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진이네' 귀족 영업, 배부른 투정도 정도껏 [ST포커스]

윤혜영 기자 2023. 4. 11.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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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서진이네 포스터

[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편안하게 보는 힐링 예능인 줄 알았는데 마냥 편하지가 않다. 그 어느 프로그램보다 귀족 영업에 가까운 '서진이네'임에도 불구, 직원들의 불평불만이 이전보다 지나치게 는 탓이다.

tvN 예능 프로그램 '윤식당'의 스핀오프 '서진이네'가 2월 첫 방송부터 큰 화제를 모으며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유지 중이다.

'서진이네'는 '윤식당'의 이사에서 사장으로 승진한 이서진이 멕시코 바칼라르에서 분식점을 운영하는 과정을 담은 프로그램이다. 기존 멤버 박서준, 정유미, 최우식에 방탄소년단 뷔가 새 얼굴로 합류했다. 윤여정은 스케줄상 함께하지 못했다.

'윤식당'의 미덕은 한결 같았다. 임직원들은 초반 좌충우돌하는 모습을 보이지만 일이 어느새 손에 익으며 능란해지고, 현지인 혹은 관광객들은 이들이 만든 한식을 맛있게 먹으며 흥미로운 반응들을 내놔 색다른 재미를 줬다. 여기에 직원들 간의 케미, 직원들과 손님들의 케미 등이 또다른 볼거리로 작용해왔다.

'서진이네'도 비슷하다. 이서진은 투덜거리면서도 직원들의 복지에 힘쓰려 노력하고, 정유미는 맡은 일을 묵묵히 해내는 모습으로 사랑받고 있다. 박서준은 여러 일을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부지런함으로, 최우식은 특유의 센스로 돌발상황도 아무렇지 않게 대처하는 임기응변으로, 뷔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일을 클리어하는 모습으로 케미를 선사하고 있다.

다만 일에 임하는 직원들의 태도 자체는 유독 달라진 느낌이다. 업무 강도는 상대적으로 줄어든 반면, 직원들의 불만 토로는 다른 시즌보다 확연히 늘어난 탓이다.

장사 초반, '서진이네'는 손님이 없어 소위 '개점휴업'인 상황을 맞았다. 그러나 이후 식당이 입소문을 타면서 장사가 잘 되자 직원들은 "힘들다" "쉬자"고 불평불만을 쏟아냈다.

직원들의 하소연이 이어지니 사장 이서진은 할 수 없이 휴식을 선언하기도 했다. 그렇게 총 7일을 영업하는데 하루, 그리고 또 반나절을 갑자기 쉬었다. 예고 없는 휴식이라니, 사실 보통의 식당에서는 쉬이 그리기 어려운 그림이다. 당연히 영업할 줄 알고 발걸음했던 손님의 신뢰도 문제가 결부돼 있기 때문이다. 실질적으로 손님이 떨어질까봐 위급한 상황이 아니면 어쩔 수 없이 영업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굳이 비교하고 싶지 않지만 '서진이네'는 비슷한 류의 프로그램에 비하면 귀족 영업에 가깝다. JTBC '한국인의 식판'은 매번 다른 작업장에서 한 번에 100~200인분을 만들어낸다. 심지어 그 자리에서 겉절이를 바로 담그기도 했다. tvN '장사천재 백사장'은 더하다. 백종원은 주방용품 하나 마련돼 있지 않은 작은 터에서 장사를 시작했다.

그에 비하면 '서진이네'는 누가 봐도 멋들어진 인테리어가 다 갖춰진 곳에서, 오후께 영업을 시작한다. 브레이크 타임도 있다. 음식도 이전 시즌에 비해 품이 많이 줄었다. 심지어 잘 팔리는 라면류는 제품이 구비돼 있어 별도의 준비 과정이 크게 필요하지 않다. 이렇듯 많은 부분이 받쳐주고 있는 상황에서 힘들다고 징징대는 직원들의 모습은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그렇다 보니 시청자들의 비판도 적잖이 나온다. 일반인들이 생계로 매일매일 당연히 해내는 일상을 고작 5일 반 동안 하면서 시도 때도 없이 쉬자고 하는 거냐는 반응이다.

마음가짐의 차이라는 지적도 있다. 그 멀리 멕시코에까지 가서 식당 영업을 하는 데는 한국 음식을 알린다는 명분이 있다. 그간 이런 류의 프로그램 출연자들은 힘듦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자신들이 만든 음식들을 현지인들이 맛있게 먹는지 신경 쓰고, 또 한식을 알리기 위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한식을 선보이고 싶은 것에 중점을 두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서진이네' 직원들은 초반 이후론 그저 휴식에 포커싱을 맞춘 듯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물론 멕시코까지 갔으니 새로운 풍경에서 놀고 싶은 마음을 이해 못하는 바 아니다. 하지만 '서진이네' 직원들은 그 정도가 너무 지나치다.

'윤식당'에서 성실함으로 무장했던 직원들이 '서진이네' 와서 왜 이토록 갑자기 돌변한 건지 이유를 알 순 없다. 중심을 묵직하게 잡아줬던 윤여정의 부재 탓인지, 아니면 그 사이에 마블에 합류하고, 아카데미를 차지한 영화에 출연하고, 세계를 호령하는 대스타가 들어오면서 연예인의 특권의식이 한층 높아진 여파인지 다만 추측할 뿐이다.

[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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