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 이건희 회장의 기증품들, 석달간 국립대구박물관서 특별전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이 기증한 대규모 수집품의 일부가 대구에서 공개된다.
국립대구박물관은 11일부터 7월9일까지 ‘어느 수집가의 초대’라는 제목의 특별전을 개최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최했던 고 이건희 회장 기증 1주년 기념전을 재구성해 대구·경북에 소개하는 자리다.
조선 후기 화가인 겸재 정선이 소나기가 내린 뒤 비에 젖은 인왕산을 그린 국보 ‘인왕제색도(仁王霽色圖)’를 포함해 이건희 회장의 기증품 190건 348점이 선보인다. 전시품은 원삼국시대부터 근대까지의 도·토기, 금속, 목가구, 서화 작품 등으로 시기와 분야가 다양하다.
이중에는 국보가 6건, 보물이 14건이나 들어있다.
국가지정문화재는 인왕제색도, 삼국시대 금동불의 섬세함을 보여주는 ‘일광삼존상(一光三尊像)’ 등 국보 6건 9점과 단원 김홍도가 중국 송나라의 문학가인 구양수가 지은 ‘추성부(秋聲賦)’를 보고 그림으로 묘사한 ‘추성부도(秋聲賦圖)’ 등 보물 14건 51점이다.
이번 전시는 고 이건희 회장이 기증한 석인상으로 조성한 박물관 실내 중앙홀에서 ‘수집가의 정원’이라는 주제로 시작한다.
이어 1부 ‘수집가와 나누는 대화’와 2부 ‘수집품으로의 심취’로 구성된 전시가 기다린다.
1부는 삶의 공간을 채운 목가구의 생활사, 한국의 미적 정서를 대표하는 조선시대 달항아리, 격동하는 근대를 담은 회화작품 등이 대화 주제가 돼 전시를 이끈다.
대구 비산동 청동기, 경북 고령이 출토지라고 전해지는 고고 유물, 조선말과 근대초 화가인 안중식의 ‘적벽야유도’를 비롯해 한국 근대 회화 13점을 최초로 공개한다. 물론 대화의 백미는 정선의 ‘인왕제색도’와 김홍도의 ‘추성부도’다.
제2부는 “‘특급’이 있으면 컬렉션 전체의 위상이 올라간다”는 고 이건희 회장의 수집 지론을 전시로 보여주는 것. 모든 장르에서 최고 수준을 갖춘 이건희 컬렉션 가운데 한국 미술 명품을 집중적으로 소개한다.
주제는 크게 회화, 도자, 공예, 불교미술로 나누고 한 작품씩 감상하도록 하고 있다.
초조본대반야바라밀다경권249(국보), 천·지·현·황(天地玄黃)이 새겨진 백자 사발(국보) 등의 국가지정문화재를 만날 수 있다. 조선 후기의 문인·화가·평론가인 강세황이 금강산으로 향하는 여정에 거치게 돼 있는 피금정을 묘사한 ‘피금정도(被襟亭圖)’, 배위에서 한가로이 잠이 들어있는 모습을 묘사한 김홍도의 ‘선상한면도(船上閑眠圖)’ 등 30점의 그림과 오원 장승업의 ‘화조영모도(花鳥翎毛圖·꽃과 새, 다양한 동물들을 한 데 그린 그림)’ 등 3건(28점)의 병풍을 고 이건희 회장이 기증한 이후 처음으로 전시한다.
전시 기간 중 전시품 보호를 위해 1개월마다 주요 서화작품이 교체되는 것도 특징이다.
전시회의 입장료는 무료다. 입장 인원은 관람객 안전을 위해 실시간 120명으로 제한한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장애인단체의 단체 관람은 평일 오전 10시 1회에 한해 사전 예약제로 운영된다.
국립대구박물관은 “이번 특별전을 계기로 더 많은 국민이 문화유산으로 풍요로워지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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