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하 선 그은 한은…하반기 `군불` 불피우는 증권가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11일 만장일치로 기준금리 동결(3.50%)을 결정했다. 경기 하강 우려가 4월 기준금리 동결의 배경으로 읽힌다. 지난 2월과 달리 금통위원 7명의 만장일치 결정이었지만, 한은은 연내 금리 인하에 대해 과도한 기대라고 선을 긋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이창용 한은 총재는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금리 인하 가능성 및 시기에 대해 "상반기 물가 경로는 확신이 있는데 하반기 불확실성이 많아 확인하기 전까지 금리 인하 언급은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상반기까지 물가는 지난해 원자재 가격 상승의 기저효과로 3%대 하락이 예상되지만, 더딘 서비스 물가 하락세 고려 하면 하반기 물가 경로는 여전히 불확실성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증권가에서는 최종금리가 이 수준에서 동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2월과 4월 연속 동결 결정으로 최종금리가 3.5%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공고해졌다"며 "한은은 특별한 침체 징후나 신용위험 확산 징후가 나타나지 않으면 앞으로 5월, 7월까지 동결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권기중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은은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유동성 축소 여파가 가시화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며 "추가 금리 인상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기준금리 인상이 종료된 이후 인하로의 전환 가능성에 대해서 전문가들은 한은이 하반기 금리 인하를 시작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최종금리 수준이 3.5%로 동결되고 올해 하반기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다는 기존 전망을 유지하면서 "경기 하강 우려가 커지며 점차 물가보다 금융 안정으로 시선이 바뀔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에서는 아직 매파적인 금통위원들의 한국판 점도표를 감안할때 금리 인하가 연내에 이뤄질 가능성은 적다고 봤다. 금리 구상을 반영한 '한국판 점도표'에서도 여전히 최종금리를 3.75%로 열어두어야 한다고 한 위원들이 5인으로 다수를 이룬데 반해, 단 1명만 현 수준(3.50%)에서 동결을 언급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은 이미 종료됐으나, 현재의 물가와 경기 전망 하에서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도 제한적이라고 본다"고 전했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도 "금통위원들은 금리 인하를 염두에 두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며 "기준금리 인하는 연내 이뤄질 가능성은 작고, 내년 1분기 중에나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이윤희기자 stels@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