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복 전 광양시장 재판 "홈페이지 공개됐는데 업무상 비밀인가"

재판장 "검찰은 공소사실 관련 부분으로 증거 신청해 달라"

정현복 전 광양시장 재판이 열린 광주지법 순천지원 형사 법정 입구. 고영호 기자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정현복 전 광양시장 측이 공소사실을 모두 부인했다.

정 시장 변호인은 11일 오후 2시 광주지법 순천지원 형사 1단독 심리로 제212호 법정에서 열린 첫 재판을 통해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정 시장은 지병 치료를 위해 재판에 참석하지 않았고 검사와 변호인만 나왔다.

쟁점은 토지 취득와 농지법 위반 여부였다.

검사는 정 전 시장이 업무상 비밀을 통해 도로 건설이 있을 것으로 알고 배우자 명의로 토지를 사들였다고 주장했다.

정 전 시장 변호인은 그러나 "사실관계를 다투겠다"며 조목조목 반박하고 나섰다.

변호인은 "도로 건설 계획이 업무상 비밀이라고 하지만 십 수 년 전부터 주민들 숙원사업이어서 공약사항에 포함됐고 공약이기 때문에 광양시 내부 보고를 거쳐 실천하게 된데다 시 홈페이지에 공개돼 있는 것이 업무상 비밀인지 의문"이라고 맞섰다.

변호인은 "도로 건설이 신규 사업이라면 비밀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기존에 점선으로 돼 있던 것을 실선으로 보고한 수준에 불과하다"며 "도로 구간이 호남정맥을 통과해 재검토를 요청했고 현재까지도 도로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라고 설명했다.

정 전 시장의 농지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변호인은 "정 전 시장이 타인에게 위탁하지 않고 실제 농지를 이용하면서 농사지을 의사도 있었으며 비료 구입 등 자료도 있다"고 검찰 측 주장을 방어했다.

변호인은 "검찰이 정 전 시장의 공소사실과 무관한 언론보도를 증거라며 수 백 페이지 책으로 만들었는 데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검찰은 정 전 시장의 구속영장을 청구할 당시 포함시켰던 광양읍내 도로개설에 따른 직권남용 혐의는 기소 내용에서 제외하기도 했다.

검찰은 또 광양시 승진 인사 청탁과 뇌물·각종 용역관련 혐의도 수사했으나 기소 내용에는 들어가지 못했다.

재판장은 "공소사실 전부를 다투는 취지"라며 "검찰은 공소사실과 관련된 부분으로 증거를 신청해 달라"고 말했다.  

재판에 참석했던 정 전 시장의 동생은 "형이 악성 혈액암으로 서울에서 치료를 받다가 재판에 오려고 표까지 발권했으나 재판장과 변호인의 협의로 참석은 못했다"며 "이미 공개된 내용들이 업무상 비밀인지 의아스럽고 매실나무를 재배하는 토지에 대해서도 형수의 비료 구입 내역이 있는 등 공소사실들이 너무 억울하다"고 주장했다.

다음 재판은 5월 23일 오후 2시이며 변호인 측은 정 전 시장이 질병 치료 중이라는 이유를 들어 재판이 너무 장시간 진행되지 않도록 배려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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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CBS 고영호 기자 newsman@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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