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산불 르포] 화마 키운 솔숲…전소 피해 속출한 경포 펜션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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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전 강원 강릉시 난곡동에서 발생한 산불은 바람을 타고 경포까지 번져 많은 건물에 손해를 끼쳤다.
특히 힐링을 위해 솔숲 인근에 밀집한 펜션 30여 채가 불에 탄 것으로 잠정 파악됐다.
이날 오후 경포해변과 가까운 강릉 저동 펜션 단지에서는 소방차들이 분주히 오가며 건물에 붙은 불을 끄느라 분주했다.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건물 72채가 불탔으며 이재민이 529명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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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연합뉴스) 양지웅 기자 = 11일 오전 강원 강릉시 난곡동에서 발생한 산불은 바람을 타고 경포까지 번져 많은 건물에 손해를 끼쳤다.
특히 힐링을 위해 솔숲 인근에 밀집한 펜션 30여 채가 불에 탄 것으로 잠정 파악됐다.
이날 오후 경포해변과 가까운 강릉 저동 펜션 단지에서는 소방차들이 분주히 오가며 건물에 붙은 불을 끄느라 분주했다.
많은 펜션이 형체도 알아볼 수 없을 만큼 불탔고 철제 울타리도 엿가락처럼 힘없이 휘어있었다.
펜션 한쪽에는 불탄 액화석유(LP)가스통이 나뒹굴어 폭발 등 위험한 상황에 처하기도 했다.
불탄 펜션들 사이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바로 소나무 숲 인근에 자리해 불길이 지나간 것이다.
강릉을 상징하는 대표적 침엽수인 소나무는 산불이 나면 불쏘시개 역할을 한다.
불이 잘 붙는 송진이 연료 역할을 하는 데다 솔방울이 바람을 타고 날아가는 탓에 큰불로 커지는 주범이 된다.
실제로 소나무는 척박한 겨울에도 잎이 풍성해 송진에 불이 붙으면 순식간에 1천도 이상 열기를 내뿜는다.
이번에도 난곡동에서 시작한 불은 강풍을 등에 업고 완만한 산세를 따라 금세 펜션 단지까지 다다랐다.
펜션 주인 최모(75)씨는 산을 타고 넘어가는 불 너머 자기 펜션이 있다며 제발 빨리 꺼달라고 애원하며 눈물을 흘렸다.
최씨는 "오늘 아침에 산불 소식 듣고 투숙객들을 급히 대피시켰다"며 "빨리 소방차가 와서 마당에 붙은 불을 끄지 않으면 큰일"이라고 호소했다.
이모(69)씨는 "바람을 타고 연기가 넘어오자 기름통을 건물 밖으로 다 꺼내고 가스 밸브를 잠근 뒤 대피하려 했는데 순식간에 불길이 왔다"며 "주위에 불탄 건물들을 보니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송림뿐 아니라 건물 자재도 화재를 키우는 요인으로 보였다.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전소된 건물들을 살펴봤을 때 드라이비트나 샌드위치 패널을 자재로 쓴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드라이비트는 의정부 도시형생활주택 화재나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 때 불쏘시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지며 2015년부터 법으로 금지됐지만, 그 이전 준공된 건물에는 여전히 남아있는 상태다.
샌드위치 패널 역시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뛰어나 건물 마감재로 인기가 높지만, 화재에 취약한 단점이 있다.
2021년 경기 이천 쿠팡물류창고 화재를 비롯해 주요 대형 화재에서 수많은 인명을 앗아간 원인으로 꼽혀왔다.
이날 오전 8시 30분께 시작한 강릉산불은 같은 날 오후 3시 30분까지 진화율을 88%까지 끌어올리고서 8시간 사투 끝인 오후 4시 30분께 주불 진화에 성공했다.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건물 72채가 불탔으며 이재민이 529명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현재 산불 현장에는 비가 내려 5mm의 강수량을 기록했으며, 산림·소방 당국은 일몰 전 진화를 목표로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yangd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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