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경기 부진이 걱정" '기준금리 2회 연속 동결' 배경은

(서울=뉴스1) 사진공동취재단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마이크를 조절하고 있다. 2023.4.11/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2회 연속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은 이제는 '고물가'보다 '경기 부진'을 걱정할 때가 됐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하반기 우리 경제 회복을 기대하면서도 올해 성장률은 기존 전망 1.6%보다 낮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제 시장의 시선은 '금리 인하 여부'로 향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금리 인하 기대를 "과도하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시장은 이를 '원론적 반응'으로 평가하며 연내 인하 가능성이 여전하다고 분석했다.

11일 한은 금통위의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을 보면 이날 기준금리를 연 3.5%로 2회 연속 동결한 주요 원인은 경기 부진에 대한 우려로 풀이된다.

한은은 "우리 경제는 소비가 지난해 4분기 부진에서 다소 회복되는 모습을 나타냈지만 수출이 IT(정보기술) 경기 부진 심화로 큰 폭의 감소세를 이어가면서 성장세 둔화가 지속됐다"고 밝혔다.

경기 전망에 대해선 "글로벌 경기 둔화, 그간의 금리 인상 영향 등으로 상반기까지는 부진한 성장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며 "하반기 이후에는 IT 경기 부진 완화, 중국 경제 회복 영향 등으로 점차 회복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올해 성장률은 지난 2월 전망치(1.6%)를 소폭 하회할 것으로 예상되지만 전망의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금리 인상의 주요 원인이었던 '고물가'에 대해선 경계감이 다소 완화된 모습이다. 지난해 7월 6.4%까지 뛰었던 전년동월대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올해 2월과 3월 각각 4.8%, 4.2%를 기록하는 등 둔화세가 뚜렷해지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한은은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국제유가 급등에 따른 기저효과, 수요압력 약화 등의 영향으로 2분기 이후에는 3%대로 낮아지는 등 둔화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며 "연간으로는 지난 2월 전망치(3.5%)에 부합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시장은 한은의 2회 연속 금리 동결로 '인상 사이클'이 사실상 종료됐다고 평가했다. 당분간 금리 동결을 이어가다 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가 높아졌다.

이 총재는 금통위원 5명이 여전히 금리 3.75% 인상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점을 언급하며 인하 논의가 이르다는 입장을 수차례 강조했다.

그럼에도 시장은 이 총재 발언을 '예상 수준'으로 평가하며 금리 인하 가능성이 여전하다고 반응했다.

민지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올해 중반 이후 우리나라를 포함해 글로벌 경기가 둔화하면 연말에는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고 여전히 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 총재가) 물가안정을 1순위로 본다고 했는데 물가 상승률이 둔화하는 윤곽이 잡히면 굳이 (금리를) 제약적인 수준에서 유지할 필요가 있나 싶다"고 했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경기 침체가 오고 물가가 많이 떨어져야 금리를 인하하는 것이 아니라 정상화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며 "현재 금리도 중립금리보다 높기 때문에 내려도 긴축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전히 10월 금리 인하를 예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종=유선일 기자 jjsy83@mt.co.kr 세종=유재희 기자 ryuj@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