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권의 뒤땅 담화] PGA 기념 골프백 과감하게 버린 사연

2023. 4. 11.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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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백이 가볍네요. 감사합니다. 이렇게 가벼운 골프백은 드물죠. 저희에겐 이것도 고마운 일이랍니다.”

골프를 마치고 주차장에서 카트에 실린 골프백을 트렁크에 집어넣는 캐디에게서 자주 듣는 말이다. 골프를 잘 친 게 아니라 골프백이 가볍다고 캐디에게 칭찬받아 기분이 묘하다.

실제로 확인하고 싶은 마음에 동반자 골프백을 들어보니 필자 것보다 많게는 두 배 정도 무거웠다. 골퍼들은 그날 스코어를 유심히 챙기지만 카트에 골프백을 싣고 내리거나 차에 옮겨 싣는 캐디로선 골프백 무게가 남다른 관심사임을 알았다.

골프백 4개를 두 번씩 옮겨 싣는 캐디로선 그럴 만하다. 매일 무거운 백을 옮기고 클럽을 들고 다니는 그들에겐 일상이 무게와의 전쟁이다. 성수기엔 하루에 두 번 캐디 서비스를 한다.

궁금해서 집에 돌아와 골프백을 저울에 올려놓고 무게를 재보니 10㎏ 정도 나갔다. 필자는 3번과 4번 아이언을 빼놓고 우드도 5번만 넣고 다닌다.

내친 김에 해외 골프투어를 갈 때 항공 수화물 중량을 줄일 목적으로 클럽을 비롯한 각종 골프용품을 정리했다. 캐디를 위해서가 아니라도 골프시즌을 맞아 골프백 비우기와 정리정돈이 골퍼들에게 권장된다.

우선 카풀을 하면서 골프백이 지나치게 무거우면 상대에게 미안하다. 무게가 더해지면 아침부터 마음이 무겁다. 거꾸로 동반자를 픽업하면서 옮겨 싣는 골프백이 가벼우면 운전자도 한결 산뜻하게 출발한다.

필자가 골프백을 비우게 된 계기도 예전에 카풀을 이용하면서 운전하는 동반자에게 너무 미안해서였다. 언젠가 US 오픈 기념용 투어 골프백을 선물로 받았다.

튼튼하고 푸른색과 흰색이 어우러진 디자인도 세련돼 한동안 자랑 삼아 들고 다녔다. 그런데 사이즈가 워낙 크고 무거워 점점 카풀 동반자에게 민폐라는 사실이 느껴졌다. 동반자 모두 차 한 대로 가는 날이면 필자의 골프백이 애물덩어리였다.

이리저리 억지로 트렁크에 집어넣으면서 동반자 골프백이 구겨지는가 하면 이 과정에서 시간도 지체됐다. 골프장 주차장에서 차에 옮겨 실을 때는 캐디들도 끙끙댔다. 골프백이 좋다는 얘기는 한 번도 들어본 적 없고 무게 때문에 버거워하는 모습뿐이었다.

결국 일반용 백으로 교체하고 내용물도 대대적으로 정리했다. 로스트 볼이 무려 20개에 달했고 뜯지 않은 공도 6줄이나 들어있었다.

아마 15㎏에 육박할 듯했다. 수년 전에 넣어둔 우의와 바람막이도 헝클어진 채 뒤엉켜 있었다. 우의는 상의만 남기고 바람막이는 작은 손가방에 옮겼다.

골프백(캐디백)은 스탠드백부터 투어백까지 다양한데 보통 3~6㎏ 나간다. 드라이버, 우드, 아이언, 웨지, 퍼터까지 14개 클럽 무게가 각각 다르긴 해도 평균 450g 정도다.

여기에 14를 곱하면 6㎏에 가깝다. 공이나 티를 포함해 1㎏ 내외를 합하면 최대 13㎏에 달한다. 유틸리티와 연습도구까지 넣으면 성인 남자도 힘들 정도로 무겁다.

짐 정리에는 역시 작은 손가방이 유효했다. 골프공도 전부 꺼내 헌 공 4개, 새 공 1줄만 남기고 작은 손가방에도 같은 숫자만큼 넣고 나머지는 빼내 집에 따로 보관했다.

온갖 티에 마커, 보온팩, 팔 토시, 귀마개와 잡동사니가 나오고 심지어 골프 책도 들어 있었다. 짐을 모두 정리하니 30% 정도 가벼워졌다. 대청소를 한 느낌이었다.

골프장에 갈 때 들고 다니는 보스턴백 무게도 사람마다 다르다. 골프백 못지않게 온갖 물건이 들어 있어 손으로 들면 묵직하다.

계절이 지났는데도 사용하던 물건이 그대로 방치돼 있다. 두툼한 겨울 양말, 벨트, 기능성 내복, 겨울 모자, 토시, 귀마개, 선 블록 제품, 거리측정기 등이 수두룩하다. 뜯지 않은 초콜릿도 있다.

골프 당일 아침에 일어나 부랴부랴 짐을 챙기면 보스턴백이 복잡하고 무겁다. 날씨도 감안하고 멋도 내려면 의외로 신경이 많이 쓰인다.

조화를 맞추기 어려워 일단 여러 벌 챙겨 나간다. 전날 미리 챙겨두면 필요한 옷만 들고 갈 수 있어 무게를 줄인다. 무엇보다 아침에 지체하지 않고 간단하게 출발한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론 동일 복장으로 골프장을 오가고 라운드까지 도는 추세가 자리 잡았다. 사우나를 하지 않고 바로 귀가하는 경우도 흔하다.

번거롭게 옷을 갈아입을 필요가 없다. 간단하게 세수하거나 얼굴만 닦고 곧장 골프장을 빠져나간다.

패션에 유달리 신경 쓰는 여성 골퍼의 보스턴백은 더욱 복잡하다. 골프장 오갈 때 복장과 플레이 복장을 모두 다르게 하면 옷 무게만도 상당하다. 거의 보따리상 수준이다.

골프용 신발을 따로 넣지 않고 일반 워킹과 골프 겸용 신발을 싣는 경우도 많다. 골프장이 예전처럼 징이 달린 신발 바닥을 강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보스턴백도 날을 잡아 정리하고 오래된 태그는 깔끔하게 바꾸면 기분 좋다.

손가방이야말로 잡동사니 창고로 변하기 십상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온갖 티와 마커, 장갑, 공으로 가득 찬다. 오래전부터 기념으로 보관한 스코어 카드도 들어있다.

한 고교 동창은 카풀을 하면 반드시 스몰 백을 사용한다. 그리고 지하철이나 택시 같은 대중교통을 이용해 항상 운전자 집 근처로 간다. 짐을 싣기도 용이해 만나자마자 바로 출발한다.

골프백이 무겁다고 골프 스코어가 잘 나오는 건 아니다. 하루 날을 잡아 짐 정리를 해보시라. 상큼하게 골프시즌을 맞이할 것이다.

정현권 골프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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