로 풀어왔다. 근작은 최근 뉴욕 브루클린에 머물며 지하철 안에서 보고 느낀 풍경을 좀 더 느린 템포로 그렸다.
개념미술과 민중미술이 만연하던 시대에 강렬한 색깔과 조형언어로 독자적 길을 개척해온 그는 각종 비엔날레와 미술관에 단골로 등장했다. 이번에는 값비싼 명품 거리로 유명한 청담동 갤러리에서 작품을 펼쳤다.
입구의 대형 작품 'Mitte 다리 연주자들'(2012, 2015)은 베를린의 악사들이 주인공이다. 불량스러운 복장으로 공연하는 그들 머리 위에 엄정한 그리스식 조각 다리 하나가 뻗어 나와 거슬린다. 강력한 왕정시대 산물인 알테 나치오날갈러리(베를린 구국립미술관) 인근의 과거와 현대가 교차하는 풍경 속에서 불법체류자 같은 이들 모습이 현대인의 표상 같았단다.
그림 덧대기가 특기인 작가는 2012년 그림이 마음에 안 들어 창고에 뒀다가 3년 후 다시 매만져 완성했다. 어떤 그림은 제작 연도와 일시 등 숫자를 그림 한가운데 집어넣는다. 작가는 "도시마다 고유의 색이 나와 그리는데, 한국에 와서 보면 마음에 안 들어 재작업하게 된다"고 했다.
흔하디흔한 풍경인데 긴장하게 만든다. 특히 뉴욕 지하철은 감옥 창살을 연상시키는 개찰구 때문에 감옥에 갇힌, 자유를 잃은 인간같이 느껴진다.
표정이 안 읽히는 뭉개진 얼굴은 가면을 쓰고 익명성을 유지하고 싶어 하는 도시인 마음 같다. 머리가 큰 인물, 원근법도 무시하는 구성은 피카소의 입체주의 실험을 떠올리게 한다. 서 화백이 30대에 그린 소나무 그림을 본 사람은 안다. 그가 얼마나 사실적이고 아름다운 표현에 능한지. 그런데 그는 그렇게 그리기 싫은가 보다.
[이한나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치킨 시켰을 뿐인데”…1700만원 ‘날벼락’, 소름돋는 배달기사 수법 - 매일경제
- 韓도 日도 발빼는 이 나라…13년만에 성장률 최저 ‘무슨일’ 있길래 - 매일경제
- “내 혀를 빨 수 있느냐”…소년에게 키스한 달라이 라마 첫마디 ‘경악’ - 매일경제
- “호텔도 탔다” 강릉 산불 강풍 타고 해안가 급속 확산…피해 눈덩이 [영상] - 매일경제
- “엄마옷 꺼내 입어도 되겠네”...명동거리 휩쓰는 ‘뜻밖’ 패션 - 매일경제
- 열차와 ‘꽝’·3m 공중서 ‘쿵’…한국車 덕분에 살았다, 볼보급 안전대박 [왜몰랐을카] - 매일
- 초고수도 2차전지 집중 매수...에코프로비엠 LG화학 포스코홀딩스 - 매일경제
- “숨 막혀요”…‘지옥철’ 김포골드라인 출근길서 2명 호흡곤란 - 매일경제
- “내가 누군지 알아?”…여경 머리채 잡은 ‘주폭’ 예비검사 - 매일경제
- 김연경, 전격 현역 연장 선언 “우승만 할 수 있으면 조건도 상관없다” [MK한남]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