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밀 문건, 한국은 "상당수 위조" 미국은 "일부가 조작돼"...커지는 의문
"일부 문건 조작" 한미 뉘앙스 차이도
지난해 10월 첫 유출 보도...여진 지속
우크라이나ㆍ러시아 전쟁 기밀 문건 유출 파문에 휩싸인 미국이 10일(현지시간) 공식 라인을 동원해 대응에 나섰다. 백악관, 국방부, 국무부가 모두 출동해 파장을 축소하기 위해 애썼다. 국가안보실이 감청됐다는 문건 내용 때문에 곤혹스러워진 한국 정부도 “공개된 정보 상당수가 위조됐다”고 사태 무마에 가세했다.
다만 미국은 문건의 일부 내용이 조작됐다고 주장하면서도 유출 문건 형식(포맷)이 정부 공식 문서와 유사하다고 인정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나돌았던 기밀 문건은 극히 일부이고 실제 유출된 문건은 분량이 훨씬 많다는 주장도 있어 여진이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백악관 "공공 영역에 문서 유출 변명 여지없어"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이런 종류의 문서가 (유출돼) 공공 영역에 있다는 점에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기밀 문건 유출 사실을 인정했다. “우리는 이 사안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라고도 했다.
크리스 미거 미 국방장관 보좌관도 “(유출된) 문서는 우크라이나, 러시아 관련 작전이나 다른 정보 사항 등의 업데이트를 고위급 정부 인사들에게 제공할 때 사용하는 포맷과 유사한 것처럼 보인다”라고 확인했다.
문건의 조작 범위를 두고 한미 간 뉘앙스 차이도 감지된다. 김태효 NSC 1차장은 미국 출국 전 “공개된 정보 상당수가 위조됐다는 데 대해 한미의 평가가 일치한다”고 밝혔다. 그런데 커비 조정관은 “(공개된 문건 중) 일부가 조작됐다는 것을 안다”면서도 “조작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문건을 비롯해 모든 문건이 유효한 것인지는 말하지 않겠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유출 문건 중 러시아군과 우크라이나군 전사자 숫자 등은 처음부터 누군가 조작한 것으로 보이지만, 대부분의 문건은 실제 미군이 작성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김 차장이 밝힌 ‘공개된 정보 상당수 위조’가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 등의 한국산 155㎜ 포탄 33만 발 지원 발언 감청 문건을 의미하는지, 커비 조정관의 발언과 같은 일부 조작 문건을 의미하는지는 불분명하다.
문건 첫 유포 시점 6개월 전으로 확대
추가 문건도 계속 공개되고 있다. 처음에는 우크라이나군 작전ㆍ무기나 동맹국 동향 관련 100쪽 분량의 기밀 문건이 유출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내용이 계속 추가되고 있다. 상당수 문서에는 ‘J2’라는 표시가 있었다. 이는 미군 합동참모본부 정보부에서 작성했다는 의미라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애초 기밀 문건의 첫 유포 시점은 올해 2월 말로 알려졌다. 하지만 영국 가디언과 탐사보도매체 ‘밸링캣’은 지난해 10월부터 문건이 온라인에 등장했다고 보도했다. 게임 채팅 플랫폼인 ‘디스코드’에서 ‘Lucca’라는 아이디를 사용하는 10대 이용자가 다른 이용자들에게 우크라이나 관련 정보 과시를 위해 107개의 문서를 게시했고, 올해 2월 말 다른 게임 채팅방에도 사진 10장이 올라왔다. 이어 3월 말 온라인 게시판 ‘4chan’과 트위터 등에 퍼져 나간 데 이어 이달 7일 미 뉴욕타임스 보도로 파문이 확산됐다.
“디스코드 채널에 게시된 파일은 원래 업로드된 문서 양과 비교할 때 빙산의 일각일 뿐”이라는 발언까지 보도되면서 파장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2013년 스노든 폭로 파문과 유사
2013년 미국 국가안보국(NSA) 직원 에드워드 스노든이 민간인 사찰 프로그램 ‘프리즘’의 존재를 폭로해 파문이 일었다. 당시에도 유럽은 물론 한국 등 동맹국 정상에 대한 미국의 감청 활동이 확인돼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이 “미국의 가까운 친구나 동맹국 정상의 통신 내용을 감시하지 않겠다”라고 공개 연설까지 해야 했다. 이번에도 미국 정보기관이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는 물론 한국 NSC 고위 관리의 대화까지 감청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외교 문제로 비화할 조짐이 있다.
유출된 기밀 문건 내용이나 작성 방식 등을 볼 때 미국의 의도적인 허위정보 유포나 러시아의 해킹에 의한 것일 가능선은 현재로선 크지 않다. 미군 기밀 접근 권한이 있는 누군가가 특별한 이유 없이 과시용으로 문건 사진을 유포했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2019년 기준 미국 정부 1급 비밀자료 접근 권한 허가자는 125만 명이고, 이번 유출 문건에 접근할 수 있는 군 관계자도 수천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워싱턴= 정상원 특파원 orn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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