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6점을 55.7점으로... 조작 성적표 낸 로스쿨 지원생 집행유예

위조한 법학적성시험(LEET) 성적표로 국립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에 지원한 20대 남성이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5단독 현경훈 판사는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된 A(27)씨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사회봉사 80시간 이수도 명령했다.

A씨는 2021년에 치러진 2022학년도 LEET 시험에 응시했다. 언어이해 영역에서 표준점수 29.6점, 추리논증에서는 54.4점이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백분위로는 언어이해 영역에서 하위 5.2%, 추리논증은 하위 31.9%를 기록했다.

서울중앙지법 전경. /조선DB

A씨는 공부 방법 대신 성적표에 적힌 숫자를 바꾸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그 해 8월 서울 강남역의 한 PC방을 찾아 성적표 PDF 파일을 다운받았고, 그림 편집 프로그램으로 성적표를 조작했다. 언어이해 점수를 55.7점(백분위 73.2)으로, 추리 논증은 66.4점(백분위 68.3)으로 고쳐 중상위권 성적을 받은 양 조작했다.

A씨는 같은해 9월 충남대·충북대 로스쿨에 지원하면서 이 위조 성적표를 제출했다. 로스쿨 측은 입학전형 서류를 검토하던 도중 같은 해 10월쯤 성적 오류를 확인하고 A씨를 고발했다. A씨는 소명을 요구받자 입학원서 제출을 철회하려고 했지만 거절됐다.

현 판사는 “고도의 직업윤리가 필요한 법조인이 되고자 하면서도 법학전문대학원 입학에 필요한 성적에 미치지 못하자 성적표를 위조해 제출했다”며 “목적 달성을 위해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은 점을 A씨에게 불리한 양형요소로 반영했다”고 했다.

현 판사는 다만 “피고인이 제출한 위조 성적표는 각 법학전문대학원의 입학 사정 단계 초반에 비교적 쉽게 위조 사실이 발각돼 결과적으로 입학전형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고 했다.

현 판사는 그러면서 “범행 이후 자기 잘못을 깨닫고 입학원서 접수를 철회하려고 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A씨가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과 초범인 점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설명했다.